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효율도 망각도 모르는 AI, 인간 이해할 수 있을까…”

황지윤 기자 2026. 9. 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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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까지 서울국제작가축제 열려
왼쪽부터 김애란, 벵하민 라바투트, 김연수 작가. 김애란과 벵하민 라바투트는 11일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대담에 연사로 나선다. /임지훈 기자

AI(인공지능)가 인간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까. 작가들은 AI가 언어 생태계를 급속도로 바꾸고 있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문학의 영토는 ‘침범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칠레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46)는 2023년 펴낸 장편소설 ‘매니악’에서 “미래는 AI의 것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중국의 바둑 기사 커제가 ‘알파고’ 업그레이드 버전인 ‘마스터’와 대국 후에 패배감에 젖어 한 말로 나온다. 논픽션에 허구적 요소를 섞은 독창적인 소설로,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지식의 절정에서 맞닥뜨린 ‘괴물’을 소재로 다룬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세돌 또는 인공지능의 망상’. 2016년 5일간 치러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야기다. 즉 라바투트가 지목하는 현대의 괴물은, AI다.

10일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한국을 찾은 라바투트는 그러나 소설 속 커제처럼 절망에 휩싸여 있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그는 눈을 번뜩이며 “문학은 AI로부터 완전히 안전하고, LLM(대규모 언어 모델)에 면역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문학은 단지 언어에서 태어난 것만은 아니며, 앎이라는 것은 언어와 무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 방식은 앎의 차원을 한참 뛰어넘습니다. 우리가 말하고 글을 쓰는 방식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자체를 반영합니다.” 그가 명징한 영어로, 선언하듯 또박또박 말하자 AI의 급속한 발전이 일으키는 묘한 불안이 잠시나마 걷히는 듯했다.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벵하민 라바투트. /임지훈 기자

11~16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올해 주제는 ‘누구세요?’다. 해외 작가 10명, 국내 작가 14명이 총 20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번 축제 기획위원인 소설가 김연수(56)와 시인 서효인(45)도 이날 자리했다. 서효인은 “문학은 예전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왔다”며 기획 취지를 밝혔다. 김연수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하고, 이야기를 만든 뒤에도 ‘우리는 누구인가’ 또는 ‘우리는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누구세요?’라는 물음은 AI에서 출발해 인간성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라바투트와 11일 개막 대담에 연사로 나서는 소설가 김애란(46)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최근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를 펴낸 김애란은 “말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언어 기능이 발달하고 있는 AI를 비교해 산문을 썼다”며 “가족의 안부를 묻는 아버지를 보며 망각의 틈을 찢고 인간성이 새어나오고 흘러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가 쌓아 온 인문학의 유산이야말로 얼마나 지난하고 긴 비효율의 과정에서 쌓은 지적 유산인가요. 그 과정이 없었다면 이 AI 환경도 없었겠지요. 인간이란 말이 어렵고 넓지만, 저는 가끔 육체를 찢고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라바투트는 “‘우리’라는 존재를 이루는 이 심오하고 풀 수 없는 수수께끼 속에서 예술이 탄생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이유”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애란·벵하민 라바투트·김연수 작가, 서효인 시인.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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