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권력의 간섭 안 돼” 靑 “대법관 빨리 재제청해야”

김은경 기자 2026. 9. 12. 0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 사법 독립 강조한 날
靑은 기존 후보 중 재제청 압박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6년 9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대법관들과 입장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법원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법원이 다른 국가 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 당사자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치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사전 협의 없는 일방 통보식 제청”이라며 반려하고 재제청하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에서 추천했던 4인 중에서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골라 재제청하라는 입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보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법원조직법에 따라 후보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대법관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또다시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조희대 “원칙대로”… 대법관 추천위 새로 꾸릴 가능성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대법원에서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며 ‘부당한 간섭’을 언급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대법관 제청 반려와 재제청 요청을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제헌 헌법으로 삼권분립 원칙을 천명한 1948년 이후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 왔다”면서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법원이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사명을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의 신뢰와 성원, 수많은 법원 구성원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면서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의 언급은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조 대법원장이 2주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대법관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을 검토하면서 헌법학자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는 전례가 없어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속전속결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쟁점은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추천위에서 추천했던 4인 중 이 대통령이 반려한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제청할지, 추천위 자체를 새로 구성해 후보자를 제청할지 여부다.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조직법에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조 대법원장이 새로 추천위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재제청 요청 때부터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지 말고, 기존 후보자 중에서 재제청하라고 해왔다. 손 부장판사 외에 추천위가 추천했던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3명 가운데 한 명을 재제청하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판사 제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법관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바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했다. 새로 추천위를 구성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기존 후보자 중에서 추천해 ‘대법관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흥구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현재 대법관 14명 중 2명이 공석인 상황이다. 이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는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새로 추천위를 구성할 경우 청와대와 대법원의 ‘2차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우선하고, 제청권은 임명권을 뒷받침하는 권한일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대법관과 관련해 헌법이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을 나눠 놨으며, 각 권한은 동등하다는 의견이 많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