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벌써 86% 장악…현대차 로봇, 살아남을 방법 있을까

2026. 9. 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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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휴머노이드 출하 상위 5개 업체 모두 중국 업체로 ‘기울어진 운동장’
가격·부품·양산에서 현대차가 밀려…마지막 승부처는 ‘공장용 아틀라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IRON)’이 로봇 생산라인에서 조립을 마친 뒤 스스로 걸어 나오고 있다. 샤오펑은 지난 9월 8일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라인을 공식 가동했다고 밝혔다. 샤오펑 제공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지난 8일 공개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IRON)’이 로봇 생산라인에서 조립을 마친 뒤 스스로 걸어 나왔다. 핵심 공정 자동화율은 80%가 넘는다. 샤오펑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중국과 해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자동차 생산방식을 그대로 로봇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샤오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의 기존 자동차 생산공간 일부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내줬다. 중국에서는 BYD·체리·세레스 등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앞세워 2028년 연산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기업들의 다음 경쟁장이 로봇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유는 로봇과 전기차를 뜯어보면 보인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주변을 보고, AI가 상황을 판단하고, 배터리가 공급한 전기로 모터를 움직인다. 자동차가 바퀴로 움직인다면 휴머노이드는 관절과 팔다리를 움직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전기차 업체가 확보한 배터리·모터·전력반도체·센서·AI 제어기술 상당 부분을 로봇에 다시 쓸 수 있다. 더 결정적인 강점은 수십만개의 부품을 일정한 품질로 대량생산하는 능력이다. 로봇업체가 가장 힘들어하는 ‘한 대 만들기’에서 ‘수만 대를 같은 품질로 만들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동차 회사에는 익숙하다.

공장도 갖고 있다. 자동차 회사는 자신이 만든 로봇을 투입할 첫 고객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조립·물류·검사 공정에 로봇을 넣어 실패시키고 다시 학습시키면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딜러망과 서비스망, 금융회사까지 갖춘 업체라면 이후 판매·정비·리스 사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캐피탈까지 묶어 로봇의 부품 조달부터 생산·물류·판매·금융을 연결하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경쟁이 시작되는 순간 이미 중국 쪽으로 운동장이 상당히 기울어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2만2000대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보다 약 300% 증가했다. 1위 애지봇이 약 9700대로 43%, 2위 유니트리가 7000대 이상으로 31%를 차지했다. 갈봇·유비테크·러쥐로보틱스까지 상위 5개가 모두 중국 업체다. 이들의 점유율을 합하면 86%다. 2025년에도 중국은 세계 휴머노이드 설치량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가격 경쟁력은 더 위협적이다. 유니트리가 현재 판매하는 G1의 시작가격은 1만3500달러이고 R1은 4900달러부터다. 연구·교육용 성격이 강해 아틀라스와 직접 비교할 제품은 아니다. 중국이 휴머노이드의 가격 하한선을 얼마나 빠르게 낮추고 있는지는 보여준다.

부품 생태계도 중국 쪽이 훨씬 두껍다. 맥킨지는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정밀 베어링 생산능력의 약 40%, 엔코더·위치센서의 40%, 드라이버보드·전력전자 부품의 30%를 중국이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은 중국 비중이 90%에 달한다. 전기차 산업을 키우면서 구축한 공급망이 그대로 휴머노이드의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의 규모’라는 문제가 붙는다. 사람에게 컵 하나를 집으라고 시키기는 쉽지만 로봇에게 처음 보는 컵을 떨어뜨리지 않고 집도록 가르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국 곳곳에는 이미 실제 가정·마트·공장 환경을 재현해 로봇의 동작 데이터를 생산하는 시설이 들어섰다. 베이징의 한 로봇 훈련기지는 하루 500시간 이상, 연간 15만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가정용과 서비스용을 포함한 범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현대차가 중국 업체를 물량과 가격으로 따라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28년 현대차가 연 3만대 생산체제를 갖출 때 중국 업체들은 이미 수년간 수만 대 단위의 제품을 시장에 풀며 가격을 낮추고 데이터를 쌓은 뒤일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새로 만들어질 로봇 시장 경쟁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 중국 업체들의 압도적인 출하량이 곧바로 ‘공장에서 사람 대신 일하는 로봇’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출하량 가운데 지능형 제조용은 13%, 창고·물류용은 5%였다. 공연·엔터테인먼트와 연구·데이터 생산 용도가 여전히 60% 이상이다. 중국 업체들도 복잡한 공장 작업에서는 낮은 작업속도와 손의 정밀성, 장시간 가동 안정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틀라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2028년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를 부품 서열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조립 공정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미국에 문을 연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에서는 실제 공장과 같은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다. 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넣는 구조다. 구글 딥마인드와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아틀라스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를 비롯한 글로벌 생산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가 중국 업체와 경쟁하려면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 집안일을 하는 값싼 로봇이나 공연장에서 춤추는 범용 휴머노이드를 중국보다 싸게 만드는 경쟁은 승산이 희박하다. 대신 자동차 공장에서 하루 수십시간 반복 작업을 해도 멈추지 않고, 사람 옆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며, 고장 났을 때 즉시 정비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에서는 가격보다 가동률과 신뢰성이 중요해진다.

현대차에는 세계 곳곳의 자동차 공장이라는 거대한 실험장이 있다. 아틀라스를 수천·수만대 직접 사용하면서 어떤 작업에서 고장이 나는지, 어느 동작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지를 축적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사 생산시설에서만 수만대 규모의 아틀라스 수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를 시작하기 전부터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휴머노이드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현대차가 처한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미 가격, 부품 공급망, 출하량에서 먼저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처럼 표준화된 대량 소비재로 발전한다면 중국 기업들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에게 남은 한 가닥 희망은 중국보다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국 로봇보다 비싸더라도 공장에서는 그 돈을 지불할 이유가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아틀라스가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가동률과 작업능력을 먼저 입증한다면 현대차는 범용 휴머노이드 시장의 승자가 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 반대로 2028년에도 아틀라스가 멋진 동작을 보여주는 시연용 로봇에 머문다면, 그때는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샤오펑 한 곳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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