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자영업 하지 말라는데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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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나 SNS에서 "자영업 하지 마라"를 검색하면 눈물겨운 사연이 줄을 잇는다.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취업자의 22.7%, 거의 4명 중 1명이 자영업으로 먹고산다.
법정 정년보다도 훨씬 일찍 회사를 나온 사람들에게 재취업의 기회가 넓게 열려 있다면 자영업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몰려들진 않을 것이다.
취업할 의지가 있지만,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수 자영업자는 '숨겨진 실업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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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1년새 10만명 증가
5명 중 1명 "취업 안 돼 창업"
보호와 지원만으로는 한계
고용 유연화하고 규제 개선해
기업이 일자리 만들게 해야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인터넷이나 SNS에서 “자영업 하지 마라”를 검색하면 눈물겨운 사연이 줄을 잇는다. 야간에 일할 사람을 못 구해 본인이 몸으로 때우는데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도 안 된다는 편의점 점주부터 하루 15시간씩 주 7일 일해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근처에 비슷한 가게가 생겨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카페 사장까지. ‘회사만 다니다가 자영업 하면서 느낀 10가지’라는 글도 돌아다닌다. 마지막 열 번째가 ‘자영업은 진짜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자영업 폐업은 62만4000건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소비 회복은 더딘데 임차료와 원재료비, 인건비까지 오른 탓에 아르바이트보다 못 버는 사장이 부지기수다. 폐업하면 직원들 퇴직금에 프랜차이즈 계약 위약금을 내고, 대출까지 갚아야 해 폐업도 못 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지난달 기준 자영업자는 578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9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의 19.8%, 5명 중 1명이다.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취업자의 22.7%, 거의 4명 중 1명이 자영업으로 먹고산다. 미국(6%), 독일(8%), 일본(9%), 프랑스(13%) 등의 2~4배다.
하지 말라는 자영업을 왜 그렇게 많이 하는 것일까. 그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자료가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고령층(55~79세)은 평균 53.0세에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다. 또 이들은 평균 73.6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정년보다도 훨씬 일찍 회사를 나온 사람들에게 재취업의 기회가 넓게 열려 있다면 자영업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몰려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안이 별로 없다. 국가데이터처가 작년 11월 내놓은 ‘비임금 근로 부가 조사 결과’가 그런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의 59.9%가 원래는 임금근로자였다. 17.9%는 ‘취업이 어려워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자 중 50세 이상이 51.2%로 절반을 넘었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재취업에 실패해 치밀한 준비도 없이 냉혹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할 의지가 있지만,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수 자영업자는 ‘숨겨진 실업자’에 가깝다. 직장에서 나와 자영업과 실업의 갈림길에 선 사람이 가게를 차리면 ‘취업자’가 돼 고용률은 높아지고 실업률은 낮아진다. 고용 지표가 체감 경기와 괴리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런 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자영업 문제를 노동시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은 낮은 임금근로자 비율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기업이 노동시장의 공급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니 수요를 찾지 못한 공급이 자영업 시장으로 흘러간다.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사람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에 재취업하면 임금과 고용 안정성에서 상당한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차라리 내 사업을 하겠다며 자영업을 하게 된다. 청년들도 비슷하다. 사회생활을 어디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K자로 벌어진다.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기보다는 자영업을 택할 유인이 생긴다.
자영업 문제가 노동시장과 맞닿아 있다면 해법도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자영업 대책과 관련해 “창의적인 고민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직 후보자로서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데 그쳐선 한계가 있다. 지원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오히려 자영업의 과잉 공급을 지속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임금 체계 개편, 연공서열 완화 등 고용 유연성을 높여 중장년층이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을 넓히고,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이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자영업 대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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