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테 "좌표" 찍힌 한국… 호르무즈 파병에 고심 깊어진다

구현모 2026. 9.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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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을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한테 사실상 (파병 가능국) 좌표를 찍힌 상황이라 한국의 선택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파병 카드가 협상 지렛대로서 효과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파병 결정으로 이란과 관계가 악화될 시 이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이나 중동 지역 민간 시설, 호르무즈해협에 있는 우리 선박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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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위한 사전준비 마무리 단계
정부 내에서 파병 불가피하단 의견 다수
다만 미국에 끌려가면 안 된단 신중론 확산
여권·지지층, 파병 반대 목소리 커져 고심
촛불행동이 10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한국군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호르무즈해협 파병 결정을 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전 준비는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정부는 최근 파병 결정을 놓고 신중 기류를 보이고 있다. 파병으로 인한 효과가 많이 줄어든 데다, 국내 반대 여론도 커졌기 때문이다.

11일 복수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7월부터는 호르무즈해협 군사적 기여 방안에 무게를 두고 파병 가능한 군 자산, 임무 범위 등을 검토해 왔다. 한미 간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파병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율해 왔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파병 카드를 포함한 '안보 패키지'를 구성해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주에는 국방부 현지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돼 작전 환경과 여건을 점검했다. 전날 국내로 복귀한 현지조사단은 조사활동 보고서를 작성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할 예정이고,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이를 보고하면 관련 심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파병을 전제로 현지조사에 나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파병을 위한 법적 절차인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명시된 과정을 하나씩 밟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최근 들어 정부 내 파병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한테 사실상 (파병 가능국) 좌표를 찍힌 상황이라 한국의 선택지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파병 카드가 협상 지렛대로서 효과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외교안보 부처에 파병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도 신중론이 커진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가 호르무즈해협 다국적 임무단을 주도하며 미국과는 함께 움직이지 않는 점도 정부에겐 부담이다. 당초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위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한다는 명분을 강조해왔고, 영·프 주도의 다국적 연합체 참여에 무게를 뒀다. 국제사회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회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영국과 프랑스 등은 군자산을 해협 인근에 배치했지만 미국·이란 간 교전이 격해지자 한발 물러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여권과 지지층에서 파병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것도 결단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 관련해 '한국이 돕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한 직후 우리 정부가 끌려가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왜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끌려가야 하냐"는 목소리가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파병 결정으로 이란과 관계가 악화될 시 이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이나 중동 지역 민간 시설, 호르무즈해협에 있는 우리 선박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국내에서 파병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굉장히 크다는 점을 미국에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해야 미국과의 협상에서 파병 규모를 최소화한다든지 하는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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