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개봉 150일 뒤 OTT로” 문체부 추진 ‘홀드백’ 표류

김태언 기자 2026. 9. 11.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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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왔던 '홀드백(Holdback)' 자율협약 제도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인터넷TV(IPTV) 등 다른 플랫폼에 공개할 때까지 일정한 기간을 두자는 제도.

하지만 홀드백은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OTT 오리지널 영화는 이 사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극장에서 영화를 얼마나 오래 상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홀드백의 핵심인데 정작 그 부분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극장 상영 기간과 TVOD 공개 시점은 논의하지 않은 채 가장 마지막 단계인 SVOD만 150일 뒤에 공개하도록 하면 이를 온전한 의미의 홀드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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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합의 추진… 성과 없이 연기
극장-제작사-OTT 각 다른 셈법
주요 사업자 동의해야 실효 거둬
극장 개봉 이후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 (OTT)에 진입한 영화들.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휴민트’는 49일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NEW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왔던 ‘홀드백(Holdback)’ 자율협약 제도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인터넷TV(IPTV) 등 다른 플랫폼에 공개할 때까지 일정한 기간을 두자는 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개봉 직후 OTT로 향하는 작품 사례가 늘자, 정부가 관객의 극장 이탈을 막고 영화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5월 29일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과 제작·배급사, OTT, IPTV 관계자 등 22명이 참여하는 ‘한국 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관련 논의를 8월 중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각 관계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회의였던 지난달 27일 5차 회의도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영화계가 홀드백 자율협약 제도에 끝내 합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동아일보가 입수한 문체부의 홀드백 자율협약 초안과 민관협의체 비공개 회의록에 따르면 핵심은 ‘150일 홀드백 기간 신설’과 ‘작품별 예외 조항’으로 요약된다.

● 영화 OTT 공개, 150일 늦춘다?

초안의 주요 내용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입장을 항목별로 보면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기본 홀드백 기간은 150일

“홀드백 기본 기간은 개봉일로부터 150일로 한다.”

우선 홀드백 적용 대상은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다. 홀드백 기간은 150일로, 극장 개봉일로부터 SVOD(구독형 VOD) 개시일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예를 들어 1월 1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있다면 150일 뒤인 5월 31일까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올 6월 개봉한 영화 ‘와일드 씽’은 58일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개봉 한두 달 뒤에 OTT에서 한국 영화를 보는 일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올해 영화 ‘휴민트’(2월 11일 개봉)는 개봉 49일 만인 4월 1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영화 ‘와일드 씽’(6월 3일 개봉)은 개봉 58일 만에,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지난해 12월 25일 개봉)는 개봉 42일 만에 OTT로 넘어갔다.

다만 이 협약은 넷플릭스와 같은 SVOD 공개만 제한할 뿐, TVOD(건당 결제 VOD)에 대해서는 홀드백을 설정하지 않았다. TVOD엔 지니TV와 같은 IPTV와 쿠팡플레이 같은 OTT도 포함돼 있다. 최신 영화라도 쿠팡플레이 등에서 개별 구매 서비스를 통해 유료 VOD 형태로도 볼 수 있었는데, 이 같은 서비스는 협약이 시행되더라도 계속 허용되는 셈이다.

② 예외 조항 1. 개봉 전 선구매 또는 선투자

“SVOD 사업자가 영화 극장 개봉 전 순제작비의 40%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거나 동 금액으로 판권을 구매한 경우, 홀드백 기간을 100일로 단축한다.”

넷플릭스 등 SVOD 사업자가 어떠한 한 작품에 대해서 일정 금액 이상으로 투자하거나 구매한 경우에는 그 기여도를 인정해서 홀드백 기간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홀드백은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OTT 오리지널 영화는 이 사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③ 예외 조항 2. 독립·예술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하는 독립·예술영화인 경우 본 협약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독립·예술영화는 극장 개봉 뒤 OTT 등으로 넘어가는 데에 제한 기한을 두지 않는다. 독립·예술영화는 홀드백 논의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로 지목돼 왔다. 극장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달리, 극장 상영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독립·예술영화는 개봉 스크린 수도 적고 극장 상영 기간도 짧다. 결국 OTT나 IPTV 등으로의 빠른 전환이 관건인데, 홀드백에 묶이면 수익 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독립·예술영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현재 영진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예술영화 인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진위 내 소위원회에서 예술성·실험성·독창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 절차를 통과한 작품이 공식적으로 독립·예술영화로 인정되는 구조다. 기본적으로는 이윤 확보를 제1목적으로 하는 상업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제작·유통되는 영화들이 해당된다.

④ 예외 조항 3. 기존 계약 완료 영화

“본 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SVOD 공급 계약이 완료된 영화의 경우 본 협약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해당 공급 계약을 갱신하거나 연장할 때는 본 협약을 적용한다.”

한마디로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2027년 1월 1일부터 홀드백이 시행된다면, 그전에 OTT 공급 계약을 마친 영화는 홀드백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2026년 12월에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마친 영화가 있다면 개봉일이 2027년 1월이더라도 150일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 홀드백 필요성엔 공감, 각론에선 충돌

지난해 12월 개봉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42일 만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문체부는 이 같은 내용의 초안을 지난달 초 관계사들에 배포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우선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쪽은 OTT 업계다. 한 OTT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열린 4차 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150일이라는 기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율협약이라고 하지만 규정처럼 보이고, 어째서 SVOD만 규정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OTT가 우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꾸준히 신작을 확보해야 하는 OTT 입장에선 콘텐츠 수급 시점이 미뤄지면 가입자 유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실제로 신작 영화는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거나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는 핵심 콘텐츠다. 하지만 홀드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OTT에 신작을 서비스할 수 있는 시점이 늦어지고, 이는 결국 플랫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협약안에 반발하며 5차 회의에 불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제작·배급사들도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이들로선 극장에서 조기 종영한 작품일수록 화제성이 남아 있을 때 OTT 등에 부가판권을 판매해 수익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영화에 150일 홀드백을 적용해 버리면,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까지 수개월간 추가 수익을 낼 기회를 잃게 된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올해 국내영화만 보아도 흥행작 정도나 돼야 150일 동안 극장 상영을 이어 갈 수 있었다”라며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IPTV 업계는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속내가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보통 영화의 유통 구조는 ‘극장→IPTV→OTT→TV채널’로 이어져 왔다. 홀드백으로 인해 영화가 OTT로 곧바로 넘어가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유료 VOD를 구매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IPTV 업계로선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금처럼 극장과 OTT 사이의 기간만 규정할 경우, 자칫 IPTV를 거치지 않고 OTT로 직행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 IPTV 업계가 회의에서 “TVOD도 밸류체인 안에 명확히 편입시켜 달라”고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홀드백과 함께 극장 상영 기간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극장에서 영화를 얼마나 오래 상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홀드백의 핵심인데 정작 그 부분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극장 상영 기간과 TVOD 공개 시점은 논의하지 않은 채 가장 마지막 단계인 SVOD만 150일 뒤에 공개하도록 하면 이를 온전한 의미의 홀드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관건은 속도, 연내 합의 가능할까

현재 공개된 내용은 홀드백 관련 초안으로, 향후 협상 과정에서 홀드백 기간은 물론 세부 조항의 내용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문체부 또한 “150일이라는 기간은 논의의 진전을 위해 예시로 제시된 수치이며, 이는 업계의 의견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합의의 속도다. 홀드백의 필요성 자체에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공감하지만, 그 기간과 예외 사항 등을 둘러싼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제도는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닌 자율협약 형태로 추진되는 만큼 주요 사업자들의 동의 없이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문체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되 적어도 올해 안에는 협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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