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길로 가는 다리는 끊겼다" 마침내 출현한 '오버슈트' 세상 [기후인사이트 45 | 인싸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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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길로 가는 다리는 끊겼다. 이제 인류 앞에는 더 험난한 고개를 넘어가는 길만 남아 있다.
현재처럼 높은 배출이 5년 더 지속될 때마다 고갯길의 높이(오버슈트)는 0.1℃씩 높아집니다.
오버슈트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감축을 늦추는 것은 더 낮고 안전한 고개를 포기하고 스스로 더 높고 험준한 고개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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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길로 가는 다리는 끊겼다. 이제 인류 앞에는 더 험난한 고개를 넘어가는 길만 남아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9월 2일 발표한 보고서(이하 '오버슈트 보고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2024년 처음으로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1.5℃를 넘어선 뒤, 세계는 이제 평균 온난화가 1.5℃인 20년 기간에 진입했다." - 오버슈트 보고서
미국의 기후 전문 비영리단체인 버클리어스는 올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63℃나 높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4년 기록을 넘어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할 확률은 85.7%까지 높아졌습니다.
슈퍼라는 말로는 부족한 초강력 엘니뇨의 출현으로 내년에는 기온이 더 높아져 1.7℃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입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기후 변화 속도입니다.

"이제 세계는 1.5℃를 넘어선 상태에서 다시 이 수준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목표에 접근해야 한다." - 오버슈트 보고서
안전한 길은 끊겼지만 목적지로 갈 수는 있다, 고갯길을 통해서. 보고서가 강조하는 두 번째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고갯길의 이름은 '오버슈트(overshoot)'입니다.
오버슈트는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선 뒤 다시 낮아지는 경로를 뜻합니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5℃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을 기후대응의 핵심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은 충분히 빠르게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1980년대에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으며, 당시의 정치적 우선순위가 달랐다면 현재 이미 피할 수 없게 된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 - 오버슈트 보고서

1988년 6월 24일 자 뉴욕타임스 1면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시작됐다"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서둘러 줄여야 한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이 방출한 온실가스 때문임이 99% 확실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38년 전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놀랄 만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기후 정책의 역사는 '경고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잃어버린 선택지의 역사'였습니다. 1988년과 2026년의 가장 큰 차이는 과학적 지식보다 '남아 있는 선택지'에 있습니다.
그때 감축을 시작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완만한 속도로도 위험한 기후 변화를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배출을 계속하면서 선택지를 하나씩 잃었습니다.
보고서는 지금의 정책이 계속될 경우 2100년 온난화 추정치가 약 2.6℃이며, 가장 낙관적인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서도 약 1.8℃라고 밝혔습니다. 1.5℃ 이내로 억제하는 시나리오는 사라졌으며, 파리협정 체결 당시 가능했던 가장 강력한 배출 감축 경로는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파리협정 체결 당시, 금세기 말 기온이 4~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최악의 미래는 현실적인 위협이었습니다. 파리협정 체결 후 인류는 4~5℃라는 가장 높은 고갯길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1.5℃를 넘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안전한 길까지 지켜내는 선택은 하지 못했습니다.

기후 변화 고갯길에는 낮은 고갯길과 높은 고갯길이 있습니다. 낮은 고갯길로 가면 덜 위험하게 목적지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높은 고갯길은 훨씬 위험하고, 그 길로는 목적지에 닿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높은 고갯길을 지나 다시 1.5℃ 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올라가야 할 고개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처럼 높은 배출이 5년 더 지속될 때마다 고갯길의 높이(오버슈트)는 0.1℃씩 높아집니다. "어차피 1.5℃를 넘었는데 1.8℃든 2℃든 뭐가 다른가?"가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0.1℃가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기온이 1.5℃ 상승한 것만으로도 세계는 훨씬 위험해졌습니다. 수천 명의 인명을 앗아간 네팔의 빙하 산사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유럽의 극단적 폭염은 1.5℃ 세계의 위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보고서는 고갯길을 넘어 다시 내려오는 전 과정은 금세기 말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인류가 고갯길을 넘어가는 과정은 수십 년 안에는 끝나지 않을 긴 여정입니다.
보고서는 환경자원에 대한 압력이 커져 식량 위기와 물 부족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겪는 현실이 변하면, 지정학적 긴장과 분쟁 위험이 높아지고 평화 구축 노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등산객에게 더 많은 장비와 준비가 필요하듯 기후 위험이 커진 세계에서는 적응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현재 또는 예상되는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적응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거나 선호할 만한 경로가 아니다. 단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최선의 선택일 뿐이다." - 오버슈트 보고서
비장해 보이는 이 문장은 보고서가 강조하는 세 번째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피할 수 없는 예견된 위험에 지금처럼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고갯길을 내려올 수 있을까요? 내려오려면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해야 합니다.
보고서는 우리가 혼자서는 내려올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숲과 토양, 습지,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저장하며 홍수를 완충하고 해안을 보호합니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얻는 이러한 혜택을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NCP)이라고 부릅니다.
박정재 교수(서울대 지리학과)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과 함께 지구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동물, 식물, 강, 숲, 바다 등의 도움이 있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 단, 이들의 상태가 온전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여기서 '온전함'이란 충격과 교란에 저항하는 저항력과 훼손된 후에 빠르게 회복하는 회복 탄력성이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계가 건강을 잃는 순간, 그래서 저항력과 회복 탄력성이 약해지는 순간 인간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몸부림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오버슈트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되며 온난화가 심하고 오래 지속될수록 위험도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인류는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자연의 도움이 더 절실한데, 자연이 인간을 도울 능력은 오히려 줄어들거나 반대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자연이 아직 우리 편일 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온난화가 더 진행되면 자연은 탄소를 흡수하고 인간을 보호하는 방패에서, 산불과 습지 메탄 방출 등을 통해 기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보고서의 내용을 풀어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오버슈트를 0.1℃ 낮출 때마다 고개는 낮아지고, 오버슈트 기간을 1년이라도 단축할 때마다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고개의 높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에너지 효율 개선,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메탄 감축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야 합니다. 오버슈트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감축을 늦추는 것은 더 낮고 안전한 고개를 포기하고 스스로 더 높고 험준한 고개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위험한 여정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고개의 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고지대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며 가능한 한 빨리 다시 내려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와 함께 길을 걷는 자연을 지키는 것. 이것이 1.5℃를 넘은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인류에게 보고서가 당부하는 메시지입니다.
<김승환 논설위원> [출처] 유엔환경계획(UNEP), 「Limiting Overshoot: Navigating Exceedance of 1.5°C and Pathways towards Return」, 2026년 9월 2일.
김승환 기자(coco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51342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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