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더 꽂고 싶어도 전기가 없다”…AI 전쟁, 이젠 ‘전력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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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돌릴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인공지능(AI) 경쟁의 병목이 '반도체 확보'에서 이제는 '전력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반도체 팹(공장)과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AI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GPU 등 반도체 사이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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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까지 늘며 전력 수요 급증
데이터센터 규모도 이젠 ‘GW’로 평가
전력망부터 칩까지 효율이 새 승부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1/mk/20260911110308767plqn.jpg)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이프리덤자산운용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주목한 AI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기술은 첨단 패키징과 검사·계측·테스트, 광통신, 그리고 하나는 전력 기술로 나타났다.
미국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 아나로그디바이스(ADI)는 AI 시대의 핵심 제약 가운데 하나로 ‘전력 가용성(Power Availability)’을 꼽았다.
AI 시대 전력 수요가 늘면서 데이터센터 규모를 따지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초당 얼마나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FLOPS(플롭스)나 TOPS(톱스) 등 컴퓨팅 성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가와트(GW)가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AI 경쟁이 ‘얼마나 좋은 칩을 확보하느냐’에서 ‘그 칩을 얼마나 많이 돌릴 수 있느냐’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전력 확보는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정부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장기적으로 10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GW는 설비용량 기준 1000메가와트(MW)급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규모로, 웬만한 대형 발전 단지의 발전 능력을 한 지역에 집중해야 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대형 전력 소비처로 등장했다. SK는 전국에 총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울산에서는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 브룩필드와 손잡고 국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우선 200MW급 AI 인프라를 구축해 엔비디아 GPU 약 10만개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200MW는 설비용량 기준 1000MW급 원전 1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 규모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동시에 늘면서 발전량 못지않게 송전망 확보도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소에서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제때 들어서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곳까지 전기를 보낼 수 없어서다. 업계가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짓느냐보다 실제 전력을 공급받기까지 걸리는 전력 확보 기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송전망 확충을 기다리지 않고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발전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하는 마이크로그리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를 효율적으로 공급·관리하고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아날로그 반도체의 역할 역시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질수록 수많은 GPU가 주고받는 데이터도 폭증하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 신호만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 전력 소모가 늘고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통신 장치를 GPU 등 핵심 반도체 바로 옆에 배치하는 광공동패키징(CPO) 기술도 부각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GPU 등 반도체 사이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 신호 대신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플랫폼 ‘COUPE’ 생산에 이미 착수했다.
박정임 케이프리덤자산운용 대표는 “국내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이야기할 때 메모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AI 시대에는 반도체 산업을 훨씬 넓게 볼 필요가 있다”며 “첨단 패키징과 검사·계측·테스트, 전력관리, 광통신 등 AI 반도체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기술에서도 새로운 투자 기회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로드맵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이런 기반 기술과 이를 구현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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