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흉내 못내는 … 손맛 깃든 공예품이 대세

박태일 기자(ehtwelve@mk.co.kr) 2026. 9. 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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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무엇이든 몇 분이면 뚝딱 구현해낼 수 있는 시대, 김지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 전통문화확산본부장은 지금이야말로 공예품의 진가가 발휘될 때라고 강조한다.

김 본부장은 "개별 물건이 각각 소비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문화나 맥락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메타상품'이 돼야 한다"며 "공예품이야말로 한류와 접목된 메타상품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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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김지원 본부장
인간이 빚어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형태·색 매력
손끝의 흔적이 오감 깨우고
K콘텐츠와 연결해 한류 확산
게임·화장품 등 기업과 협업
공예를 '메타상품'으로 키워
나만의 물건 고르며 즐기길

3D 프린터로 무엇이든 몇 분이면 뚝딱 구현해낼 수 있는 시대, 김지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 전통문화확산본부장은 지금이야말로 공예품의 진가가 발휘될 때라고 강조한다. 공예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져 자칫 둔감해질 수 있는 인간의 오감을 깨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모양과 형태가 제각각인 공예품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것으로, 사용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쌓는다"면서 "물건에 깃든 손맛이 만든 사람과 쓰는 사람을 이어주며 감각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예품은 공산품과 달리 만들 때마다 형태와 색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김 본부장은 "이런 '편차'가 단점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조금씩 다른 물건들 사이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직접 고르는 재미를 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숨 쉬는 그릇으로 요리를 함께 완성하는 옹기나, 오돌토돌한 표면에서 번짐의 미감을 만들어내는 한지도 마찬가지다. 매끄러운 디스플레이 화면에 익숙한 세대에게 공예의 물성은 디지털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촉각과 시각의 감각을 일깨운다.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 디자인학 석사를 마친 김 본부장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개발팀장을 거쳐 현재 공진원에서 K콘텐츠 확산과 창작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이 런던에서 체류하며 찾아낸 시민들의 손때가 곳곳에 묻은 런던 풍경을 담은 '도시 감각'을 펴냈다.

◆ 공예품이 한류 열풍 재생산

그는 K콘텐츠 열풍을 재생산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공예품의 역할에도 주목한다. 영화를 감상하고 한식을 먹다 보면 그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사물'과 '생활문화'를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개별 물건이 각각 소비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문화나 맥락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메타상품'이 돼야 한다"며 "공예품이야말로 한류와 접목된 메타상품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선 공예품과 콘텐츠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을 만들어야 한다. 김 본부장은 "외국인들이 온라인상에서 한국인과 결혼하면 설거지 때문에 고생하겠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며 "이는 K콘텐츠와 식문화 사이에 강한 연상 고리가 생긴 상태로 음식에서 그릇, 그릇에서 생활문화로 관심 분야가 넓어지는 걸 방증하는 일화"라고 설명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전통문화확산본부 또한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창작자와 기업·유통·소비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김 본부장은 "전통문화를 알려야 했던 2010년대와 달리 지금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이제는 가치 있는 것을 어떻게 확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예품의 범위를 박물관 속 문화유산에만 가둘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단지 모양 바나나맛우유를 꼭 먹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며 "우리에게 너무 일상적이어서 그냥 지나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한국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게임·화장품과 공예품 협업 진행

공진원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이런 접점을 넓히고 있다. 카페 테라로사와는 한옥 기와 형태를 패턴화해 아이스커피 전용 컵을 만들고, LG생활건강과는 화장품 브랜드 '더후'에 맞춰 옻칠 트레이를 제작했다.

특히 크래프톤과는 게임 지식재산권(IP)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해 게임 내 '블루존'을 디지털 자개로 표현한 병풍과 그릇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게이머처럼 원래 전통문화와 접점이 없던 사람에게까지 관심을 환기하게 된 계기"라면서 "서로 다른 분야가 연결되며 문화라는 '면'이 만들어지고 확산 속도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본부장은 공예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는 데만 그치지 말고 직접 오프라인 공간을 찾기만 해도 어렵지 않게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단한 작품이 아니어도 작은 컵 하나라도 직접 골라 쓰다 보면 모양과 색, 손끝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며 "그렇게 하나씩 나만의 물건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공예를 즐기는 일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박태일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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