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후유증 지식산업센터…공실 43.5% ‘비상’
정부, 신규 공급 조절·기존 공실 활용 ‘투트랙’ 대응

부동산 경기 과열기에 쏟아졌던 지식산업센터가 뒤늦게 공실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규 설립 승인은 이미 급감했지만 최근 3년 준공된 센터의 공실률은 절반에 육박했다. 정부가 승인 단계부터 공급 조절에 나섰지만, 이미 쌓인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지가 더 큰 과제로 떠올랐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의 수요와 공급이 엇갈리면서 공실과 미분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1553곳 가운데 2023~2025년 준공된 153곳의 평균 공실률은 지난 5월 기준 43.5%에 달했다. 미분양률도 26.9%로 집계됐다.
정부는 그동안 입주 업종을 넓히고 오피스텔을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식·IT산업 입주 가능 업종을 78개에서 95개로 확대하고, 지난 5월에는 지원시설에 오피스텔도 허용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과 산업 집적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공급이 이어지면서 공실과 미분양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지식·정보통신업, 벤처기업 등이 생산시설과 지원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형 건물이다. 지상 3층 이상, 6개 이상 사업장이 입주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연면적을 갖춰야 한다.

지식산업센터 공급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설립 승인이 크게 늘었다. 전국에서 설립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1553곳으로, 이 가운데 77.2%인 1199곳이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승인 건수는 2022년 136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 여파로 지난해 19곳까지 줄었다.
하지만 과거 승인 물량이 뒤늦게 준공되면서 공실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평균 공실률은 16.6%지만, 2023~2025년 준공된 153곳만 보면 43.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분양률도 26.9%로 전체 평균 9.0%의 세 배 수준이다.
공실 문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았다. 최근 3년 준공된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서울 40.7%, 경기 44.2%, 인천 39.6%로 모두 40% 안팎이었다. 비수도권에서는 전남 75.9%, 충남 61.2%, 광주 53.3% 등 일부 지역의 공실률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산단 밖 지식산업센터의 최근 3년 공실률은 46.9%로 산단 안보다 9.7%포인트 높았다.
문제는 공급을 조절할 장치가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2020년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승인이 크게 늘었지만, 각 시·군·구는 주변 공실이나 미분양 상황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승인을 이어갔다. 인근 지식산업센터가 얼마나 들어서 있는지, 추가 공급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업계는 "공실 해소방안과 동시에 시장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식산업센터 물량 조절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뒤늦게 공급 조절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지식산업센터 설립을 승인할 때 지자체가 주변 공실과 미분양, 인근 공급 현황 등을 함께 따지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또 설립 승인 전에 지방정부가 신청 내용을 산업통상부에 알리고, 산업부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법도 고칠 계획이다.
신규 공급을 조절하는 동시에 기존 공실을 줄이기 위한 활용책도 내놨다. 수도권의 빈 지식산업센터와 상가는 LH가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청년·신혼부부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공실과 미분양이 많은 점을 고려해 지원시설 비중을 2년간 한시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산업단지와 수도권은 기존 30%에서 50%로, 비수도권은 50%에서 70%로 확대한다. 다만 새 공급을 부추기지 않도록 이미 설립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에만 적용할 예정이다.
공실이 많은 지식산업센터는 오피스텔 등 준주택으로 바꾸기 쉬워진다. 일반공업지역의 지식산업센터는 그동안 기숙사나 고시원으로만 용도를 바꿀 수 있었지만, 2027년까지는 오피스텔 전환도 허용하기로 했다. 30㎡ 미만 오피스텔로 바꿀 경우 추가 주차장 설치 의무도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다만 승인 기준을 강화해도 이미 공급된 물량을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렵다. 준주택 전환과 공공매입, 입주 업종 확대가 실제 수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특히 최근 준공 물량의 공실률이 40%를 넘는 만큼, 공급 억제보다 기존 공실을 얼마나 빠르게 소화하느냐가 정책 실효성을 가를 전망이다.
강승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