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의 매크로 리뷰 <42> AI 호황에 '백투백' 긴축 선택한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vs 821조 예산 폭탄… 엇박자에 장기금리 '발작'

정원석 조선비즈 기자 2026. 9. 11. 12: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은행(한은)은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2025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연 3.0%로 복귀했다. 7월 3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곧바로 단행한 '백투백(back-to-back·2회 연속)' 인상이다.

AI 붐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이 아닌 인플레를 만들면서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국은행(한은)은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2025년 2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연 3.0%로 복귀했다. 7월 3년 6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곧바로 단행한 ‘백투백(back-to-back·2회 연속)’ 인상이다. 미국과 기준금리 차(상단 기준)는 1%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이 백투백 인상에 나선 것은 2007년 7~8월, 2021년 11월~2022년 1월, 2022년 4월~2023년 1월 세 차례에 그친다. 그만큼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런 비상 처방을 내린 것은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만든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의 소득 증가로 이어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하 인플레)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2026년과 202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월 전망치인 2.6%와 2.1%에서 3.3%와 2.9%로 올렸다. 2월 전망치(2.0%)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3%포인트 올려 잡은 것이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유지했다. 현재 물가보다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 만들어낼 인플레 압력을 선제적으로 제어하겠다는 뜻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선제 대응을 통한 물가 오름세 확산 방지가 중요하다”며 “가래가 아닌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으로 3.25%를 제시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1일 청와대에 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07년보다 빨라진 '호미' 대응

이번 백투백 인상은 경기 상승이 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 과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연달아 올린 2007년 7~8월과 닮았다. 당시 금리 인상이 금융 불균형이 뚜렷해진 뒤의 대응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소득이 소비·자산시장으로 확산하기 전에 금리를 올렸다는 차이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산업통상부 잠정치)한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은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을 38년 만의 최고치인 15.6%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분기 GDP 성장률 3.7%와 격차는 11.9%포인트에 달했다. 지난 20년간 두 지표의 평균 격차가 0.14%포인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AI투자 붐이 한국 경제에 안긴 소득 증가 효과가 얼마나 막대한지 보여준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소득은 우선 기업 이익으로 쌓이지만 시차를 두고 임금·성과급, 설비투자, 세수·재정지출을 통해 내수로 흘러든다. 권효성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과 법인세수 증가가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생산을 초과한 소득 증가가 수요 측 인플레 압력을 키우는 효과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AI 호황으로 올해 11% 성장이 전망된 대만보다 한국에서 인플레 압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대만에서는 AI 수요가 반도체와 서버 생산량을 늘려 실질 GDP를 끌어올리는 반면, AI 특수가 반도체로 집중된 한국에서는 수요 증가가 생산량보다 가격과 기업 이익, 국민소득을 더 빠르게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대만은 명목임금이 한국보다 훨씬 낮고 정보기술(IT)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며 “(임금이 높은) 한국에서 수요 측 인플레 압력이 나타날 경로가 더 많다”고 말했다.

성장의 호재가 긴축의 원인으로

한은의 백투백 금리 인상은 AI 투자 붐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이어진 선도 사례로 볼 수 있다.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AI는 장기적으로 인플레 압력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먼저 나타난 효과는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과 공급 병목, 가격 급등이었다. AI 붐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이 아닌 인플레를 만들면서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AI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요국의 확장 재정은 중앙은행의 딜레마를 키운다. 한국 이재명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한 2027년 정부 예산안을 9월 1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0.6%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예산 증가율이다. 더구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8.4%로 잡아 2030년 예산을 1005조2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도 식료품 소비세 인하와 함께 17개 전략 분야에 2040년까지 민관 합계 370조엔(약 3182조원)의 투자를 유도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감세와 전략산업 투자를 통해 국내 생산능력과 세수를 동시에 늘리겠다는 점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과 방향이 닮았다.

금리 발작으로 반격하는 시장

AI 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가 재정을 풀수록 중앙은행은 인플레 억제 차원에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 재정은 수요를 밀어 올리고 통화정책은 이를 억누르는 엇박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확장 재정과 인플레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장기금리 발작으로 나타나고 있다. 9월 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8%를 돌파해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장중 연 3%를 넘어 1996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로 올라섰다. 영국 1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각각 20년과 30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연 4.4%를 돌파해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AI 투자 붐을 확산시키려는 재정 정책과 물가를 누르려는 통화정책이 충돌하면서 AI 투자 비용이 다시 오르는 역설이 시작됐다.

Plus Point
연준은 美 중간선거 전에 금리 올릴까

케빈 워시(가운데) 연준 의장이 8월 28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앤드루 베일리(오른쪽) 영국은행 총재, 티프 매클럼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까.

워시 의장은 8월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가 목표를 향해 충분히 빠르고 분명하게 움직인다는 확신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할 일이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연설 후 시장이 반영한 9월 인상 확률은 35% 안팎에서 60% 가까이 뛰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도 9월 1일 “인플레가 충분히 완화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 고 했다. AI 투자에 힘입어 성장과 고용이 안정적인 만큼 긴축 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론도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기대 인플레가 안정돼 있고, AI의 수요 확대 효과는 약해지는 반면 생산성을 높이는 공급 효과는 커질 수 있다”며 “시장이 보는 금리 인상 확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금리를 원하는 백악관과 인플레를 억제하려는 연준이 충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이 지향하는 장기금리 하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