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단계부터 ‘냉난방 실외기’, 매장은 집처럼… LG ‘유럽 공략법’

리데르커르크·로테르담=이민아 기자 2026. 9. 1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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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외곽 리데르커르크의 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

개별 집에는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도 들어간다.

LG전자가 써마브이와 OSO 버퍼탱크를 패키지로 묶어 유럽 공동주택에 100대 이상 규모로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가 실제 유럽의 20평대 집을 본떠 만든 매장으로 입점한 10여 개 브랜드 가운데 집 형태로 공간을 꾸민 곳은 LG전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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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제품 아닌 ‘공간’을 통째로 설계
102채 옥상에 102개 실외기
외벽 실외기 어렵자 ‘건축 패키지’로
가전 매장을 실제 가정처럼 꾸며… 연결된 제품들 작동 모습 볼수있어
LG전자가 네덜란드 리데르커르크의 102가구 아파트에 공기열원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써마브이’와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7일(현지 시간)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써마브이 실외기 모습. 리데르커르크=이민아 기자 omg@donga.com
7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외곽 리데르커르크의 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좁은 계단을 따라 4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서자 ‘LG’ 로고가 새겨진 흰색 실외기 102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4동짜리 이 공동주택에 입주할 가구 수가 102채로 한 집당 실외기가 하나씩 연결된 셈이다.

이는 일반적인 에어컨 실외기와 달리 냉방뿐 아니라 난방과 온수 공급까지 해결하는 LG전자의 공기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외부 공기의 열을 이용해 겨울에는 집과 물을 데우고, 여름에는 반대로 집 안의 열을 밖으로 빼내 냉방한다. 자체 개발한 인버터 스크롤 컴프레서를 적용해 투입 전력의 약 4, 5배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 도심에서는 한국처럼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외관을 중시하는 데다 기존 건물은 에어컨 및 실외기 설치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찾은 리데르커르크 공동주택에서는 아예 냉난방 설비를 전기나 수도처럼 건축 단계부터 집의 ‘인프라’로 넣었다. 네덜란드는 2018년 7월부터 새로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주택을 원칙적으로 도시가스망에 연결하지 않고 있다.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난방·온수 설비가 필요해지면서 향후 히트펌프 시장도 커질 수 있는 구조다.

개별 집에는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스테인리스 버퍼탱크도 들어간다. 히트펌프가 데운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내보내는 ‘완충장치’다. 히트펌프가 자주 켜졌다 꺼지는 것을 막아 기기 부담과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인다.

LG전자가 써마브이와 OSO 버퍼탱크를 패키지로 묶어 유럽 공동주택에 100대 이상 규모로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건설사가 히트펌프와 탱크 업체를 따로 골라 용량과 배관, 제어 방식을 맞춰야 했다. LG전자는 이를 하나의 ‘패키지’ 시스템으로 설계해 시공과 사후관리까지 묶었다. 로빈 클라우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ES사업 리더는 “유럽 고객의 요구가 냉난방과 온수, 열 저장과 제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7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전자제품 매장 ‘메디아마르크트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의 LG전자 매장. 약 22평 규모의 매장 안에는 주방, 거실, 다용도실 등 유럽 생활 환경을 배경으로 다양한 고효율 가전제품이 전시돼 있으며, LG 씽큐(ThinQ)와 연계한 AI홈 솔루션 체험도 가능하다. 로테르담=이민아 기자 omg@donga.com
LG전자가 이렇듯 개별 제품이 아니라 ‘공간’을 통째로 설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은 로테르담 도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찾은 유럽 최대 가전 유통체인 메디아마르크트의 ‘테크 빌리지 로테르담’. 전자제품이 빽빽하게 늘어선 매장 속에 갑자기 주방과 거실, 다용도실을 갖춘 ‘작은 가정집’이 나타났다. LG전자가 실제 유럽의 20평대 집을 본떠 만든 매장으로 입점한 10여 개 브랜드 가운데 집 형태로 공간을 꾸민 곳은 LG전자뿐이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이 매장을 28m²(약 8평)에서 73m²(약 22평)로 3배 가까이로 넓혔다. 제품을 한 대라도 더 진열하는 대신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이 서로 연결돼 작동하는 실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리모델링 후 올해 상반기(1∼6월) 이 매장의 LG전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실제로 이날 매장에서는 연결된 가전이 스스로 작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LG전자 관계자가 작은 창문을 열자 TV 화면에 안내 문구가 떴고 곧 작동하던 에어컨이 꺼졌다. 창문에 부착된 센서가 열림을 감지하면 미리 설정한 조건에 따라 집 안 가전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 하나하나의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여러 가전이 연결돼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리데르커르크·로테르담=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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