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명령, AI가 작곡… 저작권 주인은 누구인가

김재형 기자 2026. 9. 1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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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함께 만든 음악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AI가 음악과 영화, 웹툰 등 콘텐츠 창작에 깊숙이 개입되며 저작권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창작자가 작사·작곡·편곡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AI를 보조도구로 썼더라도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프롬프트(명령어)만 입력해 AI가 통째로 만든 곡은 등록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다.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은 2023년 대규모 파업 당시 제작사의 AI 사용 범위와 창작자 동의 절차를 두고 맞서며 AI 활용 제한과 허위 영상물(딥페이크) 방지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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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어디까지 창작일까’ AI로 모호해진 창작의 경계
음저협 “작곡가 13명 새 곡 90%… AI가 만든 것으로 의심 돼” 분석
‘증빙 지침’ 발표 후 반발에 철회
국내 콘텐츠 업체 34%, AI 활용… 내달 ‘AI 전체 제작’ 영화도 개봉
中 숏폼 드라마 95%는 AI 제작… “사용 제재보다 인간 기여 따져야”
⟪‘AI 작곡’ 저작권 누구에게

인공지능(AI)과 함께 만든 음악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AI가 음악과 영화, 웹툰 등 콘텐츠 창작에 깊숙이 개입되며 저작권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AI가 통째로 만든 곡은 등록에서 제외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검증 책임 논란 속에 발표 22일 만에 결국 철회했다. 중국에선 올 1분기(1∼3월) 공개된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 12만8000편 가운데 95%는 AI로 만들어져 배우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이 현실화됐다. 국내에서도 100% AI로 만든 영화가 다음 달 개봉되는 등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사람이 쓴 곡과 AI가 통째로 만든 곡. 저작권을 등록할 때 이 둘을 구분하도록 한 가이드라인이 시행 22일 만인 지난달 25일 철회됐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지난달 3일부터 적용했던 ‘인공지능(AI) 음악 저작권 가이드라인’ 얘기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창작자가 작사·작곡·편곡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AI를 보조도구로 썼더라도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프롬프트(명령어)만 입력해 AI가 통째로 만든 곡은 등록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 등록 기준을 명문화한 국내 첫 사례다.

음저협이 이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 것은 올 3월 공개된 감사원의 ‘인공지능 대비 실태Ⅱ’ 감사 결과 때문이었다. 감사원은 2024년 음저협에 200곡 이상을 새로 위탁한 작곡가 81명 중 29명의 위탁곡을 살폈다. 이들의 곡 가운데 음원을 확보한 8540곡을 AI 판별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10곡 중 6곡꼴이 넘는 5200곡(60.9%)이 AI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곡가 13명은 분석 대상이 된 곡의 90% 이상이 AI로 만든 것이란 의심을 받았다. 그중 2명은 음원 사이트에 제공하던 382곡과 52곡 전부가 ‘AI 제작’으로 분류됐다. 창작을 AI에 거의 통째로 맡겨 수익(저작권료)을 거두고 있던 사례들이 확인된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어 AI가 창작의 대부분을 담당하면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에 음저협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창작자가 AI를 쓴 영역과 도구, 직접 만든 부분을 신고하고 그 내용이 사실임을 보증하도록 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면 작업 파일이나 프롬프트 기록 등 증빙자료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기술만으로는 AI 활용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기 어려운 만큼 창작자 신고와 증빙을 통해 확인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창작자에게 과도한 증빙 부담을 지운다는 반발이 나왔다. 정부 차원의 합의 없이 민간 단체가 창작의 범위를 정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음저협은 결국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철회했다. AI를 활용한 창작은 어디까지 저작권을 인정할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영화·드라마 제작에 AI… 일자리·저작권 갈등도

이런 논란과 관계없이 이미 영화·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AI로 모든 장면을 만든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100% AI 제작’을 내세운 공상과학(SF) 액션 영화 ‘스틸레이’는 다음 달 14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제작진은 10억 원을 들여 6개월 만에 90분 분량을 완성했다. 전 장면을 생성형 AI로 만들었지만, 이야기 구성과 음악, 목소리 연기는 사람이 맡았다.

중국 후난위성TV는 지난달 말부터 오후 8시에 AI로 만든 30부작 드라마 ‘후서유기’를 방영하고 있다. 실제 배우 없이 손오공과 병사 등 등장인물부터 산맥 등 배경까지 AI로 구현했다. 기획부터 방송까지 3개월이 걸렸다. 회당 제작비는 약 90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으로 기존 상업용 애니메이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장면마다 소품이 달라지는 오류가 있었지만, 첫 방송에서 지방 위성방송 중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제작사 모회사인 망고차오메이의 주가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올 1분기(1∼3월) 공개된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 12만8000편 가운데 95%는 AI로 만들어졌다. AI에 명령어를 입력한 뒤 쓸 만한 장면을 고르는 ‘처우카스(抽卡師)’라는 직업도 생겼다. 반면 중견 배우의 출연료는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조명·의상·촬영 인력의 일감도 줄었다. 제작사가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사이 사람이 맡던 일도 일부 사라지고 있다.

창작자들은 일찍부터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권리 침해를 막을 장치를 요구해 왔다.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은 2023년 대규모 파업 당시 제작사의 AI 사용 범위와 창작자 동의 절차를 두고 맞서며 AI 활용 제한과 허위 영상물(딥페이크) 방지책 등을 요구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해 5월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출품작에 AI 작화 의혹이 제기되자 독자들이 낮은 별점을 주며 항의했다. 예비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출품작이 동의 없이 플랫폼의 AI 학습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네이버웹툰은 이후 공모전에서 AI 활용을 전면 금지했다.

● 무단 학습 소송 잇따라… 저품질 콘텐츠도 골치

AI 개발사들을 상대로 한 학습 데이터 무단 이용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은 7월 작가들에게 15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지급하는 집단소송 합의에 나섰다.

소니뮤직퍼블리싱과 워너채플뮤직 등 음악 출판사 35곳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앤스로픽을 상대로 별도 소송을 냈다. 앤스로픽이 수만 곡의 가사와 악보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썼다며 곡당 최대 15만 달러(약 2억 원)의 배상과 해당 학습 데이터 폐기를 요구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AI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가 골칫거리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런 콘텐츠를 ‘슬롭(slop)’이라 부른다. 유튜브와 틱톡 등은 AI 생성 여부를 알리는 표시 제도를 운용하며 유해·저품질 콘텐츠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콘텐츠를 걸러내는 데도 AI를 쓴다. IT 업계에서 19년째 준법 감시와 보안 업무를 맡아 온 강진하 베스핀글로벌 이사는 “한 시간짜리 영상을 사람이 직접 보고 AI가 만든 것인지 판별하려고 하면 몇 개나 볼 수 있겠느냐”며 “콘텐츠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강 이사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기로 하고도 당장 대응하기 어려워 미루고 있다. 그는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1차 필터링에는 결국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판별하는 AI 자체가 오염되거나 잘못된 판정을 내렸을 경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역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검색부터 이미지까지 34.1%가 AI 활용

콘텐츠 업계는 자료 검색부터 이미지·영상 제작까지 AI를 두루 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4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 사업체의 34.1%가 업무에 AI를 공식적으로 활용했다. 장르별로는 애니메이션이 51.7%로 가장 높았고 음악이 21.6%로 가장 낮았다. 다만 AI를 공식 활용하는 사업체 가운데 2024년 기준 AI 전문 인력을 확보한 곳은 11.8%, 자체 생성형 AI를 구축한 곳은 2.9%에 그쳤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의 40.6%, 프리랜서의 41.9%는 업무에 AI를 쓴다고 답했다. 회사가 도입하지 않아도 개인 계정으로 쓰는 경우까지 포함한 수치다. AI를 쓰는 종사자의 84.1%, 프리랜서의 79.3%는 “앞으로도 쓸 뜻이 있다”고 잡했다.

AI를 주로 쓰는 업무는 서로 달랐다. 종사자들은 자료 탐색·검색·분석(34.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프리랜서는 3차원(3D) 모델링 생성·편집(35.5%)과 2차원(2D) 이미지 생성·편집(34.7%)에 주로 썼다. 김지현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별도 지원 인력 없이 기획부터 제작·수정·납품까지 맡는 프리랜서의 작업 환경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활용 목적(1·2순위)으로는 종사자(55.7%)와 프리랜서(54.9%) 모두가 ‘효율성·생산성 향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새로운 아이디어·인사이트 확보’는 각각 11.0%, 10.6%에 그쳤다.

김 책임연구원은 “현재 AI는 독립적인 창작 주체라기보다 인간이 주도하는 제작 과정 안에서 탐색과 초안 생성, 반복 작업, 일부 제작 업무를 지원하는 도구에 가깝다”며 “AI가 만든 결과물도 그대로 쓰기보다 작업자가 선별하고 조합한 뒤 수정·편집·후처리를 거쳐 최종 결과물로 완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 AI 사용 알리고, 사람의 창작 기여 따져야

전문가들은 산업 육성과 창작자 권리 보호를 함께 고려해 기술 발전에 뒤처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으로 AI 사용을 제재하기보다 제작 현장에 맞는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AI를 쓴 작품을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일괄 제외하면 사람의 창작적 기여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람이 대부분을 만들고 AI로 일부만 보완한 작품과 AI 결과물을 사람이 조금 수정한 작품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AI를 써서 만든 것이라면 썼다고 표시하는 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고, 그다음에는 시장이 판단하게 하면 된다”며 “지금처럼 AI를 쓴 창작물을 전부 하나의 ‘0(AI 창작물)’으로 묶어 버리면 인간의 기여 정도가 서로 다른 결과물까지 모두 똑같이 취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1(인간 창작물) 아니면 0인 구조를 1과 AI와 인간의 기여도에 따라 나뉘는 그 중간 단계인 0.5, 0.1도 있는 구조로 바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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