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똑똑한 정치인들

차병직 변호사(법률신문 편집인) 2026. 9. 1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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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것은 문제다.

안다는 것도 문제다. 상대방이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면, 그의 눈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다.

인간의 지혜, 그것을 과시의 대상으로 삼고자 할 때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가 소크라테스의 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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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기고만장하고
똑똑해 보이는 자는 의심 가득 찬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모른다는 것은 문제다. 무슨 일을 해낼 자격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정치사회와 같은 결과 책임주의가 팽배한 무대에서 무지는 만악의 근원으로 지탄받기도 한다.

안다는 것도 문제다. 잘 안다는 인식은 자신감을 넘어서서 독선의 태도로 곧잘 굳어진다. 나만 안다는 사실을 뒤집으면 상대방이 모른다는 말이다. 상대방이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면, 그의 눈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다.

자기야말로 잘 알고 있다는 태도는 지혜의 부재를 말한다. 인간의 지혜, 그것을 과시의 대상으로 삼고자 할 때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가 소크라테스의 행적이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롭다고 소문이 난 정치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스스로 지혜로운 자로 자처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를 해본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결코 지혜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혜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려고 시도하면, 그들은 화를 내고 적대감을 드러낼 뿐이었다. 소크라테스의 결론은 간명했다. 가장 명성이 높은 자가 가장 어리석고, 그보다 못한 자가 조금 더 현명하다.

스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가 지혜롭다고 믿는다. 자기가 지혜롭다고 믿는 사람은 스스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확신이 그로부터 지혜를 앗아간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지적이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야 세상을 알 것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그 작은 각성이 현명함이라는 착각으로 바뀌면서 세상 일에 참견하게 된다.

세계의 모든 현상이나 견해는 관점이 바뀌면 전체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존재는 애당초 하나의 개인이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다. 개인의 관점은 무수한 타인과 그들의 다른 관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음은 앎과 무지에 대한 판단력과 두려움이 없는 데서 비롯한다. 모든 것을 알든 모른다는 사실을 알든 소크라테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생각해 보면 안다. 그렇다고 소크라테스는 가장 현명한 인간이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구체적 사례들에 적용해 따져보면 맞는 경우가 꽤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모른다는 것을 지식이나 정보의 부족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의 결여로 여긴다. 가능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조금씩 짓눌려 있다. 

그런 현상은 정치인에게 두드러진다. 제대로 모르면서 정치를 한다는 것을 수치로 안다. 무엇을 모른다고 할 경우에는 무시와 경멸의 대상이 된다. 안다고 할 경우에는, 정말 제대로 아는 것인지 검증의 대상이 된다. 그 검증은 흠집 찾기와 인신 공격으로 이어진다. 말을 많이 할수록 무지를 드러내는 정치인의 모습이 흔한 이유다. 앎에 대한 정치인의 딜레마다.

정치인의 딜레마는 최고 권력자일수록 심각하다.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확실성의 추구이며, 그로부터 걱정 없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권력의 힘이다. 따라서 권력자가 안다는 확신이 들면 힘을 행사하기만 하면 되기에, 구체적 현상에는 주목하지 않게 된다. 가끔 화면에 등장해 전지적 관점에서 문제를 짚고 해결책을 제시하듯 한마디를 던지지만, 결과는 어수선한 현실일 뿐이다. 

어리석은 자들은 기고만장하고 똑똑해 보이는 듯한 자들은 의심으로 가득한, 그런 세상이 되어 가는 까닭이다.

차병직 변호사(법률신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