SMR에 돈 몰린다···정부·민간, 시장 선점 위한 투자 ‘속도’

송준영 기자 2026. 9. 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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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요구가 맞물리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개화를 앞두고 주요국과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술개발과 생산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AI 시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전엔진과 SMR에 대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에서 제조·생산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며 시장 개화에 대비하는 국내 SMR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얼마나 입지를 확보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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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SMR 시장 개화 기대···주요국·기업 투자 확대
국내선 정부·지자체·민간까지 가세···R&D·생산 기반 확충
상용화 속도·실제 수주 물량 확보 여부는 변수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요구가 맞물리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개화를 앞두고 주요국과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술개발과 생산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AI 전력 수요에 커지는 SMR 기대···글로벌 선점 경쟁 가속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한 주요국 정부와 원전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각국의 기술개발과 실증·상용화 지원에 더해 민간에서도 원자로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용량과 크기를 줄이고 주요 설비를 모듈화한 차세대 원전이다. 소형·모듈화된 설비의 표준화와 반복 생산을 통해 건설기간과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전력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SMR에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자리한다.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건설로 24시간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원의 필요성이 커진 데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까지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과제도 맞물렸다. 이에 SMR을 AI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에 활용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의 SMR 모듈 모형. / 사진=뉴스케일파워.

◇ R&D 넘어 생산시설까지···K-SMR 투자 본격화

향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선점 경쟁에 대비한 투자가 빨라지고 있다. 기술개발 지원을 넘어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제조 생태계 조성, 생산시설 확충까지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우선 정부는 제도 정비를 통해 SMR 상용화 기반 마련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SMR 연구개발부터 실증·사업화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는 5년 단위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특구 지정과 전문인력 양성, 민관 공동 출자회사 설립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R&D 투자도 확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에너지 기술 관련 R&D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SMR R&D 예산안은 1275억원으로 올해보다 55.7% 늘었다. 기술개발과 실증을 통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도 제조 생태계 구축에 가세했다. 경상남도는 최근 '경남 SMR 글로벌 육성전략 2.0'을 내놓고 2035년까지 총 4조699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SMR 제조시장 점유율 60%, 부품·기자재 기술 자립 100%, 독자 수출기업 100개 육성이 목표다.

경남에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243개 원전기업이 밀집해 있다. 경남도는 이 같은 제조 기반을 활용해 SMR 특구 지정과 전용공장 구축, 시험·검사 및 인증 인프라 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원전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기술개발부터 제품 생산과 인증, 해외 진출까지 연결되는 SMR 산업 기반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민간에서도 SMR 수요 확대에 대비한 생산능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총 8068억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 본사에 SMR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8년 완공이 목표다. 미국 테라파워와 SMR 핵심 기자재 제작계약을 체결하고 롤스로이스SMR의 영국·체코 프로젝트 핵심 기자재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SMR 프로젝트 참여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도 최근 SMR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총 2386억원을 투자해 울산조선소에 SMR 주기기 제작 전용공장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202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AI 시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전엔진과 SMR에 대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자료 취합. / 표=김은실 디자이너.

◇ 선제투자 성과로 이어질까···상용화 속도가 변수

국내 투자가 기술개발을 넘어 제조·생산으로 확장되는 배경에는 기존 원전 산업을 통해 쌓은 제조 경쟁력이 있다. 한국은 대형 원전을 건설하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주기기와 단조품, 각종 기자재를 생산하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이러한 제조 역량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SMR은 주요 설비를 모듈화하고 반복 생산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구조인 만큼 상용화가 본격화하면 제조 경쟁력의 중요성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원자로 설계 기술뿐 아니라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공급망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시장이 열린 뒤 대응하기보다 미리 생산 기반을 확보하려는 국내 투자 움직임도 이 같은 판단과 맞닿아 있다.

관건은 선제적인 투자를 실제 수주와 생산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에 초기 시장 형성 과정에서 기업의 투자 부담을 낮추고 국내 생산을 유도할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SMR을 신설되는 국내 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태양광·풍력·2차전지·반도체·핵심 소재·AI 로봇 부품 등 6개 분야를 대상으로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비례해 세금을 공제하는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SMR 역시 전략적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지원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판매뿐 아니라 수출 물량까지 공제하고 초기 투자로 적자가 발생해 세액공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환급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기술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과 수출 단계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 글로벌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선제적인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글로벌 SMR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로 주요 프로젝트가 인허가와 실증을 거쳐 실제 착공·상업운전으로 이어져야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상용화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생산능력을 미리 늘린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글로벌 SMR 프로젝트의 상용화 속도와 국내 기업의 실제 수주·양산 물량 확보 여부가 최근 잇따르는 투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기술개발에서 제조·생산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며 시장 개화에 대비하는 국내 SMR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얼마나 입지를 확보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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