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에 자신 있으니까요”…행궁동서 반세기 지킨 ‘수원만두’ [먹어볼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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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에는 조금 낯선 중국집이 있다. 중국집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짜장면과 짬뽕은 없지만, 대신 메뉴판 위쪽을 차지한 것은 '만두'다. '먹어볼 만두'의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대만계 화교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수원 행궁동 '수원만두'다.
수원만두에서 흥미로운 점은 만두 종류에 따라 식감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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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부터 한자리 지킨 노포…아들로 이어진 4대째 손맛
바삭한 군만두에 얼큰한 소고기탕면…행궁동의 중화요리집
중국집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짜장면과 짬뽕은 없지만, 대신 메뉴판 위쪽을 차지한 것은 ‘만두’다.
“왜 중국집인데 짜장면과 짬뽕은 안 파세요?” 이유를 묻자 “만두에 자신 있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먹어볼 만두’의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대만계 화교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수원 행궁동 ‘수원만두’다.

‘수원만두’의 ‘수원’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도시 수원(水原)과는 다른 한자를 사용한다. 장수 수(壽)에 동산 원(園)을 써 ‘수원(壽園)’이다. ‘장수하는 곳’이라는 뜻과 도시 수원의 이름을 함께 떠올릴 수 있도록 지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풍기는 분위기 역시 요즘 중국집과는 사뭇 다르다. 깔끔한 하얀색 건물 안에는 큼직하고 멋스러운 중화풍 장식들이 가득하다. 행궁동의 카페와 소품숍이 모인 거리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잠시 다른 곳으로 여행을 온 듯했다.
■ 바삭과 촉촉 둘다 잡은 ‘군만두’…“서비스 만두 생각하면 오산”
“군만두부터 먹어볼까요?”
이곳에서는 네 종류의 만두를 맛볼 수 있지만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것은 군만두였다.
중국집 군만두라면 으레 납작하고 바싹 튀겨진 모양을 떠올리기 쉽다. 수원만두의 군만두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여러 개의 만두가 서로 붙은 채 한 판처럼 나온다.

한 개를 떼어 입에 넣자 먼저 바삭한 피가 부서진다. 하지만 끝까지 바삭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만두끼리 맞닿아 있던 부분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만두 하나에서 바삭함과 촉촉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셈이다.
특히 속은 예상보다 훨씬 촉촉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피가 딱딱해지는 흔한 군만두와 달리, 겉은 바삭하면서도 안쪽에는 만두소의 육즙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같은 만두인데 피가 다르다…‘물만두’부터 묵직한 ‘고기만두’까지
수원만두에서 흥미로운 점은 만두 종류에 따라 식감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물만두는 다른 가게보다 피가 도톰한 편이다. 야들야들한 식감은 살리면서도 흔히 생각하는 가벼운 물만두와 달리 제법 묵직한 느낌을 준다.
처음 한입을 먹었을 때는 살짝 이국적인 향도 느껴졌다. 혹시 특별한 향신료를 사용하는지 물었지만 가게 측은 “특별한 향신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모두 한국 것을 쓴다”고 설명했다.

대신 만두마다 맛과 식감이 다른 비결은 ‘피’에 있다고 했다.
군만두와 찐만두, 물만두 등 종류에 따라 피 반죽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만두소를 품고 있어도 피와 조리 방식이 달라지면서 저마다 다른 식감과 맛을 만들어낸다.
고기만두는 네 종류 가운데 가장 묵직한 편이다. 젓가락으로 하나를 들어 올리면 제법 무게가 느껴진다. 도톰한 피는 일반적인 얇은 만두피보다는 찐빵에 가까운 폭신한 식감을 낸다.
‘수원만두’의 만두는 한두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진다. 간식보다는 한 끼 식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 만두 먹다 국물 한입…뜻밖의 별미 ‘소고기탕면’
만두 네 종류만으로도 테이블은 가득 찼지만 이 집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메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소고기탕면이다.
짜장면과 짬뽕이 없는 자리를 대신하는 이 집의 면 요리다.
붉은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면 얼큰한 맛이 먼저 올라온다. 매콤한 갈비탕과 우거지국의 중간쯤을 연상시키는 맛이다.

국물 안에는 큼직한 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고 직접 만든 면발도 비교적 도톰하다. 주방에서는 소고기탕면에 들어가는 아롱사태를 직접 손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만두와의 궁합이 좋았다.
군만두와 고기만두를 연달아 먹다 보면 입안에 기름진 맛이 조금씩 쌓인다. 그때 얼큰한 국물을 한 숟갈 먹으면 입안이 다시 깔끔하게 정리된다.
둘이 방문한다면 만두 한 접시와 소고기탕면 하나를 함께 놓고 먹어볼 만하다.
■ 1972년부터 한자리…아들이 이어가는 ‘4대째’
맛만큼이나 이 집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다. ‘수원만두’는 1972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것은 대만계 화교 초대 사장의 손자 며느리와 그의 아들이다. 서지란 사장님은 20대에 이 집안으로 시집와 40년 넘게 가게 일을 함께해 왔고, 이제는 아들이 사업을 이어받아 4대째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이곳에서 일해온 주방장도 어느덧 20년 넘게 같은 주방을 지키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달리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만큼 긴 시간을 ‘수원만두’와 함께 보냈다.

오랜 세월만큼 만두를 빚는 방식도 조금씩 변해왔다.
과거에는 만두피를 만들 때 팔팔 끓는 물로 밀가루를 익혀가며 직접 반죽했다. 지금은 일부 작업에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만두를 만드는 기본 방식과 레시피는 오랫동안 집안에서 이어온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다시 익숙한 행궁동 풍경이 펼쳐졌다.
한 시간 남짓한 식사였지만 군만두를 하나씩 떼어 먹고 소고기탕면 국물을 떠먹는 동안만큼은 잠시 오래된 중화요리집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빠르게 변하는 행궁동 한편에서, 이곳의 만두는 그렇게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이어오고 있었다.
서다희 기자 happiness@kyeonggi.com
이실유 기자 lsy0808@kyeonggi.com
남희정 인턴기자 southeee92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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