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혐오엔 침묵했던 기성세대, 극우화는 10대만의 문제일까

윤유경 기자 2026. 9. 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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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직후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했고, 지난 6월 배재고 야구부의 5·18민주화운동 혐오 응원 사태가 벌어졌다.

장 편집장은 "여성 혐오가 양산될 때 지금의 기성세대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오고, 좌파 진영의 담론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니까 갑자기 좌담회를 열었고 '청소년 극우화'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건드리니까 본인들의 진영이 침범 당한 것처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라며 나서는 건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장 편집장은 "최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5·18민주화운동 관련 말도 안 되는 포럼을 열었는데, 다 보이콧해야 하는 말이었지만 '5·18이 성역화됐다'는 말은 와닿았다"며 "민주당이 소수자 혐오에 대해 대책을 세운 적이 있나. 어린 사람을 비하하는 '잼민이'라는 표현이 양산되고 혐오로서 기능했을 때 주류 기성세대들이 대응한 적이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와 문화가 있기에 혐오가 주류가 되는 건 당연하고, 이는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닌 온 사회의 문제"라며 "여기에 미디어의 영향,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니까 청소년 사이 정치적 극우화까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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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대응 프로젝트] 10대 좌담회 ② 서울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이음'
과거부터 일상이었던 약자 혐오 발언… 계엄 겪으며 노조 혐오 눈에 띄게 확산
"주류 기성세대가 소수자 혐오 대응한 적 있나, 5·18 건드리니 나서는 건 위선적"
'청소년 극우화' 표현, '낙인찍기' 비판 "도덕적 결함 낙인, 한국 사회 전반이 극우화"
청소년 연구 필요, 대학 서열화 해결해야…학생이 주체돼 '협업' 배우는 교육 중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미디어오늘은 8월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서울 지역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윤건우 기자(18, 왼쪽)와 서울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 장효주 편집장(16, 가운데)·안병석 기자(19)를 만나 10대와 혐오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사진=윤유경 기자.

12·3 계엄 직후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했고, 지난 6월 배재고 야구부의 5·18민주화운동 혐오 응원 사태가 벌어졌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은 10대를 '극우'라고 진단하고 '민주주의 교육'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어느새 하나의 명사처럼 굳어진 '청소년 극우화'라는 진단에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극우화는 사회가 길러낸 구조 전반의 문제임에도, 청소년 세대에만 도덕적 결함을 씌우고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기억하는 혐오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은 과거부터 일상적으로 오갔다. 혐오를 소재로 한 콘텐츠 역시 꾸준히 유행해왔다. 청소년들은 이 오랜 혐오를 방관해온 기성세대가 일부 극우적 행태가 알려지자 뒤늦게, 그것도 청소년만을 겨냥해 대응에 나섰다고 진단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서울 지역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윤건우 기자(18)와 서울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 장효주 편집장(16)·안병석 기자(19)를 만나 10대와 혐오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이들은 '청소년 극우화'라는 낙인을 걷어내고 극우를 길러내는 사회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상이었던 혐오

기자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자주 혐오 발언을 접해왔다고 떠올렸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등 혐오의 대상은 넓었다. “스스럼없이 '너 장애냐', '너 고아냐'라고 말하거나, 여성을 향해선 '제육이나 볶아와라'고도 했다”는 장 편집장의 말처럼 약자에 대한 혐오는 하나의 '욕설'로 통했다. 과거에도 10대들 사이에서는 혐오에 기반한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었다. 겉으로는 사회 풍자를 표방하지만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만을 향하고 있는 채널들이다. 게임, 힙합 등 분야를 망라하고 누군가를 혐오하는 콘텐츠는 계속해 유통돼 왔다. 윤석열 정권과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는 이에 더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눈에 띄게 확산됐다.

▲서울 지역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윤건우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2021년 코로나19 시기 친구 한 명이 반페미니즘 단체 '신남성연대' 집회에 가자고 제안해 완곡하게 거절했었다는 윤 기자는 혐오적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는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대상을 싫어해서 말한다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쓴다”면서도 “사용할 땐 의도를 갖지 않았더라도 그 대상이 무의식 속에서 낮춰지면서 관련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게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미 일상이었던 혐오는 올해 들어 갑자기 최대 화두가 됐다. 스타벅스의 5·18민주화운동 혐오 마케팅과 이를 본뜬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응원 구호가 공론화되면서,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에서 '혐오를 잡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국회 안팎에선 혐오와 관련된 각종 토론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혐오를 규제하겠다는 입법 움직임도 이어졌다. 학교에서도 부랴부랴 혐오표현 방지 교육에 나섰다.

기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모순적이라고 느꼈다. “초등학생 때도 혐오 발언은 계속 있었는데 어른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기성세대는 지금까지의 혐오 발언을 외면하다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조롱까지 오니까 늑장 대응하고 있다”는 안 기자의 말처럼,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수많은 혐오 발언이 난립했음에도 딱히 관심 갖지 않던 기성세대가 갑자기 혐오를 잡겠다며 연일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배재고등학교 정문. 연합뉴스

장 편집장은 “여성 혐오가 양산될 때 지금의 기성세대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오고, 좌파 진영의 담론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니까 갑자기 좌담회를 열었고 '청소년 극우화'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건드리니까 본인들의 진영이 침범 당한 것처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라며 나서는 건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청소년 극우화의 원인에 이러한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도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장 편집장은 “최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5·18민주화운동 관련 말도 안 되는 포럼을 열었는데, 다 보이콧해야 하는 말이었지만 '5·18이 성역화됐다'는 말은 와닿았다”며 “민주당이 소수자 혐오에 대해 대책을 세운 적이 있나. 어린 사람을 비하하는 '잼민이'라는 표현이 양산되고 혐오로서 기능했을 때 주류 기성세대들이 대응한 적이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최근 교육부는 배재고 야구부의 혐오 응원 사태를 계기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해 비판이 일었다. 장 편집장은 교육부 사태를 예시로 들며 “이렇게 혐오에 대해선 눈 감고 있으면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선 '감히 5·18을 건드려'라는 식으로 사회적으로 낙인을 가해버리는 건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혐오를 잡겠다면서 정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외면하고 있는 점도 모순적이다. 정치권이 혐오표현을 규제하겠다면서도 정작 그 범주를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편집장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되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혐오표현의 범주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라는 합의를 차별금지법으로 도출해낼 수 있다”며 정치권의 모순을 꼬집었다.

극우를 길러내는 사회

기자들은 현 사회를 두고 '극우를 길러내는 사회'라고 진단했다. 능력주의가 팽배한 경쟁 사회는 극우적 사고를 길러내고,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극우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자들은 혐오를 걸러내지 못하는 학교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구조 속에서 학교가 오히려 혐오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을 시험하는 곳이다. 혐오에 반대되는 사랑의 가치를 알려줄 수 없는 공간”이라며 “어릴 때부터 하나의 정답만을 두고, 맞지 않으면 오답이 되어 학교에서 배제당하고 낙인찍혔다. 옆에 있는 사람과 항상 경쟁하고 의심해야 하는 곳에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군림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학교의 분위기와 문화가 있기에 혐오가 주류가 되는 건 당연하고, 이는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닌 온 사회의 문제”라며 “여기에 미디어의 영향,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니까 청소년 사이 정치적 극우화까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적 분석 없이 기성세대의 시선으로만 바라본 '청소년 극우화'는 청소년을 타자화시킨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짚지 못했기에 '못 배워서 그런거니 가르치자'는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윤 기자는 “4050 세대 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청소년들이 교육을 잘못받아서 극우화가 됐으니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교육시킬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가르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동등한 시민과 주권자로 바라보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 장효주 편집장. 사진=윤유경 기자.

기자들은 '청소년 극우화'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세대를 낙인찍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사회 구조적 문제인 극우화는 청소년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인데,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극우'라는 결함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장 편집장은 “청소년 사이 혐오 문화가 확산된 건 맞지만 표현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 모든 청소년이 극우이고,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 극우가 됐다는 것처럼 들리는 낙인 효과가 있다”며 “10대가 극우화됐다기 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이 극우화된 게 맞다”고 말했다.

혐오 해결책, 청소년 당사자는 이렇게 답했다

청소년 당사자들이 제안하는 혐오 대응 방안은 갈래가 다양했다. 우선 기자들은 비판적 사고를 위한 병렬식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장 편집장은 “역사 교육도 사람마다 여러 가지 관점이 있고, 사실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며 “여러 개를 병렬적으로 다 펼쳐놓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역사 교육이 학생들을 설득해내지 못한 결과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조사와 연구도 중요하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청소년 극우화'라고 지칭되는 현상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기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여론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청소년들을 제대로 조사한 결과가 없다보니 많은 담론들이 추측이나 일화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 보니 누가 '청소년 극우화'를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진다”며 “청소년 극우화 원인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어 본인이 듣고 싶은 것만 골라 취사선택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한 시점”라고 당부했다.

▲서울 성북구 청소년 독립언론 '이음' 안병석 기자. 사진=윤유경 기자.

근본적으로는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안 기자는 “대학 서열화를 해소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야 학교에서 인격을 형성하고 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열화를 없애지 않는 이상 극우화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기자의 경우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내부 언론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정치적 사조직'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산을 당했고, 그 후 윤 기자는 대안학교 입학을 선택했다. 그는 대안학교에서 경험한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바람직한 사례로 소개했다. 학생들이 직접 학내 문화를 점검하는 자치 기구 '평등위원회'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학교의 모든 규칙을 일정 기간 다 없앤 후 학생과 교사가 회의하며 새롭게 만들어보는 '백지화 총회'를 진행하는 타 학교 사례도 있다. '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제주 4·3 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학생들이 조사하고 관련 시민단체나 유가족을 만나 직접 인터뷰해보는 수업도 있다. 학생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스스로 교차 검증해볼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선생님은 피드백과 가이드만 주는 식이다.

윤 기자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씨앗을 심어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바뀐 학생들이 많다”며 “핵심은 경쟁하고 이기는 게 아니라 협력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 학교에서는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며 “'민주주의를 배우는 최선의 방법은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민주적 토양을 만들려면 결국 사회와 학교가 민주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학교를 민주적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인권조례 존속·제정과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학생회 법제화와 권리 보장, 학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계권 남용 금지, 교직원·학생·학부모·교육공무직(비정규직 노동자) 등 네 주체가 참여하는 교장 직선제 마련 등이다. 아울러 장 편집장은 “학교를 자꾸 탈정치화시키려고 하니까 학생들이 혐오 발언을 해도 선생님은 민원이 들어올까 제재를 못하고 비판적 사고도 기르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참정권을 보장하면 투표권이 생기니까 정치에 대해 배우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기때문에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을 향해선 청소년 당사자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담아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곧 언론이 혐오 문화의 확산을 청소년에 대한 낙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이기도 하다. 장 편집장은 “언론이 청소년 당사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낙인 찍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청소년 극우화를 청소년의 결함으로 보기보다는 사회 구조가 왜 청소년들을 극우화시킬 수밖에 없었는지를 담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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