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시장 겨냥… HD현대重, 1조원대 투자

한예나 기자 2026. 9.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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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투자

HD현대중공업이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 울산에 발전용 엔진 공장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핵심 부품인 원통형 원자로 용기 등 핵심 설비를 제작하는 공장을 동시에 짓는다고 10일 밝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대규모 투자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HD현대중공업은 선박용으로 쓰던 힘센엔진을 일부 설계 변경해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로 공급하고 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울산 공장에서 시운전 중인 힘센엔진. /HD현대중공업

울산 울주군 온산읍 21만5000㎡ 부지에는 8336억원을 들여 연간 3GW(기가와트) 규모의 ‘힘센(HiMSEN)엔진’ 생산 기지를 짓는다. 울산 조선소 내부에는 2386억원을 투자해 SMR 주기기 생산 공장을 만든다. 엔진 공장은 2028년 상반기, SMR 주기기 공장은 2029년 상반기 각각 완공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945TWh(테라와트시)로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힘센엔진과 SMR을 앞세워 AI 전력 인프라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게 HD현대중공업의 목표다. 조선업 ‘수퍼 사이클(초호황)’로 생긴 여력을 공격적으로 미래 사업에 투입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주도 위한 선제 투자

HD현대중공업의 ‘힘센 엔진’은 지난 2000년 이 회사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현재 울산 조선소 내 공장과 전남 영암의 HD현대엔진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선박에 장착한 후 선내에서 필요한 일상용 전력이나 항해용 전력을 생산하는 용도로 주로 썼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AI 데이터센터용 새로운 전력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힘센 엔진 하나는 보통 길이 13m, 높이 4.7m짜리 직육면체 형태인데, 1기당 20MW 전력을 생산한다. 지상에서 130대를 이어 붙이면 1GW 규모 데이터센터 하나를 돌릴 수 있는 ‘미니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미국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과 코반에너지그룹에서 힘센 엔진 1조5831억원어치를 수출하는 계약을 따냈다. 그 뒤로도 주문이 쇄도하는 중이다.

현재 연 3GW인 힘센엔진 생산 능력은 공장 준공 후 2030년이면 7.2GW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원래는 기존 공장을 소폭 증설만 하기로 했지만, 아예 공장 규모를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공격적인 투자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AI 인프라 시장뿐만 아니라, 전력 수요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생겼고,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수뇌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내년 상반기 SMR 주기기 공장 건설도 시작해 이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출력을 낮추고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등 주요 설비를 모듈 형태로 제작하는 차세대 원전이다. SMR 역시 AI 전환 속 미래 핵심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HD현대는 2022년 11월 빌 게이츠 MS(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미국 SMR 전문 기업 테라파워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을 계기로, 정기선 회장 주도로 이 사업 발판을 다져왔다. 지난 5월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에 들어가는 핵심 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테라파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 최초 상업용 SMR 공장을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 중이다. 여기에 발맞춰 HD현대중공업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량한 본업이 공격적 투자로

HD현대중공업의 공격적 투자는 주력인 조선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덕에 가능했다. 수퍼 사이클 속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수주 전략을 통해 HD현대의 조선·해양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매출 17조679억원, 영업이익 3조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7.6%에 달한다. 상반기 누적 수주 잔고도 761억달러(약 102조원)다. 우량한 현금 흐름이 공격적 투자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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