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회사채 금리 8% 육박…AI 열풍 뒤흔드는 ‘자금조달 경고등’ [김주완의 글로벌머니 X파일]

김주완 2026. 9.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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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가운데 회사채 조달 비용이 크게 뛴 곳은 오라클이다.

OAS는 채권의 복잡한 옵션 조건을 제외한 뒤 미국 국채보다 얼마만큼의 추가 금리를 줘야 투자자가 그 회사채를 사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빅테크가 새 회사채를 팔기 위해 기존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를 얹어주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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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주식 투자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미국 조지아주 유니언 시티의 마이크로소프트의 ATL11 데이터 센터 건설 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 빅테크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기 시작했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지난 1년간 약 220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AI 회사채 공급 부담은 유럽 채권시장까지 확산하고 있다. AI 투자 경쟁에서 반도체와 전력 확보뿐 아니라 대규모 자금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라클에 관심이 쏠리는데

빅테크 가운데 회사채 조달 비용이 크게 뛴 곳은 오라클이다. 오라클이 2015년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는 연 4.375%였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2055년 4월 만기 선순위 무담보채의 시장 수익률은 연 7.67%까지 올라갔다. 투자자들이 오라클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조건의 오라클 채권끼리도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2015년 발행된 2055년 4월 만기·표면금리 연 4.375% 채권의 8월 21일 시장수익률은 연 7.67%였다. 반면 2025년 발행된 2055년 9월 말 만기·표면금리 연 5.95% 채권의 수익률은 연 7.86%로 19bp(1bp=0.01%포인트) 높았다. 조기상환 조건과 채권자의 변제 순위가 사실상 같은데도 새 채권의 옵션조정스프레드도 오래된 채권보다 22bp 높았다.

OAS는 채권의 복잡한 옵션 조건을 제외한 뒤 미국 국채보다 얼마만큼의 추가 금리를 줘야 투자자가 그 회사채를 사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새 채권의 OAS가 더 높다는 것은 비슷한 오라클 채권이라도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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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채권의 가장 큰 차이는 발행 규모였다. 오래된 채권의 잔액은 10억달러, 새 채권은 35억달러였다. 보통 같은 기업의 비슷한 채권이면 발행액이 큰 종목이 거래가 활발하고 매도하기 쉬워 수익률이 더 낮아진다. 그러나 실제 가격은 반대로 움직였다.

알파벳과 메타, 엔비디아의 회사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새로 발행된 대규모 채권은 과거 발행된 소규모 채권보다 수익률과 스프레드(미 국채 금리와 격차)가 15~22bp 높았다. 같은 회사가 발행한 비슷한 채권이지만 새로 나온 대규모 채권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했다는 뜻이다.

미국 회사채시장에서 신용등급 AA와 A 채권 사이의 평균 스프레드 차이보다 약 두 배 컸다. 특히 한 번에 35억~40억달러씩 발행되는 채권은 미국 투자 등급 회사채 중 그 규모가 상위 1.5%에 들어갈 정도로 크다. 아무리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라도 이런 대규모 채권을 같은 업종에서 잇따라 쏟아내면 투자자들이 모두 받아주기 어렵다.

보험사와 연기금, 채권펀드는 한 기업이나 한 업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내부 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 프리드슨 인컴시큐리티스인베스터 발행인은 "AI 투자 붐이 오래된 가치평가 규칙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개별 종목의 가격 차이는 발행시장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은 올해 들어 7월 7일까지 약 194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연간 1080억달러보다 79% 많았다.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포함한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발행액은 이달 9일 기준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다섯 기업의 발행액이 올해 약 2500억달러, 내년에는 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채 금리는 높아져

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 회사채는 만기와 관계없이 미국 국채보다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팔리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만기가 2~4년인 채권의 경우 미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지난해 30bp에서 올해 40bp로 커졌다. 5~7년물도 50bp에서 60bp로 확대됐다. 만기가 20년을 넘는 장기채는 108.5bp에서 118bp로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빅테크 회사채를 사는 대가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추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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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행된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의 상당수는 발행 이후 금리가 더 높아졌다. 비교할 수 있는 가격이 있는 채권 91개 가운데 78개는 지난 7월 28일 기준 수익률이 발행 당시보다 상승했다. 상승 폭의 중앙값은 22bp였다. 미국 국채금리 자체가 오른 영향도 있다. 하지만 빅테크가 새 회사채를 팔기 위해 기존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를 얹어주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이른바 ‘신규 발행 프리미엄’은 지난해 평균 2.25bp에서 올해 12bp로 다섯 배 이상 커졌다.

투자자의 주문 열기도 식고 있다. 이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지표가 ‘주문배수’다. 회사가 100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 주문이 500억달러 들어오면 주문배수는 5배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의 주문배수는 지난 2월 약 5배에서 7월 2배 아래로 떨어졌다. 아마존의 달러채도 3월에는 발행액의 3.4배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왔지만 7월에는 1.6배에 그쳤다. 빅테크 회사채를 사려는 투자자의 경쟁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뜻이다.

아폴러 분석. 오라클을 제외해도 확대되는 미국 빅테크 회사채 스프레드. 아플로 보고서 캡쳐


콜비 스틸슨 브라운어드바이저리 채권 부문 대표는 “신용시장의 피로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지어드바이저리도 "빅테크가 초대형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미 국채 대비 금리 격차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의 채권 매입 부담이 커지면서 빅테크는 해외로 자금조달 시장을 넓히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9일 처음으로 파운드화 채권을 발행해 42억5000만파운드를 조달했다. 만기는 3년·6년·12년·19년으로 나눴고 발행수익률은 연 5.2~6.7%였다.

아마존의 파운드화 채권에는 총 106억5000만파운드의 주문이 들어왔다. 발행액의 약 2.5배다. 적지 않은 수요지만 지난 2월 알파벳이 파운드화 채권을 발행했을 때 기록한 5배에는 크게 못 미쳤다. 고든 섀넌 트웬티포자산운용 파트너는 “수요가 무한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술기업이 유로존에서 발행한 채권 잔액은 약 400억유로 정도였다. 올해 유로 회사채 총 신규 발행의 약 10%를 차지했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유로존에서 가장 큰 회사채 발행 기업으로 올라섰다. 유럽중앙은행(ECB) 블로그 필진은 "빅테크의 발행 증가가 모든 부문의 차입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 분석. 왼쪽은 빅테크의 유로 채권 발행과 시장 내 비중, 오른쪽은 연도별 대형 회사채 발행 거래 규모. ECB 블로그 캡쳐

 스위스 채 시장 '흔들'

스위스 시장의 변화는 더 크다. 취리히보험 조사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은 올해 스위스프랑 회사채 발행의 26.4%를 차지했다. 주요 신용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알파벳은 30억스위스프랑, 아마존은 28억2000만스위스프랑을 조달했다. 각각의 거래가 스위스 전체 회사채시장의 약 2%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지 기업 일부는 미국 빅테크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정면으로 경쟁하지 않기 위해 발행 시기나 규모를 바꾸고 있다. 아르튀르 쥐뤼스 오도BH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 규모 변화”라고 지적했다.

취리히보험 분석. AI 관련 기업의 발행 비중. 취리히보험 보고서 캡쳐

빅테크의 채권 공급이 급증한 이유는 AI 산업이 발전설비·송전망·토지·건물·냉각시설·반도체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 자본집약형 사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S&P글로벌은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올해 자본지출을 약 750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들 매출의 38%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올해 영업현금흐름 7780억달러와 거의 맞먹는다. 올해 채권 발행액은 자본지출의 약 3분의 1, 내년에는 약 3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AI 기업 회사채의 부담은 글로벌 고금리 환경에서 더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9708%까지 올라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는 연 5.37% 안팎으로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기업의 실제 조달금리는 국채금리에 신용스프레드를 더해 정해진다. 유가·인플레이션·재정적자 때문에 기준이 되는 국채금리가 뛰는 동시에 AI 채권의 공급 프리미엄까지 커지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최소 수익률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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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비용 상승은 AI 공급망에도 순차적으로 전달된다. 하이퍼스케일러가 채권을 발행해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엔비디아의 가속기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변압기·전선·냉각 장비 주문이 늘어난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한국·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AI 공급망에 연결된 경제가 반도체와 장비 수출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조달금리가 올라 프로젝트 예상 수익률이 낮아지면 기업은 착공 시점, 서버 반입, 전력 연결과 매출 인식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에는 AI 투자 발표 총액보다 고객 선불금, 자금조달 완료 여부, 전력 확보와 실제 설치 속도가 더 중요한 선행지표가 되는 이유다.

BIS 분석. 가운데 도표는 지역별 AI 기업의 매출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을 2021년 4분기와 2025년 4분기로 비교. 오른쪽은 AI 관련 기업에 대한 사모대출 잔액과 비중. BIS의 'AI and the global economy implications for central banks' 보고서 캡쳐

반론도 분명하다. 아마존의 파운드화 채권에는 발행액의 2.5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는 여전히 높은 신용등급과 대규모 영업현금흐름을 갖고 있다. S&P도 오라클을 제외한 다수 하이퍼스케일러가 현재 투자계획을 감당할 재무 여력을 보유했다고 본다. 높은 발행액은 시장이 이들의 채권을 여전히 받아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려는 커지고 있다. AI 투자 경쟁은 더 이상 누가 가장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느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20년·30년짜리 자금을 더 낮은 금리로 조달하고, 고객으로부터 투자비를 먼저 받으며, 장기 리스와 구매계약을 실제 매출로 바꿀 수 있느냐가 기업가치를 가르게 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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