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도 몰라”…또 폭우 온다면?

윤경재 2026. 9. 11. 14: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광복절 연휴 경남 거제와 통영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200년 빈도' 수준의 기록적인 폭우는 지나갔지만, 이 같은 규모의 비가 또 내릴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100억 원대 피해가 난 거제면 식물원 근처 도로는 별도의 우수관로 없이 빗물이 하천으로 자연 배수되고 있습니다.

이번 거제·통영 지역은 관로 자체의 취약성에 더해 기록적인 폭우가 겹치면서 배수 시스템의 문제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광복절 연휴, 극한 호우에 침수된 경남 거제시 옥포동 도심 도로


■ 극한 폭우 또 온다면…우수관 실태는?

지난달 광복절 연휴 경남 거제와 통영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누적 강수량이 900mm를 넘으면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단전과 단수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집을 떠나 지내야 했습니다. 응급 복구 작업은 지난 4일 마무리됐지만 피해 주민들의 일상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0년 빈도’ 수준의 기록적인 폭우는 지나갔지만, 이 같은 규모의 비가 또 내릴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세우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이번 비로 침수 피해가 컸던 거제 도심을 중심으로 우수관로를 살펴봤습니다.

우수관로는 비가 내렸을 때 빗물을 모아 하천이나 바다 등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입니다. 우수관로는 도시 규모와 구조에 따라 설치 시기와 설계 기준, 단면, 규모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오래된 도심에는 서로 다른 시기에 설치된 관로들이 함께 존재하기도 합니다.

3가지 관로가 뒤섞여 있는 경남 거제시 고현동의 한 도로


■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담당 공무원도 몰라"

먼저 지하 4층까지 물이 들어찼던 거제시 고현동의 한 상가 건물 앞. 지하에 깔린 우수관은 지름 30㎝와 40㎝의 원형 관, 단면적 1.5㎡의 상자형 관로 등 3가지 관로가 섞여 있습니다.

배수가 제대로 안 돼 빗물이 강물처럼 흘러 넘쳤던 옥포동의 중심 도로에는 지름 60㎝와 30㎝ 원형 관이 함께 묻혀있습니다.

정전과 단수, 침수 피해가 겹쳤던 수월동의 한 아파트. 도로 아래에는 가로 3m, 세로 1.6m의 상자형 관이 깔려 있습니다.

또 100억 원대 피해가 난 거제면 식물원 근처 도로는 별도의 우수관로 없이 빗물이 하천으로 자연 배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거제 지역 우수관의 형태와 크기는 한 구역 안에서도 번지수마다 다를 정도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거제시는 특정 지역의 배수 체계가 '시간당 몇 ㎜의 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또 '몇 년 빈도의 강우를 기준으로 설계됐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거제시는 오래된 관로가 섞여 있어 현재의 기준으로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우수관로가 많고 복잡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침수 피해에 취약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온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지역별로 어느 정도의 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비의 양과 강도에 따른 침수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전문가들 "극한 호우에 우수관로 체계 취약성 드러나"

류시완 국립창원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어느 도시든 오래된 우수관로의 경우 당시 기준에 따라 설치됐지만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곳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도시나 새롭게 정비되는 지역은 전체적인 계획에 따라 일괄적으로 관로를 설치하지만, 오래된 지역은 필요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정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거제·통영 지역은 관로 자체의 취약성에 더해 기록적인 폭우가 겹치면서 배수 시스템의 문제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우창 경남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경남의 지형적 특성에도 주목했습니다. 경남은 산악 지역이 많아 빗물이 빠르게 저지대로 흘러드는 특성이 있는데, 우수관로는 과거의 강우량과 당시 설계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이번처럼 기존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발생하면 배수 능력에 한계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담당 공무원의 잦은 순환까지 더해지면서 관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현황 파악이 먼저…수재해 방재 체계 만들어야"

물론 모든 침수 피해의 원인을 우수관로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수관로의 상태를 파악한 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로의 위치와 배수 능력, 연결 상태까지 파악이 돼 있어야 강우 예보에 따라 어느 지역의 침수 위험이 높은지 판단하고 대응 수위도 정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의 우수관로를 한 번에 뜯어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상습침수지역, 저지대, 관로의 배수 능력이 부족한 지역, 노후화됐거나 정보가 부족한 구간 등을 먼저 찾아내고 단계적으로 개선할 과제가 남았습니다. 또, 우수관로와 저류 시설, 배수펌프장과 하천 등을 연계해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번 같은 극한 폭우가 다시 내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200년 강우빈도'였다고 하는데, 앞으로 200년 동안 이 같은 규모의 비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의 기준과 대책, 매뉴얼로 현재의 도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윤경재 기자, 이연지 인턴기자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