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는 뛰는데…사우디는 아시아 원유값 낮췄다
민지형 기자 2026. 9. 11. 06:02
중동 전쟁 프리미엄에 두바이유, 브렌트유보다 비싸져
아람코, 아시아 고객 이탈 막으려 원유 가격 석 달째 인하
원유 조달 부담 낮아진 국내 정유사, 실적 기대감 커져
아시아 원유시장의 기준물인 두바이유가 국제유가의 대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품질이 낮아 브렌트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던 두바이유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전쟁 프리미엄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3개월째 낮추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아시아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아람코, 아시아 고객 이탈 막으려 원유 가격 석 달째 인하
원유 조달 부담 낮아진 국내 정유사, 실적 기대감 커져
아시아 원유시장의 기준물인 두바이유가 국제유가의 대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품질이 낮아 브렌트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던 두바이유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전쟁 프리미엄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3개월째 낮추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아시아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5.09달러, 브렌트유는 100.4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5.23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브렌트유보다 4.68달러 비싸다. 앞서 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29달러(3.36%) 오른 101.21달러에 마감해 종가 기준 5월 2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물 WTI도 3.02달러(3.25%) 오른 96.05달러로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런 가격 역전은 통상적인 품질 논리를 뒤집은 것이다. 두바이유는 API 비중 31도의 중질유에 유황 함량이 2.0%인 고유황 원유인 반면, 브렌트유는 API 비중 38도의 경질유에 유황 함량이 0.37%다. 경질·저유황 원유가 정제가 쉬워 통상 프리미엄이 붙는다. 국제금융센터 등은 두바이유가 품질 탓에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달러가량 저렴하게 거래돼왔다고 분석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현재는 7~8달러가 뒤집힌 것이다. 한국은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으로 연간 약 10억 배럴을 들여오고, 여전히 70~80%를 중동에 의존한다.
이렇듯 원유값이 뛰는 국면에서 사우디의 아람코가 반대로 움직여 관심을 모은다. 아람코는 사우디 정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국영 석유회사로, 세계 최대 원유 수출 기업이자 한국의 주요 원유 공급처다. 아람코가 10월 아시아에 공급하는 아랍라이트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은 오만·두바이유 평균 대비 배럴당 2달러 낮게 책정됐다.
OSP는 산유국이 지역·유종별로 정하는 원유 공식판매가격이다. 시장에서 그날그날 형성되는 현물 가격과 달리, 아람코가 기준유가에 할증이나 할인을 얹어 매달 직접 정한다. 아시아에는 오만·두바이유 평균가가 기준이다. 정유사가 실제로 내는 값은 이 기준유가에 OSP를 더한 금액인데, 기준유가는 시장이 정하고 OSP만 아람코가 정한다. 두바이유가 치솟는 국면에서 아람코가 손댈 수 있는 여지가 OSP뿐이었던 셈이다.
실제 흐름도 가파르다. 7월 배럴당 9.5달러 할증이던 아시아향 아랍라이트 OSP는 8월 1.5달러 할인으로 돌아섰고, 9월 2달러 할인으로 폭을 키운 뒤 10월에도 같은 수준이 유지됐다. 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2분기에는 할증료가 11.7달러까지 치솟았던 만큼, 폭으로는 13달러가 넘는 반전이다. 아람코의 결정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이라크 등 다른 걸프 산유국의 아시아 수출가에도 지표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바이유가 비싼 상황이라, 통상 아시아에 조금 비싸게 책정했던 사우디가 OSP까지 프리미엄이 유지될 경우 아시아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OSP를 낮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 등은 생산되는 기름을 처분하는 것에 대해 예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준유가가 이미 높아진 만큼 아시아 프리미엄까지 얹으면 공급망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처 다변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아시아 각국이 미국·호주·캐나다·서아프리카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고 중국이 러시아·이라크산 도입을 늘리면서 사우디산 원유의 입지가 좁아졌다. 국내 정유사들도 중동산 조달 차질에 대응해 캐나다·미국·브라질·에콰도르산 중질유 도입을 확대해왔다.
OSP 인하는 곧바로 손익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동산 원유 비중이 90%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고 대주주인 아람코와 장기 원유구매계약을 맺고 있는 에쓰오일은 사우디 OSP가 배럴당 1달러 내릴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약 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2분기 고점 대비 13달러 넘게 내린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산술적으로는 조 단위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OSP는 월별 선적 물량에 적용되고 연간 효과는 도입량과 시차에 따라 달라져, 실제 반영 폭은 이보다 작을 수 있다.
제품 쪽 여건도 우호적이다. 중동과 러시아 정제설비 피격으로 전 세계 정제설비의 6.6%인 하루 685만 배럴이 생산 제한 상태에 놓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석유 재고는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유 조달은 우회 송유관 등으로 숨통이 트인 반면 제품 공급 회복은 더디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 잣대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하반기 배럴당 30달러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손익분기점인 4~5달러의 6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가의 실적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증권사 8곳이 에쓰오일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하나증권이 22만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고, 유안타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각각 20만5000원, 14만8000원으로 17%씩 올렸다. 일부에서는 이번 OSP 마이너스 전환을 업황 전환의 신호로 읽는다. 사우디 OSP가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2014년 10월 이후 에쓰오일 주가는 3년간 3.6배 올랐다는 것이다.
다만 당시와 지금은 순서가 다르다. 2014년에는 유가가 이미 크게 떨어진 뒤 OSP가 마이너스로 돌아서 원유를 싸게 들여오는 효과만 남았지만, 지금은 유가가 고점 부근인 상태에서 OSP만 깎였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서 정제해 파는 데까지 통상 한두 달이 걸려, 유가가 꺾이면 비싸게 사둔 원유가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되는 데다 보유 재고에서도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호실적이 기대되지만, 유가 방향이 4분기 실적을 가를 변수로 남아 있는 이유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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