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억 미만 아파트가 사라진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2026. 9.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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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아파트 단지는 서민이 많이 살던 곳인데 이제 여기도 10억 원 밑으로는 물건이 없다고 봐야죠. 아직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중이라 거래가격 등록은 안 됐지만 10억5000만 원에 팔린 23평형(60㎡·이하 전용면적) 물건이 여럿 있습니다."

홍제동의 또 다른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원래 8억∼9억 원대였던 이 일대 구축 아파트 가격이 올해 4∼5월 9억 원 후반에서 10억 원 초반에 집중적으로 거래됐다"며 "지금은 호가가 11억 원대 초반까지 올랐지만 집주인과 매입 희망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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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23평형 아파트 올 들어 10억 돌파… “2030년 서울 22개 구 종부세 대상”
서울 서대문구 홍제한양아파트. 김우정 기자
"원래 이 아파트 단지는 서민이 많이 살던 곳인데 이제 여기도 10억 원 밑으로는 물건이 없다고 봐야죠. 아직 토지거래허가를 받는 중이라 거래가격 등록은 안 됐지만 10억5000만 원에 팔린 23평형(60㎡·이하 전용면적) 물건이 여럿 있습니다."

9월 7일 오후 2시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한양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10억 원 미만 매물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부동산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1993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서울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과 가장 가까운 동(棟)의 경우 걸어서 4분, 단지 가장 안쪽 동도 9분이면 닿을 수 있는 초역세권이다. 인접한 통일로 대로를 따라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 노선도 많아서 광화문·시청·종로에 직장을 둔 젊은 층 수요가 몰리는 곳이다. 도보 10분 거리에는 안산초가 있어 특히 신혼이나 어린 자녀를 둔 부부의 선호도가 높다. 

"생활편의시설 부족, 경사 심해 저평가받았는데…"

올해 들어 이 아파트 가격은 10억 원을 돌파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0㎡는 6월 10억 원을 넘은 후 9억4000만∼9억9000만 원을 횡보하다가 8월 8일 10억3000만 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84㎡의 경우 3월 10억8500만 원, 7월 11억 원을 넘어섰으며, 8월 15일 역대 최고가인 11억6000만 원에 매매됐다. 2008∼2018년 10년간 84㎡ 기준 4억 중반에서 5억 초반에 거래되던 해당 단지는 서울 집값 전 고점으로 평가되는 2021년 9억 원대까지 오른 후 조정을 받았다. 부동산공인중개사 김 씨는 "이 아파트는 근처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경사도 심한 편이라 오랫동안 저평가받아 왔는데, 요즘 서울 집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입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현재 매물로 나온 이 아파트 84㎡ 호가는 12억 원 초반까지 오른 상황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월세난과 매매가 상승에 따라 실수요자가 '가성비' 아파트로 몰리면서 10억 원 미만 아파트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2∼8월 초 서울 아파트 매매 3만7246건 가운데 10억 원 미만 거래는 55.5%(2만676건)에 이른다. 15억 원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비중은 77.2%(2만8765건)였다. 홍제동의 또 다른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원래 8억∼9억 원대였던 이 일대 구축 아파트 가격이 올해 4∼5월 9억 원 후반에서 10억 원 초반에 집중적으로 거래됐다"며 "지금은 호가가 11억 원대 초반까지 올랐지만 집주인과 매입 희망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시스
물론 발품을 팔면 서울에서도 아직 10억 원 미만 아파트를 찾을 수 있지만, 구축 소규모 단지 등 선호도가 낮은 곳이 대부분이다. 같은 날 찾은 서울지하철 3호선 녹번역 역세권의 은평구 한 341채 규모 아파트는 59㎡가 8억3000만 원, 84㎡가 9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24년 차 구축이고 산비탈을 깎아 지은 아파트지만 지하철역과 초교가 가깝다. 인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요즘 결혼을 앞둔 커플이나 젊은 부부는 당장 살기 편할 뿐 아니라 미래 가치도 높은 신축 대단지를 선호해 이런 구축 소형 단지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녹번역 역세권에 있는 2569채 규모 신축 단지의 경우 59㎡ 실거래가가 14억 원, 84㎡는 16억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의 이른바 중하급지 등 외곽으로 퍼지는 가운데 곧 서울 전역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북·금천·도봉구를 제외한 22개 구가 종부세 과세 대상 지역이 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4년 후에는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종부세 과세 기준인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4억 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각 구의 KB부동산 시세 상위 5개 단지를 비롯해 총 125개 단지의 84㎡ 가격을 분석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지난해 6월~올해 5월과 같은 11%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강북·금천·도봉구도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향후 시세가 20억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거나 좋은 일자리가 많은 화성 동탄, 용인 수지, 광명, 하남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 아파트에도 수요가 집중돼 20억 원 이상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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