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호흡증 부르는 아이 코골이…“잠 깊게 못자 집중력·성장 저해” [메디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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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피곤해서 코를 고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소리가 커지더니 똑바로 누워자질 못하더라고요. 밤새 침대 위를 빙빙 돌기도 하고, 가끔 '꺽꺽'대기까지 하니 겁이 났죠."
1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서경(6·가명) 양의 엄마는 "아이가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라 걱정했는데, 수술한 지 반년 만에 훌쩍 컸다"며 "병원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잠버릇이 나쁘다고 여겼을 것으로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코 뒤쪽에서 세균·바이러스 침입을 막는 면역조직인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어린 시절 빠르게 커지는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만 3세 무렵부터 늘었다가 사춘기 이후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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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내고 산만…ADHD로 오해도
잘때 자세·낮 시간 상태 지켜보고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한 진단 필요
대표 원인 ‘편도·아데노이드 비대’
만 3세쯤 늘고 사춘기 이후 줄지만
비만·턱 구조 이상땐 증상 계속돼
수술 후 성장 속도·주의력 등 개선

“처음에는 피곤해서 코를 고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소리가 커지더니 똑바로 누워자질 못하더라고요. 밤새 침대 위를 빙빙 돌기도 하고, 가끔 ‘꺽꺽’대기까지 하니 겁이 났죠.”
1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서경(6·가명) 양의 엄마는 “아이가 또래보다 키가 작은 편이라 걱정했는데, 수술한 지 반년 만에 훌쩍 컸다”며 “병원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잠버릇이 나쁘다고 여겼을 것으로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올해 초 아이의 잠든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병원을 찾았다. 영상 속 아이는 코를 심하게 골며 몸을 뒤척였고, 엎드리거나 목을 뒤로 젖히기도 했다. 정밀 검사 결과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커지면서 잠든 사이 공기가 드나드는 길을 막고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숨길이 막히니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자세를 끊임없이 찾았던 것이다.
아이의 코골이를 ‘곤히 자는 소리’나 성장 과정에서 흔한 현상으로 여기는 부모가 적지 않다. 실제 감기나 비염으로 일시적으로 코를 골거나, 편도·아데노이드가 커지는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코골이가 반복되고 자다가 숨이 막히거나 멎는 모습까지 나타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 코골이가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의 신호일 수 있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주변 조직이 떨려 나는 소리다. 이 가운데 호흡장애를 동반하지 않으면 단순 코골이로 분류한다. 반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막혀 호흡량이 줄고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질환이다. 뇌는 다시 숨을 쉬게 하려고 잠에서 미세하게 깨는 반응을 되풀이한다. 겉보기에는 밤새 잔 것 같아도 깊은 잠을 충분히 이루지 못하는 이유다.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밤은 낮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할 만큼 깨어 있을 때의 모습만으로 수면 중 상태를 알기 어렵다”며 “아이의 코골이와 잠자는 자세, 낮 동안 나타나는 증상을 단서로 수면의 틈새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소아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편도·아데노이드 비대다. 코 뒤쪽에서 세균·바이러스 침입을 막는 면역조직인 편도와 아데노이드는 어린 시절 빠르게 커지는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만 3세 무렵부터 늘었다가 사춘기 이후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비만하거나 선천성 기형이 있는 경우, 위턱·아래턱 구조로 기도가 좁은 경우엔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소아가 성인과 증상이 달라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인은 낮에 졸거나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아이는 오히려 짜증을 자주 내고 산만해지거나 과잉행동·공격성을 보인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오해받기도 한다. 잠잘 때 입을 벌리거나 심하게 몸부림치는 모습, 식은땀, 야뇨증, 아침 두통, 잠에서 깨우기 어려운 증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 교수는 “똑바로 눕지 못하고 엎드리거나 상체를 세운 채 자는 등 특이한 수면 자세도 숨쉬기 편한 상태를 찾으려는 행동일 수 있다”며 “또래보다 키와 체중이 잘 늘지 않는 성장 정체 역시 수면무호흡증을 발견하는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은 주로 잠든 직후 깊은 수면 단계에서 활발히 분비된다. 수면 중 호흡이 반복해서 끊기면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해 분비도 방해받을 수 있다. 실제 정 교수 연구팀이 편도·아데노이드 수술을 받은 소아의 성장곡선을 관찰한 결과 수술 전 키나 체중이 하위 25%였던 아이들은 치료 후 정상 성장곡선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진료 현장에서도 수면무호흡증 치료 후 6개월 사이 아이의 키와 몸무게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보호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국내 초등학생 대상 연구에서는 수면 중 호흡장애가 의심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교 성적이 낮고 주의력·자제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해외에서는 수면무호흡증 수술 후 학업 성취도가 향상된 사례도 보고됐다.
이비인후과에 내원하면 우선 내시경을 이용해 어떤 부분이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연관되는지를 확인한다. 수면무호흡증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코와 입을 통한 공기의 출입, 가슴과 복부의 호흡운동, 뇌파, 안구 운동, 혈중 산소포화도 등의 검사를 동시에 시행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호흡음과 수면 패턴을 측정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집에서 여러 날에 걸쳐 변화를 살피거나 이상 신호를 발견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성인 대상으로만 허가돼 있어, 소아 청소년에게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다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면 가장 먼저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고려한다. 소아는 성인에 비해 수술 효과가 좋은 편이다. 정 교수는 “소아는 수술 후 수면무호흡증이 정상화되는 비율이 약 60~80%로 보고된다”며 “증상이 남으면 턱 교정치료나 양압기 치료를 고려하고, 비만한 아이는 체중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기는 신체와 뇌가 발달하고 학습이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조기 진단을 통해 수면 중 호흡 문제를 교정하고 정상적인 성장 경로를 따라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치료가 꼭 필요한 아이가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된다”며 “코골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검사부터 받아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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