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터빈 ‘품귀’ 언제까지…2030년엔 공급과잉 오나
글로벌 생산능력 2030년까지 50% 이상 확대…빅3 비중 70% 전망
대형 프레임 증설 집중…AI 전력수요 둔화·배터리 경쟁 땐 유휴설비 우려
[수소신문] 글로벌 전력수요 증가로 가스터빈 주문이 몰리면서 첨단 가스터빈의 납기가 길어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이에 대응해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2030년 전후에는 오히려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NEF(BNEF)가 26개 가스터빈 제조사의 44개 조립시설을 분석한 'Global Gas Turbine Manufacturing Outlook: Crunch, for Now'에 따르면 현재 발표된 증설계획이 진행될 경우 글로벌 가스터빈 연간 생산능력은 2030년까지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능력 확대는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 미쓰비시중공업 등 글로벌 3대 제조사가 주도한다.
이들 3개사는 현재 글로벌 가스터빈 제조능력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비중이 약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추가되는 생산능력 35GW 가운데 28GW가 이들 3개사를 통해 공급된다.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보다는 기존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방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3대 제조사를 제외한 업체들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글로벌 생산능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2030년까지 추가되는 생산능력의 약 20%를 담당할 전망이다.
Caterpillar의 Solar Turbines는 생산능력을 약 80% 확대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수주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Baker Hughes와 Ansaldo Energia도 각각 조립라인 생산능력을 28% 확대한다.
대형 프레임이 증설 주도…병목은 조립 이전 단계
제품별로는 대형 프레임 가스터빈의 증설 규모가 가장 크다.
BNEF에 따르면 2030년까지 늘어나는 전체 생산능력 가운데 약 80%가 대형 프레임 터빈에서 발생한다. 대형 프레임 가스터빈 생산능력은 59% 늘어나면서 2030년 전체 가스터빈 생산능력의 72%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연계 프로젝트가 규모와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대형 가스터빈 수요가 증설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용 가스터빈 생산능력은 41%, 에어로더리버티브 가스터빈은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분야는 앞단 공급망의 병목과 함께 항공우주, 석유·가스, 방위산업 등과 동일 부품을 놓고 벌이는 경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가스터빈 납기를 제한하는 요인도 최종 조립보다는 그 이전 단계에 있다는 게 BNEF의 분석이다.
주요 우려 분야는 단결정 블레이드와 베인, 구조용 단조품, 특수합금, 희토류 원료 등이다. 발전기와 제어장치, 배열회수보일러(HRSG), 숙련인력 역시 가스터빈 생산 확대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지금은 부족하지만…수요 꺾이면 증설이 부담
현재의 공급 부족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BNEF는 가스터빈 산업이 과거에도 호황과 침체를 반복하면서 생산시설 폐쇄와 공급망 통합, 기업 파산 등을 경험했다고 짚었다.
이번 증설 역시 향후 전력수요가 예상대로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AI가 이끄는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약해지거나 발전 프로젝트의 건설 준비가 지연될 경우 늘어난 생산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이 낮아지는 배터리와의 경쟁도 변수다. 배터리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가스터빈 수요 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BNEF의 분석이다.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당장은 공급 부족에 대응한 증설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030년까지 생산능력이 50% 이상 확대되는 만큼 이후 시장의 초점은 부족한 공급을 얼마나 늘리느냐에서, 늘어난 생산능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가스터빈 '품귀'가 지속될지, 아니면 대규모 증설 이후 공급과잉으로 전환될지가 2030년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