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US오픈 4강에서 나이키가 사라졌다…'투톱' 시너·알카라스 동반 실종 여파

김종석 기자 2026. 9. 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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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자 테니스의 메이저 우승 시상대에서 가장 익숙한 로고 가운데 하나는 나이키의 스우시였습니다.

알카라스와 시너는 여전히 남자 테니스의 중심에 있었고 메이저 우승 경쟁의 가장 강력한 축이었습니다.

한때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거대 종합 스포츠 브랜드가 중심이었던 테니스 의류 시장에 라켓 전문 브랜드와 애슬레저 브랜드, 러닝 브랜드까지 들어와 메이저 4강을 한 자리씩 나눠 가진 셈입니다.

최근 메이저 우승을 양분해 온 나이키의 두 간판 시너와 알카라스가 모두 빠지자 남자 테니스의 최종 무대에는 전혀 다른 브랜드 지형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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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베레프 아디다스·하차노프 윌슨·티아포 룰루레몬·셸턴 온(On)
- 최근 메이저 양분해 온 시너·알카라스가 모두 나이키 간판
- 티아포는 나이키 떠나 룰루레몬으로…온·윌슨도 테니스 의류 시장 확대
- 라켓은 요넥스가 남자 4강 2명·여자도 2명…남자 결승 진출 1명 확정
2026 US오픈 남자단식 4강 진출자들.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아디다스, 카렌 하차노프는 윌슨, 프랜시스 티아포는 룰루레몬, 벤 셸턴은 온을 입고 있다. 네 선수의 의류 브랜드가 모두 다르고 나이키 후원 선수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US오픈 제공

최근 남자 테니스의 메이저 우승 시상대에서 가장 익숙한 로고 가운데 하나는 나이키의 스우시였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야니크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 최근 남자 테니스를 양분해 온 두 선수가 모두 나이키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호주오픈부터 2025년 US오픈까지 열린 8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은 전부 시너와 알카라스가 나눠 가졌습니다. 두 선수가 남자 테니스의 새로운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으면서 나이키는 메이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엄청난 노출 효과를 누렸습니다.

 이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습니다. 알카라스와 시너는 여전히 남자 테니스의 중심에 있었고 메이저 우승 경쟁의 가장 강력한 축이었습니다.

 그런 두 선수가 이번 US오픈 4강 대진표에서는 함께 사라졌습니다.

 시너는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알카라스는 8강에서 벤 셸턴에게 4시간28분 혈투 끝에 2-3으로 졌습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새벽 3시33분. US오픈 역사상 가장 늦게 끝난 경기였습니다.

 알카라스가 마지막 공을 넘기지 못한 순간 선수 한 명만 탈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자단식 4강에서 나이키의 스우시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남은 네 선수의 옷에는 서로 다른 네 개의 브랜드가 새겨져 있습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아디다스, 카렌 하차노프는 윌슨, 프랜시스 티아포는 룰루레몬, 벤 셸턴은 온(On)입니다. 즈베레프가 이번 대회에서 입고 있는 흰색 경기복도 아디다스가 US 테니스 시즌을 위해 내놓은 'New York Collection'입니다. 아디다스는 공식 발표에서 즈베레프를 이 컬렉션의 착용 선수로 명시했습니다.

 한때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거대 종합 스포츠 브랜드가 중심이었던 테니스 의류 시장에 라켓 전문 브랜드와 애슬레저 브랜드, 러닝 브랜드까지 들어와 메이저 4강을 한 자리씩 나눠 가진 셈입니다.

US오픈 4강에 진출한 티아포. USTA

나이키 떠난 티아포가 4강으로

 이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선수는 티아포입니다.

 티아포는 오랫동안 나이키를 입었지만 현재는 룰루레몬을 대표하는 테니스 선수 가운데 한 명입니다. 미국 남자 테니스의 대표적인 흥행 스타가 거대 종합 스포츠 브랜드를 떠나 애슬레저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이동한 사례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알렉스 미켈센에게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어 자신의 세 번째 US오픈 4강에 올랐습니다. 준결승 상대는 셸턴입니다. 두 미국 선수가 결승 진출권 한 장을 놓고 맞붙습니다.

 셸턴의 온 역시 기존 테니스 브랜드와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스위스 러닝 브랜드로 성장한 뒤 로저 페더러와의 연결을 통해 테니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고 셸턴을 전면에 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선수를 단순히 옷을 입혀 광고하는 모델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셸턴은 온의 테니스 컬렉션 디자인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개성과 스토리까지 제품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윌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라켓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라켓만 공급하는 데서 벗어나 의류와 신발까지 아우르는 토털 테니스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차노프가 그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 선수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번 4강에서 나이키가 없다는 사실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그래서 테니스 의류 시장이 얼마나 다극화되고 있느냐입니다.

벤 셸턴과 프랜시스 티아포는 의류 브랜드는 각각 온과 룰루레몬으로 다르지만 라켓은 모두 요넥스를 사용한다. 셸턴은 EZONE 98, 티아포는 PERCEPT 97을 들고 있으며 둘의 준결승 맞대결로 요넥스 라켓 사용 선수의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Yonex 제공

의류는 4개 브랜드, 라켓은 요넥스가 절반

 라켓으로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남자단식 4강 진출자 가운데 셸턴과 티아포 두 명이 요넥스 라켓을 사용합니다.

 셸턴은 EZONE 98, 티아포는 PERCEPT 97을 들고 있습니다. 둘이 준결승에서 직접 맞붙기 때문에 요넥스는 남자단식 결승 진출자 한 명을 이미 확보한 셈입니다.

 요넥스의 존재감은 남자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여자단식 4강에도 제시카 페굴라와 엘레나 리바키나 등 요넥스 라켓 사용자 두 명이 올라 있습니다. 페굴라는 EZONE 98, 리바키나는 VCORE 100을 사용합니다.

 남녀 단식을 합치면 4강 진출자 8명 가운데 4명이 요넥스 라켓을 든 셈입니다. 의류에서는 남자 4강 네 명이 네 브랜드로 정확히 갈렸지만 라켓에서는 요넥스가 남녀 모두 절반씩 차지했습니다.

 이 대비도 흥미롭습니다.

 스포츠웨어 시장에서는 선수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따라 후원사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라켓은 경기력과 타구감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장비여서 선수와 특정 브랜드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셸턴과 티아포는 플레이 스타일도 다릅니다. 셸턴은 강력한 서브와 폭발적인 포핸드를 앞세우고, 티아포는 빠른 템포와 감각적인 타구가 강점입니다. 서로 다른 유형의 미국 스타가 같은 요넥스 라켓을 들고 US오픈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습니다.

나이키 대표 주자 시너와 알카라스 

나이키의 '선택과 집중'인가

 물론 이번 4강만으로 나이키의 테니스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시너와 알카라스라는 현재 남자 테니스의 가장 강력한 두 스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가 최근 메이저 우승을 사실상 양분하면서 나이키는 상대적으로 적은 선수 숫자로도 막대한 노출 효과를 누렸습니다.

 오히려 과거처럼 많은 선수를 폭넓게 확보하기보다 소수의 초특급 스타에게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 경쟁자들이 빈틈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룰루레몬은 티아포를 통해 애슬레저에서 테니스로 영역을 넓혔고, 온은 셸턴을 앞세워 러닝 브랜드의 이미지를 테니스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윌슨 역시 라켓 회사라는 기존의 경계를 넘어 의류와 신발 시장까지 진입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나이키가 최근 맞닥뜨린 사업 환경과도 겹칩니다. 글로벌 스포츠 신발 시장에서 나이키의 점유율은 2022년 25.9%에서 2025년 22.9%로 하락했고, 아디다스와 온을 비롯한 경쟁 브랜드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US오픈 4강의 결과를 나이키의 사업 부진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시너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고 알카라스는 코트에서 셸턴에게 패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징성입니다.

 최근 메이저 우승을 양분해 온 나이키의 두 간판 시너와 알카라스가 모두 빠지자 남자 테니스의 최종 무대에는 전혀 다른 브랜드 지형이 드러났습니다.

 의류에서는 아디다스·윌슨·룰루레몬·온이 한 자리씩 나눠 가졌습니다. 반면 라켓에서는 요넥스가 남자 4강 두 명에 이어 여자 4강에서도 페굴라와 리바키나 두 명을 올렸습니다.

 2026 US오픈 4강은 그래서 단순한 선수 대진표가 아닙니다.

 거대 브랜드 몇 곳이 지배하던 테니스 시장이 어떻게 여러 브랜드의 경쟁 무대로 바뀌고 있는지, 그리고 의류와 라켓 시장에서 서로 다른 힘의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장의 지도에 가깝습니다.

 그 지도에서 이번 남자 4강에는 나이키가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요넥스는 남녀 4강 진출자 8명 가운데 4명의 손에 라켓을 쥐여줬고, 남자부에서는 이미 결승 한 자리까지 확보했습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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