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촌들을 말려 죽이는 말린 오징어[주성하의 ‘北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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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장벽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반세기 동안 북한을 지켜봐 온 주성하 기자의 시선으로 풀어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에서 발견되는 북한 난파 목선이 급속하게 줄고 있습니다.
북한 난파 목선들이 사라진 것은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대다수 동해안 북한 어민들은 목선을 타고 5월부터는 임연수를 잡다가 6월 말부터 오징어잡이에 뛰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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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장벽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반세기 동안 북한을 지켜봐 온 주성하 기자의 시선으로 풀어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에서 발견되는 북한 난파 목선이 급속하게 줄고 있습니다. 난파 목선들은 대개 북한 앞바다에서 조업하다 화를 당한 뒤 해류를 따라 떠돌다가 몇 달 뒤 일본에 도착합니다. 2018년엔 일본에서 무려 225척의 난파 목선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발견되는 북한 난파 목선 숫자는 급속히 줄어들었고, 이제는 관련 뉴스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국 해안에서 발견되는 북한 난파 목선의 숫자도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북한의 목선이 과거보다 훨씬 튼튼해진 것일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지금도 가끔 발견되는 난파 목선은 과거의 것들보다 별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경제난으로 수십 톤급 대형 어선을 거의 생산하지 못하는 북한에선 소형 목선에 의한 조업이 수산업의 중추를 차지합니다. 대신 이런 목선은 기상 악화에 취약해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추워서 조업을 거의 할 수가 없습니다.
난파선 숫자가 줄었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바다로 나가는 북한 목선 숫자가 급격하게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의 목선들은 바다로 나가지 못할까요. 코로나 시기 몇 년은 통제 때문에 나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북한 난파 목선들이 사라진 것은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 어촌을 먹여 살리던 오징어
북한의 오징어 어획량은 정확하게 알 순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한 해 23만 톤을 기록했던 오징어 생산량이 2024년엔 1만1288톤을 기록했습니다. 무려 95%나 줄어든 것입니다. 이 어획량은 동·서·남해를 모두 합친 수치입니다. 동해를 따로 놓고 보면, 2024년 852톤, 2025년 2759톤을 기록했습니다.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젠 동해에서 오징어는 ‘금징어’가 됐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징어 산지로 알려진 울릉도에서 어민들이 더 이상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는 뉴스가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가 비단 울릉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해의 오징어 실종은 북한에는 훨씬 더 치명적인 타격을 줍니다. 2017년 8월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371호가 북한산 수산물의 수출을 금지하기 전만 해도, 수산물 수출은 석탄과 임가공과 더불어 북한의 3대 외화벌이 자원이었습니다. 수산물 수출에서 오징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대다수 동해안 북한 어민들은 목선을 타고 5월부터는 임연수를 잡다가 6월 말부터 오징어잡이에 뛰어듭니다. 오징어잡이는 11월 초까지 이어집니다. 목선은 추워서 10월 중순 이후엔 거의 나가지 못하고, 큰 배라야 11월 초까지 조업이 가능합니다.
이 기간 오징어를 얼마나 잡는가에 따라 어민들의 1년 생계가 결정됩니다. 11월 이후 러시아 수역으로 올라가 홍게를 잡는 어선들도 있지만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목선에 의존하는 임연수 어업도 생산량은 많지 않습니다. 오징어는 한마디로 북한 어민에겐 절대적인 생명선입니다.
오징어 철엔 동해안 어촌에 수많은 사람이 밀려듭니다. 외지 남자들은 어선에 타는 값으로 당일 잡은 마리수의 70% 이상을 목선 주인에게 주어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삯발이’라고 합니다.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 북한인지라 오징어 철엔 어촌마다 삯발이가 넘쳐납니다. 선주들은 항상 늘어선 대기자 중에서 골라서 태울 수 있습니다.
위성으로 보면, 동해의 어촌 마을마다 해변에 목선이 수백 척씩 있습니다. 동해 전체로 보면 수만 척 이상의 목선이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목선이라고 해도 3명 이상이 타기 때문에 삯발이 숫자까지 포함하면 오징어 철엔 10만 명 이상이 배를 타는 셈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오징어를 넘겨받아 말리려는 여인들이 바닷가에 쭉 늘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냉장 시설이 없어 잡힌 오징어는 거의 다 말려 보관합니다. 말린 오징어는 북한에서 최소 10만 세대 이상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종입니다. 그런 오징어가 사라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막힐까요.

● 뜨거운 수온이 밀어낸 오징어
그렇게 중요한 오징어는 왜 사라질까요. 오징어는 멀리 북쪽 오호츠크해에서 산란합니다. 어느 정도 커진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남하하는데, 이때 북한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한국에서 말하는 ‘총알 오징어’보다 훨씬 작습니다.
요즘은 오징어가 서해까지도 많이 가긴 하지만, 대체로 남해까지 도달한 오징어는 먹이를 먹고 몸집을 키우다가 8월쯤부터 다시 북상하기 시작합니다. 이때의 오징어 몸집이 우리가 대략 생각하는 크기입니다. 보통 20마리를 말리면 1.2㎏ 정도 나옵니다. 9월과 10월에 잡히는 오징어는 더욱 커서 말린 20마리 무게가 1.8㎏에 이르기도 합니다.
11월 말 이후 오호츠크해에 도착한 오징어는 이보다도 훨씬 큽니다. 말 그대로 팔뚝만 한 크기입니다. 이후 깊은 수심에서 알을 낳은 뒤, 엄청난 크기의 오징어들이 서로 엉켜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사람이 볼 수 없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오징어의 수명은 대개 1년입니다. 간혹 2년 동안 사는 오징어도 있다고는 합니다.
오징어의 생태계는 수온 변화 때문에 파괴되고 있습니다. 동해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이유를 중국 어선들의 무자비한 남획 때문이라고 알고 있지만,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드는 속도에 비하면, 남획이 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진짜 원인은 한반도의 바닷물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수온 상승과 더불어 오징어 떼의 이동 경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남하하던 습관을 바꾸어 알래스카로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명태가 그랬습니다.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남과 북 모두 겨울철에 명태를 엄청나게 잡았습니다. 하지만 명태는 북한 앞바다에서 1985년과 1986년 사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북한에서 하도 명태를 많이 잡아 ‘명태 영웅’이 된 선장들도 이때부터 계속 허탕을 치며 빈 배로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북한 어촌 마을에서 살았던 기자는 당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 민족이 대대로 사랑해 온 명태가 이렇게 갑자기 2년 만에 사라지다니….”
그러다가 북한 동해에서 1990년 후반부터 다시 큰 명태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겨울에 잡히던 명태가 한 여름인 8월에 수심 400m쯤 그물을 쳐놓아야 잡혔습니다. 그렇게라도 명태를 구경할 순 있었지만, 대량 어획이 불가능하므로 명태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졌습니다.
물론 이 시기부터 한국에 오는 명태도 없어졌습니다. 이를 한국에선 어린 명태를 너무 많이 잡아 노가리로 먹어 그렇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틀린 분석입니다. 그게 절대적인 이유일 수는 없습니다.
약 10년 전부터 강원도에선 명태 자원을 복원한다면서 명태 치어를 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게 됐습니다. 방류 효과가 사실상 없어 지금은 중단됐습니다.
수온이 상승해서 명태가 사라졌는데, 치어를 방류하면 그 명태들이 어딜 찾아가겠습니까. 강원도에서 방류하는 명태 치어를 따뜻한 수온에서 사는 특별 어종으로 개량한 것이 아닌 이상, 명태 떼가 뜨거워진 동해에서 머물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아니, 러시아 쪽 차가운 바다를 찾아가기도 전에 치어들은 다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 명태와 오징어가 사라진 자리
북한 어획량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던 명태가 사라지자, 그 자리를 오징어가 메웠습니다. 이제 다시 오징어가 사라지니 이번엔 어떤 어종이 북한 바다에서 많이 잡힐까요.
오징어의 본산지 울릉도에선 오징어가 사라진 대신 참다랑어 어획량이 급속히 늘었습니다. 2021년 강원 지역 참다랑어 어획량은 39톤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438톤이 잡혔다고 합니다. 5년 전 연간 어획량의 11배가 넘는 물량이 반년 만에 잡힌 셈입니다.
태평양 참다랑어는 일본 주변에서 태어나 태평양을 횡단해 북미 연안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서태평양으로 돌아오는 대표적인 광역 회유종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 등이 주축이 된 위원회에서 참다랑어 남획을 엄격히 통제하고 나라마다 엄격한 어획 한도(쿼터)를 부과합니다. 한국은 현재 1년에 1219톤만 잡을 수 있게 허용됐습니다.
한국은 국제 사회의 규율을 준수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동해에 참다랑어가 넘쳐도 마음대로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북한은 사정이 다릅니다. 북한이 국제 어업 기구의 통제를 받을 리도 만무하고, 규칙을 준수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잡을 능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참다랑어는 보통 몸길이 2~3m에 무게는 200~400kg에 달합니다. 북한 어업의 주력인 소형 목선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그물도 엄청 큰 대형 그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북한의 어업이 대형 어선 중심으로 환골탈태하지 않는 이상 참다랑어 어획은 그림의 떡입니다. 현재 북한은 대형 어선을 만들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더 문제는 내부에서 거래되는 디젤유 가격이 너무 비싸 수지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김정은이 최근 바닷가 양식을 강조하며, 전국에 60여 개의 바닷가양식사업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오징어 고갈 시대가 와서 어촌이 급속히 가난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식 역시 답은 아닙니다. 수온 변화는 바닷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해마다 극심해지는 폭염 때문에 남쪽에선 양식업이 기피 업종이 되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북한도 그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징어가 사라진 북한에서 양식업마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 어민들은 이제 뭘 잡으며 살아야 할까요. 어쩌면 이는 남북한 어민들이 공통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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