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늘리던 미국·유럽 자동차 업계, 결국 中 배터리로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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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이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을 끊어내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오히려 중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업체의 원가·양산 경쟁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북미·유럽을 핵심 시장으로 삼아온 한국 배터리 업계의 수주 경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BMW 등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CATL과 이브에너지(EVE Energy) 등 중국 기업의 배터리와 기술을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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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는 포드에 CATL 협력 중단 압박…정책·산업 현실 괴리 확대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유럽이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을 끊어내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오히려 중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업체의 원가·양산 경쟁력이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북미·유럽을 핵심 시장으로 삼아온 한국 배터리 업계의 수주 경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BMW 등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CATL과 이브에너지(EVE Energy) 등 중국 기업의 배터리와 기술을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직접 수입은 물론 기술 라이선스와 현지 합작 생산까지 중국 업체와의 협력 방식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정반대로 자국 완성차 업계를 향한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이달 8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CATL과 지리자동차, BYD 등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국가안보 우려를 제기하고 관계 단절을 촉구했다. 특히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에서 CATL의 라이선스 기술을 사용하는 점을 직접 문제 삼았다. 포드는 해당 공장의 소유권과 운영권, 인력을 모두 직접 통제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포드는 앞서 2023년 버지니아주가 같은 이유로 CATL과의 배터리 공장 유치를 거부하자 미시간주에 30억 달러를 들여 자체 공장을 짓고 CATL 기술만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SK온과 미국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BlueOval SK)'를 청산했고, 올해 5월 넘겨받은 켄터키주 공장을 포드 에너지 시스템즈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기지로 전환했다. 해당 시설에는 CATL로부터 확보한 라이선스 기술이 활용된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기존 배터리 투자 구조를 손질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2월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에 설립한 넥스트스타에너지 지분 49%를 100달러에 넘겼다. GM도 지난달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세운 합작사 지분 49.99%를 매각했다. 삼성SDI와 GM은 차세대 각형 배터리 공동개발 협력은 유지한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GM은 지난해 8월 신형 쉐보레 볼트에 탑재할 LFP 배터리를 CATL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 12월 CATL과 스페인 사라고사에 최대 41억 유로를 투자해 연산 50GWh 규모 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BMW도 중국 업체를 차세대 전기차 공급망에 포함시켰다. 이브에너지는 BMW의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용 원통형 배터리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헝가리 데브레첸 BMW 공장 인근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해 9월 30일을 끝으로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를 종료했고, 올해 상반기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했다. 대규모 합작공장 가동을 전제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렸던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 배경이다.
유럽에서도 독자 공급망 구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 토종 배터리 기업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스웨덴 노스볼트가 지난해 파산한 데 이어 알트리스와 미국 아이온스토리지시스템즈 등 신생 업체들은 자체 대형 공장 대신 아시아의 유휴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의 생산 격차는 여전히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며 중국 업체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탑재 점유율도 약 75%에 달했다. 중국산 배터리팩 가격은 유럽보다 평균 35% 저렴하고 LFP 양극재와 셀의 98%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신규 배터리 공장이 명목 생산능력에 근접하기까지는 통상 5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을 제안하며 배터리를 포함한 전략 산업의 현지화 요건을 강화했다. 대규모 외국인 투자에 역내 생산과 고용, 기술·지식 이전 등을 요구하고 공공조달과 지원 사업에는 유럽산 핵심 부품 사용 조건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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