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 안 봅니다"…30분 만에 '망할 회사' 걸러내는 고수의 눈 [권용훈의 직업불만족(族)]

권용훈 2026. 9.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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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과 30분 정도만 대화를 나눠보면 이 회사가 잘될지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송명도 워너두잇컨설팅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20년간 중소기업 대표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쌓은 그만의 '기업 감별법'이다.

송 대표가 만나는 기업 대표들 주변에는 이미 전문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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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도 워너두잇컨설팅 대표
“대표님과 30분 정도만 대화를 나눠보면 이 회사가 잘될지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송명도 워너두잇컨설팅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가 처음 만난 최고경영자(CEO)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매출이나 재무제표가 아니다. 직원에게 어떤 말투로 지시하는지, 협력사와 의견이 엇갈릴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유심히 본다. 20년간 중소기업 대표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쌓은 그만의 ‘기업 감별법’이다.

송 대표는 세무·노무·법률·재무 등 기업 경영에 얽힌 문제를 한꺼번에 들여다보고 각 분야 전문가의 해법을 조율하는 기업 컨설턴트다. 그가 표현하는 자신의 역할은 ‘통합 관제’에 가깝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표가 얼마나 열심히 배우고 본업에 몰두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며 “직원을 소모품처럼 보는 회사보다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존중하는 회사가 결국 오래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빈틈’에서 사고 납니다”

송 대표가 만나는 기업 대표들 주변에는 이미 전문가가 많다. 세금은 세무사에게 묻고, 계약과 분쟁은 변호사에게 맡긴다. 직원 문제가 생기면 노무사를 찾고 자금 문제는 재무 전문가에게 상담한다.

그런데도 기업 현장에서는 문제가 반복된다. 송 대표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각 분야 전문가의 조언이 서로 맞물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충돌’로 꼽았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보다 오히려 각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최근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은 상속과 증여다. 단순히 예상 상속세를 계산하는 문제라면 답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 기업 승계에서는 어느 자녀에게 지분을 넘길지, 자산을 어떻게 나눌지, 경영권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얽힌다.

송 대표는 이런 문제일수록 개별 분야의 정답보다 기업 전체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무상 가장 유리한 방법이 경영권 유지에는 불리할 수 있고, 법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라도 가족관계나 회사 상황 때문에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 기업 현장에서 실행해본 경험은 분명히 다르다”며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15년 함께한 CEO의 갑작스러운 죽음

가장 부담이 컸던 순간을 묻자 송 대표는 15년 넘게 함께한 자동화장비 제조업체 A사를 떠올렸다. 2000년대 초 두 사람이 동업으로 시작한 A사는 창업 초기부터 송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회사가 성장해 사옥을 짓고, 동업 관계를 정리하고, 해외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주요 변곡점마다 그의 컨설팅을 받았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대표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회사 지분과 개인 자산이 한꺼번에 상속 문제로 넘어갔다. 기업가치가 크게 오른 상태여서 유족이 감당해야 할 세 부담도 수백억 원대로 예상됐다.

송명도 워너두잇컨설팅 대표가 최근 열린 ‘서울머니쇼’에서 기업 경영과 컨설팅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송 대표는 세무·법률·재무 전문가들과 수개월간 대응 방안을 다시 짰다. 단순히 세율만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적용한 해결책을 활용해 상속 구조를 재정비하고, 유족이 당장 부담해야 할 현금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당초 예상됐던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송 대표는 “20년 넘게 일하면서 가장 부담이 컸던 순간 중 하나였다”며 “상속은 일이 벌어진 뒤에는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평소 지분 구조와 재무 상황을 어떻게 설계해두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자녀가 경영권을 이어받아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 사례를 두고 “회사가 잘될 때일수록 대표의 부재나 승계 문제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20년간 소개로 신규 고객 만나와

송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별도의 광고를 집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 기존 고객의 소개를 통해 새로운 CEO를 만났다. 그는 장기간 소개 영업이 가능했던 이유를 ‘실력과 신뢰’로 들었다. 첫 상담부터 고객이 가진 핵심 문제를 피해 가지 않고 바로 다루는 게 그의 방식이다.

그는 “처음 만난 사이니까 서로 눈치를 보고 정보를 안 꺼낼 수 있다"며 "오히려 처음부터 핵심을 이야기하고,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바로 방향을 보여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이 사람을 내 편에 두고 싶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제야 진짜 회사의 속사정이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회사 이름 ‘워너두잇(WannaDoit)’도 이런 철학에서 나왔다. 고객이 원하는 ‘그것(it)’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사옥 건축부터 절세, 자산 이전, 동업자 갈등까지 상담 내용이 한 분야에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명도 워너두잇컨설팅 대표가 최근 방송된 ‘신영일의 비즈정보플러스’에 출연해 기업 컨설팅과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I가 답을 주는 시대, 컨설턴트는 뭘 팔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세무·법률·재무 지식을 다루는 컨설팅업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송 대표 역시 정보 검색과 기초 분석에는 AI를 적극 활용한다.

그는 AI 시대에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컨설턴트’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봤다. 법 조항이나 세법을 찾고 기본적인 수치를 계산하는 일은 이미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서다.

대신 여러 해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고,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조율하는 능력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업의 문제라도 세무상 유리한 해법과 법률상 안전한 해법이 다를 수 있다. 여기에 대표의 성향과 가족관계, 향후 경영 계획까지 고려하면 정답은 더욱 복잡해진다.

송 대표는 “AI를 활용하면서 정보 수집과 1차 분석에 쓰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며 “그만큼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율해 기업에 가장 적합한 답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컨설턴트는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보다 ‘여러 답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 판단해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긴 성장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20년 넘게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온 그에게 자신의 ‘직업불만족’을 물었다.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몸이 하나라는 것'이다. 송 대표는 “찾아오는 기업은 많은데 모든 곳을 직접 챙길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어렵게 해법을 제시해도 확신하지 못한 채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니다가 상황이 더 복잡해진 뒤 다시 찾아오는 기업을 볼 때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한 기업의 긴 성장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다. 처음 만났을 때 작은 회사였던 기업이 성장해 사옥을 짓고 해외에 진출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때로는 창업자와 시작한 인연이 자녀 세대의 경영 승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송 대표는 “회사도 성장하고 대표도 성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저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서 대표가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답을 찾아주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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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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