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AI '선택과 집중'…서로 다른 과제, 무슨 기준으로 1등 뽑나

윤석진 기자 2026. 9. 12. 06: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의료·업무·일상·물리해석 분야별 기업 선정
1차 지원 후 성과평가 통해 한 곳만 추가 지원
분야별 목표 달라 공통 평가 기준 마련이 관건
업계 “탈락 기업 낙인…모든 컨소시엄 지원해야”
사진=뉴스1

정부가 에이전틱 AI 기술개발 사업에 '선택과 집중' 방식을 적용하면서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지원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것이다. 경쟁을 통해 소수 기업에만 지원하는 경연 방식이 자칫 '탈락 기업'이란 오명을 남기고,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12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인간의 개입을 10%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에이전틱 AI 기술개발 사업'이 각 분야 별로 본격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실세계 능동행동형 에이전틱 AI 기술개발 사업'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과기정통부는 산하 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을 통해 ▲의료 초음파 ▲업무혁신 ▲국민일상 지원 ▲물리세계 시뮬레이터 등 4개 분야 별로 주관 기업을 선정했다.

의료 초음파는 메디컬파크, 업무혁신은 엔씨에이아이, 국민 일상동행은 심심이, 물리해석 시뮬레이션은 브이이엔지가 각각 사업 주관사로 정해졌다.

각 주관사와 협력사들는 1년 6개월 동안 1차로 45억원을 지원받는다. 이후 성과 평가를 통해 4개 과제 가운데 한 곳만 추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다. 내년 말 성과 평가를 거쳐 선정된 한 곳에 4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 지원에도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는 것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8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독자 AI 모델 개발 도전 의의 및 성과를 보고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하지만 이를 두고 서로 다른 목적과 성과지표를 가진 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 평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각 사업은 목표와 기대효과가 제각각이다.
일상 동행 분야는 국민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정서복지 기반의 맞춤형 산업과 공공 서비스를 창출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업무혁신 분야는 HR, 회계, 재무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필요한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리해석 시뮬레이션은 단순 해석 툴 사용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시뮬레이션 계획·수행·분석을 진행해 제조와 에너지·건설 산업의 설계 및 검증 프로세스 전반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초음파 분야는 의료 인력난 완화와 진단 대기시간 단축, 적절한 치료 시기 확보 등을 통해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기대 효과로 제시됐다.

앞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란 하나의 목표를 놓고 벌인 '독파모' 사업에서도 선정, 평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1위를 기록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한 것.

모티프는 글로벌 AI 평가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 벤치마크에서 4개 정예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문가 평가와 AI 전문 사용자진 평가, 일반 국민 평가에서는 모두 4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모티프는 과기정통부 측에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독파모처럼 같은 과업을 수행하는 사업에서도 평가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는데, 각기 다른 성격의 사업 과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산업 발전 측면에서 예외 없이 선정된 모든 컨소시엄에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쟁을 통한 선별 지원은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정된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도 있다.

어설픈 서비스 여러 개를 만드는 것보다 경쟁을 통해 검증된 하나의 서비스를 육성해 해외 시장까지 노린다는 중장기 계획도 깔려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낙인효과'를 꼽을 수 있다. 선정되지 못할 경우 '탈락 기업'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단계 별 경쟁 평가에 따라 계속 지원 대상 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통상적인 방식이란 입장이다. 사업 주관 기관인 IITP 관계자는 "공정한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말했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