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로스쿨생, 15㎝ 힐 신고 무대 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1년 5월 어느 날 밤, 한 로스쿨생이 기숙사로 가려고 택시에 탔다. 술 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택시를 들이받았다.
무대를 한 바퀴 돌고 뒤돌아 나가면서 강 변호사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제가 힘들 때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내가 이만큼 잘 이겨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한테는 그날이 일종의 파티였어요."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파이널

2021년 5월 어느 날 밤, 한 로스쿨생이 기숙사로 가려고 택시에 탔다. 술 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택시를 들이받았다. 로스쿨생은 정신을 잃었다. 택시기사의 하반신이 마비될 정도로 큰 사고였다.
눈을 뜬 곳은 응급실이었다. 턱 아래 피부가 바닥에 쓸린 듯 갈려 있었다. 불이 난 택시에서 구조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였다. 다음 날에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정밀검사 결과 양쪽 고관절 연골이 찢어져 있었다. 의사는 수술을 해도 다리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좋아하던 요가와 필라테스, 하이힐도 어려울 수 있었다. 등산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당시 로스쿨에 들어간 지 두 달밖에 안 됐던 강명선(변호사시험 15회) 변호사는 2026년 9월 9일 서울 역삼동 모처에서 진행된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한두 달은 '그때 죽지, 왜 살았지'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세 차례 수술과 약 1년의 재활이 이어졌다. 휴학하지는 않았다. 오기가 생겼다. 오래 앉아 있기 힘들면 누워서 책을 봤다. 고작 두 달 함께 수업을 들은 로스쿨 동기들은 휠체어를 밀고 학교생활을 도왔다. 강 변호사는 "처음에는 '나를 몇 번이나 봤다고 이렇게까지 해주지' 싶었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힘이 정말 크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했다.

8월 30일, 강 변호사는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6 미스유니버스 코리아' 파이널 무대에 변호사 최초로 섰다. 15㎝ 굽의 하이힐을 신고서였다. 처음 대회용 힐을 신었을 때는 재활 때처럼 다리가 떨렸다.
준비 기간 한 달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변호사로 일하고 퇴근하면 워킹을 연습하고 드레스 피팅 등을 했다. 새벽 1시에야 일정이 끝나기 일쑤였다. 파이널 진출 사실을 알게 된 소속 로펌은 야근을 줄여주는 등 업무량을 조정해줬다.
파이널 당일 조명 아래로 첫발을 내딛자 객석에 부모님이 보였다. 모자를 쓴 채 두 손을 모으고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고 뒤 휠체어를 밀어주던 로스쿨 동기들과 친구, 은사도 객석에 있었다. 무대를 한 바퀴 돌고 뒤돌아 나가면서 강 변호사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제가 힘들 때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내가 이만큼 잘 이겨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한테는 그날이 일종의 파티였어요."
강 변호사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변호사로서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사고 뒤에는 교통사고 피해자 사건을 맡을 때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제가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니까 더 신경을 쓰게 돼요. 이번 경험도 엔터네이너들의 마음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 그 사람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