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지원금 부정수령’ 발칵… 삼성전자 “내역 전수조사”

한영원 기자 2026. 9. 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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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평택캠퍼스 직원 일부 70만원 부정수급 논란
11일 오후 남성들이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빌라촌 인근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직원들이 많이 사는 평택시 서정동·고덕동 빌라촌은 최근 ‘월세 지원금 부정 수급 의혹’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최기웅 기자

지난 10일 오전 경기 평택시 서정동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다. 중개업소 사장 A(60)씨는 이날 오전 상담 전화 5통을 받았다. 한 통에 20~30분씩 상담한 상대는 모두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었다. A씨는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전화”라고 했다. 평택 캠퍼스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 동네에는 자취하는 삼성전자 직원이 많이 산다.

최근 평택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엔 삼성전자 직원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역대급 반도체 호황으로 수억원대 ‘N% 성과급’을 받게 된 삼성전자 직원들의 ‘월세 지원금 부정 수령’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에 근무하는 저연차 미혼 직원들에게 2022년부터 주거비를 지원해왔다. 주거비(월 최대 70만원) 지원 대상 부동산은 전용면적 33㎡(약 10평) 미만 오피스텔이나 원룸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이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해 지원금을 타낸 사실이 최근 회사 측에 적발됐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지원금을 받으려고 실제보다 집 면적을 줄여 계약서에 기재하거나 관리비를 월세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실제 월세보다 금액을 부풀려 계약서를 작성한 뒤 회사에 제출해 지원금을 받아내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차액을 돌려받는 이른바 ‘월세깡’도 있었다고 한다.

평택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평택시 고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쓰리룸을 구하면서 계약서에는 원룸으로 적어 달라는 삼성 직원 문의를 적잖게 받았다”며 “삼성 직원이란 사람들이 ‘회사 사람들이 다 이렇게 구한다’는 식으로 당당하게 말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월세 지원금을 부정 수령한 삼성전자 직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얘기였다.

삼성전자 일부 직원이 ‘월세깡’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 10여 명을 세입자로 두고 있다는 서정동 오피스텔 건물주 이모(83)씨는 “실제 월세는 60만원인데, 삼성 직원들은 계약서에 70만원으로 적고 매달 70만원씩 보내왔다”며 “나중에 세입자에게 차액 10만원을 매달 돌려줬는데, 하루라도 늦으면 독촉 전화가 왔다”고 했다.

삼성전자 직원 월세 지원금 부정 수령 의혹은 이달 초 이 문제로 사측을 면담한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면서 급속히 퍼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허위 계약서 등을 제출하고 회사에서 월세 지원금을 타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정원(한뜻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회사를 속여 돈을 받아냈다면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공인중개사의 조력이나 부추김이 있었더라도 부정 수령한 직원이 형사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부정 수령자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부정 수령 규모는 파악 중”이라며 “경중에 따라 징계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변에선 부정 수령 직원들이 허위로 타낸 금액을 반환하고 퇴사할 경우 사측이 추가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거나, 퇴사하지 않을 경우 형사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

삼성전자에서 불거진 월세 지원금 부정 수령 의혹을 다른 기업 직원들도 주목하고 있다. ‘N% 성과급’을 받게 될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평택 캠퍼스에서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지난 5월 노사 합의에 따라 DS 부문 직원들은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한 특별 성과급을 10년간 지급받게 됐다.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초에는 직원 1인당 억대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세 지원금 부정 수령이 문제가 돼 퇴사하게 될 경우 수억 원대의 성과급을 날릴 수도 있다. 반면 부정 수령 문제로 사측과 면담했다는 한 삼성 직원은 블라인드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회사 측이 반도체 인력을 쉽게 내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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