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이네”… 아직 아닙니다

기상청은 11일 아침 최저 기온이 10도까지 내려가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0도까지 오르는 등 이번 주말을 전후해 다음 주까지 낮 최고기온이 30~31도 안팎을 보일 전망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지만 한낮에는 다시 더위가 이어지는, 일교차가 큰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을이 늦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최근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가을이 왔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기상학적으로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공식적인 가을 시작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9~11월을 가을로 분류하는 것과 별도로, 기상청은 장기간의 기온 변화를 토대로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 계절’을 분석한다. 가을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2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일을 정한다. 며칠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나타나더라도 이후 기온이 다시 올라가면 가을이 시작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기온이 내려갔지만, 아직 기상학적으로 가을이 시작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정확한 가을 시작일은 나중에 평균 기온을 보고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가을은 갈수록 늦게 찾아오고 있다. 과거(1912~1940년) 평균 가을 시작일은 9월 17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30년(1995~2024년) 간 평균 가을 시작일은 9월 29일로 12일이나 늦춰졌다. 최근 10년을 보면 가을은 더 늦게 찾아왔다. 2015~2024년 최근 10년간 가을 시작은 10월 2일로 더 늦어졌다. 아예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가을 시작일이 10월로 넘어간 것이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가을이 머무는 기간도 짧아졌다. 1912~1940년 체감 가을은 평균 73일간 이어졌다. 최근 30년에는 65일로 8일 줄었고, 최근 10년에는 다시 62일로 짧아졌다. 최근 10년 평균 겨울 시작일은 12월 3일이다. 10월 초에야 가을이 시작해 두 달 남짓 지나면 겨울로 넘어가는 셈이다. 과거 석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가을이 이제 두 달짜리 계절이 된 것이다.
가을을 밀어내는 것은 길어진 여름이다. 과거 평균 6월 11일이던 여름 시작일은 최근 30년에는 5월 29일, 최근 10년에는 5월 25일로 빨라졌다. 반면 가을 시작은 10월 2일까지 늦어지면서 최근 10년간 체감 여름은 평균 130일간 이어졌다. 결국 9월까지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다 10월에야 가을이 시작되고, 12월 초면 겨울로 넘어가는 셈이다. 한 세기 남짓 사이 체감 여름이 한 달 이상 길어진 것이다.
여름은 길어졌을 뿐 아니라 더 뜨거워지기도 했다. 올해 전국 여름 평균기온은 25.4도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았다. 역대 1위는 지난해(25.7도), 2위는 2024년(25.6도)이었다. 가장 더웠던 여름 1~3위가 최근 3년에 몰린 것이다. 올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도 21.5일로 평년(10.6일)의 두 배를 넘었고, 열대야는 18.2일로 평년(6.5일)의 약 2.8배였다.
기온으로 체감하는 계절과 전통적인 ‘24절기’ 사이 간극도 커지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것을 뜻하는 ‘입추(立秋)‘는 양력으로 보통 8월 7~8일이다. 하지만 입추 무렵에도 한여름 더위가 이어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지난해 입추 날 최고기온은 32.3도였고 올해는 무려 38도까지 치솟았다.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석좌교수는 “지구온난화 여파로 뜨거운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점 늦게 수축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며 “여름이 과거엔 6~8월 석 달이었다면 이젠 6~9월 넉 달이라는 것이 ‘뉴노멀’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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