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따로 보내는 명절… 부부 싸움은 이해받고 싶어 하는 생존 투쟁

박성덕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6. 9. 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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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박성덕의 부부 마음길]
올해도 명절 앞두고 두렵다면
부부 치료 3단계를 명심하라
일러스트=유현호

출산 문제로 갈등을 겪는 A부부. 아내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남편은 지금도 싸우는데 아이가 생기면 더 많이 다투게 될 것이라며 반대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이혼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B부부는 2년 전부터 명절이 되면 남편은 본가로, 아내는 처가로 각자 갑니다. 그전에는 명절이 지날 때마다 아내가 시부모 때문에 상처받은 일을 이야기하고 이에 남편이 화를 참지 못해 싸우곤 했는데, 그러다 따로 명절을 보내게 된 겁니다. 두 부부 모두 상황이 금방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이처럼 부부 간 불화의 양상은 다양하고 표면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놓여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옳고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공통된 갈등 방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불화가 심하고 오래 지속된 부부일수록 각자의 이러한 자기 확신은 강해집니다.

부부가 옳고 그름을 주장한다는 것은 불화가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사이가 좋은 부부는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생각과 입장에 동조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쉽게 수용하고 이해합니다. 반면 불화가 심해질수록 자신의 생각이 옳고 상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더 굳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견을 조율하기가 어려워지고 자녀 출산이나 명절 갈등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상의 문제에서도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부딪히게 됩니다.

갈등이 깊어지면 배우자를 비난하고 경멸하는 말까지 나오게 됩니다. ‘당신은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애적이며, 내 마음과 감정은 손톱만큼도 생각해 주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가 옳다’는 주장이 강해질수록 상대의 잘못을 부각하게 되고, 결국 배우자를 ‘적’으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상대의 말에 동조하는 것조차 항복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서로를 지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부부 치료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모델 가운데 하나가 ‘정서중심 부부치료’입니다.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됐고 이론과 개인 기법 및 치료 과정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이 치료법은 문제 자체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관계 방식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정적인 정서를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관계가 안전하지 않으면 사소한 사건도 싸움으로 이어지고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집니다. 부부 관계가 먼저 안정돼야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치료 과정은 3단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단계는 부정적인 관계 방식을 약화시켜 싸움을 줄이는 것입니다. 불화가 깊은 부부는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면 쉽게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상담사는 우선 서로를 향한 공격과 비난을 멈추도록 합니다. 서로에게 생긴 상처에 귀를 기울이며 부부가 진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전쟁의 강도를 낮추는 단계입니다. 서로 적이 된 상태에서는 어떤 결정도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합의를 이끌기 어렵습니다. 부부는 상대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판단부터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싸움의 강도가 점차 줄어들면 그동안 묻어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2단계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과정입니다.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여보, 나를 바라봐 주고 사랑해 주면 좋겠어. 내 마음과 감정을 생각해 주면 좋겠어.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나는 외롭고 힘들었어’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점차 문제를 해결하기가 쉬워집니다. 출산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이 꺼려졌던 마음, 시댁이나 처가를 방문하기 힘들었던 마음도 그제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되면서 배우자를 더 이상 적으로 느끼지 않고 ‘내 편’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2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2단계를 거쳐 부부 사이에 공감과 이해가 쌓이면 3단계로 넘어갑니다. 이 단계에서는 서로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하면서 비로소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배우자가 내 편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남편과 함께 시댁을 찾는 일도, 아내와 함께 출산을 결정하는 일도 이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단계가 되면, 불화가 깊어진 상태에서는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상대방을 적대시할수록 자신의 뜻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문제를 풀다가 서로를 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동지가 돼야 합니다.

부부 싸움은 옳고 그름만으로 풀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힘들 때 배우자가 나에게 다가오느냐, 멀어지느냐 하는 그 순간이 사랑이냐 전쟁이냐를 결정짓습니다. 자녀 출산이나 시댁·처가 문제 자체보다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배우자가 먼저 이해하고 손을 내밀 때 문제는 풀리기 시작합니다. 배우자가 고통 속에 있는 나를 외면하고, 반대로 내가 고통 속에 있는 배우자를 외면하면 갈등은 더욱 깊어집니다.

결국 부부 싸움은 서로 미워서 벌이는 전쟁이라기보다 사랑받고 이해받기 위한 생존 투쟁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이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날을 세울 이유가 없으니까요. 지금 부부가 불화를 겪고 있다면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가 갈라서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댁이나 처가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으로 힘들 때 외면받고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부부가 서로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모와 친척을 만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함께 길을 나선 가족이 먼저 행복해야 시댁과 처가에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콧노래로 화답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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