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같은 초록도 다 달라요”… 옥반지 찾아 남대문 누비는 2030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늘은 평일이라 좀 여유가 있네요.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가게는 평일인데도 손님 10여명이 매대 앞에 서서 옥반지를 하나씩 껴보고 있었다.
한 액세서리 가게 점주는 매대 한쪽에 놓인 옥반지 상자를 꺼내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옥반지 가게를 찾아다닌 뒤 사우나 용품점과 그릇 가게, 꽃시장을 둘러보고 갈치골목에서 식사하는 이른바 '남대문 코스'도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옥반지 열풍에 남대문도 북적

오늘은 평일이라 좀 여유가 있네요. 주말에는 젊은 사람들이 옆 가게까지 줄을 서서 사가요.
11일 서울 중구 숭례문수입상가의 한 보석상 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이 가게가 ‘옥반지 성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손님이 부쩍 늘었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가게는 평일인데도 손님 10여명이 매대 앞에 서서 옥반지를 하나씩 껴보고 있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온 황모(26)씨는 “SNS 사진으로만 보던 반지를 직접 보고 사고 싶어 찾아왔다”며 “생각보다 또래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는 옥 소재 액세서리를 패션에 활용하는 이른바 ‘옥 코어(Jade-core)’가 유행하고 있다. 수천원짜리부터 고가 제품까지 가격대가 다양한 데다, 같은 초록색이라도 색감과 무늬가 제각각이어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직접 찾아내는 ‘디깅’ 재미가 젊은층을 남대문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4000원부터 수백만원까지… 옥 액세서리 인기
숭례문수입상가 곳곳에서는 옥반지를 고르는 젊은 손님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액세서리 가게 점주는 매대 한쪽에 놓인 옥반지 상자를 꺼내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요즘에는 옥반지를 사러 오는 손님이 가장 많다”며 “젊은 손님들이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도록 4000원대 제품부터 들여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가에서 판매되는 옥 액세서리는 수천원부터 수백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옥의 색과 투명도, 균열 정도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개성이 다른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공산품처럼 똑같은 모양으로 찍어낸 제품이 아니라 색과 무늬가 조금씩 달라 여러 반지를 직접 껴보고 비교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거리가 됐다.
동작구에서 온 직장인 이모(30)씨는 “같은 초록색 반지라도 하나하나 느낌이 다르다”며 “여러 개를 직접 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패션 주얼리 시장 전반에서도 나타난다. 월곡주얼리산업진흥재단의 ‘패션주얼리 소비자 조사 2025’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패션 주얼리 구매율은 2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평균 구매가격은 4만3955원으로 전년보다 30.7% 떨어졌다. 주얼리를 사는 소비자는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으로 수요가 이동한 것이다.

◇BTS 뷔·고윤정도 착용… SNS 타고 번진 ‘옥 코어’
옥반지 유행에는 유명 연예인의 착용도 한몫했다. 방탄소년단(BTS) 뷔는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색과 디자인이 다른 옥반지 여러 개를 양손에 끼고 무대에 올랐다. 배우 고윤정도 옅은 옥색 반지를 실버 반지·팔찌와 함께 착용한 모습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중장년층의 전통 장신구로 여겨지던 옥반지가 젊은층의 패션 아이템으로 재조명된 것이다. 뷔에게 옥반지를 공급한 업체 측은 공연 이후 국내외 BTS 팬들의 방문과 주문이 이어졌고, 뷔가 착용한 디자인의 판매량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온라인 관심도도 빠르게 커졌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옥반지’와 ‘옥팔찌’ 관련 언급량은 각각 126%, 306% 증가했다.
SNS에서는 ‘남대문 옥반지 쇼핑법’을 소개하는 게시물도 잇따르고 있다. 제품 종류가 많은 가게의 위치부터 구매 전 확인할 점, 색상별 조합과 착용법까지 공유하는 식이다.
◇옥반지 사고 그릇·꽃시장까지… 2030 ‘남대문 코스
옥반지 유행과 함께 남대문시장 자체를 찾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옥반지 가게를 찾아다닌 뒤 사우나 용품점과 그릇 가게, 꽃시장을 둘러보고 갈치골목에서 식사하는 이른바 ‘남대문 코스’도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고 쇼핑까지 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던 전통시장이 남들이 모르는 물건을 직접 찾아다니는 ‘보물찾기형 소비’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상권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남대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5년 1분기 16.5%에서 2026년 1분기 5%로 떨어졌다. 젊은층 유입이 공실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면서 상권도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가성비 좋은 다양한 물건을 한 곳에서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며 “특이한 물건을 직접 발굴하는 과정 자체도 즐거운 경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26억 흑자인데 통장엔 2.7억원… 대구 3위 태왕이앤씨, 회생 기로
- [인터뷰] “육우도 1등급 비중 높아져... 가성비 넘어 품질로 인정받겠다”
- [단독] “집행부 명예훼손·모욕”… 삼성 초기업노조 위원장, 익명방 이용자들 고소
- [비즈톡톡] 두 병 살 돈으로 ‘똘똘한 한 병’… 달라진 위스키 소비
- 美 해군 “韓 핵잠, 국격 과시용이면 잘못… 타당한 이유 있어야”
- 트럼프 관세 비판했다고…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후보 막판 탈락 논란
- [Why] “면역질환 잡아라”…빅파마 잇따라 수조원 베팅 까닭은
- 홍해도 위태… 사우디 원유 수입 타격 우려에 정유업계 긴장
- 한국에 연결된 국제 해저케이블 9개, 일본의 3분의 1… 재난 땐 우회로 부족 우려
- 집값 25%만 먼저 낸다… 광교 ‘적금주택’ 연내 분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