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옆자리] 오슬로에서 쓰는 편지-리더십에 대하여

김영희 2026. 9. 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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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에서 하랄 5세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뜻밖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국왕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단순히 국가원수를 잃은 애도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랄 5세는 지난달 28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국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7시간 넘게 기다리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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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에서 하랄 5세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뜻밖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국왕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단순히 국가원수를 잃은 애도 이상의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자신들과 함께 살아온 한 사람을 향한 애정이었습니다.

하랄 5세는 지난달 28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왕실이 지난 1일부터 왕궁 예배당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자 추모객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국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7시간 넘게 기다리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국왕을 사랑한다”, “왕실의 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9일 진행된 장례식에는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호콘 8세를 비롯해 영국 윌리엄 왕세자, 스페인 펠리페 국왕 부부 등 유럽 왕실 인사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마음을 움직인 것은 화려한 조문객 명단이 아니었습니다. 왕궁 앞에 조용히 꽃을 놓고 국기를 놓고 눈물을 훔치던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하랄 5세는 왕실의 현대화를 이끌고 포용적인 행보를 보이며 노르웨이 사회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6년 요트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팀을 꾸려 출전, 2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대회기간 중 자신의 요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려 했습니다. 이처럼 소탈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 할아버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권위가 아니라 친근함으로 존경을 얻은 셈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지도자를 존경하기보다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넘쳐나지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권력을 잡으면 목소리는 커지고,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서로를 탓하는 모습도 익숙합니다.

국민이 지도자를 사랑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존경 역시 직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보여준 태도와 책임, 그리고 국민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느냐가 쌓여 만들어집니다.

오슬로의 긴 추모 행렬을 바라보며 부러웠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국민이 진심으로 슬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직책이 아니라 이름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오슬로의 서늘한 밤거리에서 그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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