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AI 면접에 두 번 우는 취준생

윤상진 기자 2026. 9. 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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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한 취업 준비생이 AI 면접을 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조직 부적응자, 오피스 빌런(악당)을 채용 과정에서 미리 알고 싶다면? AI 역량검사로 맞춤 인재를 예측하세요.”

한 민간 AI 역량검사 업체는 자사 프로그램을 이렇게 홍보하고 있다. AI 역량검사는 지원자가 컴퓨터 앞에서 과제와 질문에 답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직무와 조직 적합성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주요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이 이미 채용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채용에서도 AI 면접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AI가 심사하는 채용은 공정할까. 업체들은 AI가 지원자의 학벌이나 출신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역량만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취업 준비생 입장에선 사람 면접관과 달리 AI 면접관의 생각을 도저히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질문 의도를 되물을 수도, 상대의 반응을 살필 수도 없다. 탈락해도 피드백이 없어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답해야 했는지 알 수 없다. 탈락이 반복될수록 노하우는커녕 불안만 쌓이게 된다.

이런 취준생들의 불안을 사교육이 파고든다. 시중에는 ‘AI 면접 합격 기술’ 같은 공략서가 쏟아지고, AI 면접관에게 잘 보이는 자세와 목소리, 표정을 가르쳐준다는 스피치 수업은 한 번에 20만원이 넘는다. “무뚝뚝한 인상은 AI 면접관에게 조직 적응력이 낮은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말도 돌아다닌다. 그래서 일부 청년은 ‘필승 전략’이라며 보톡스 같은 미용 시술까지 받는다. 실제 평가에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 취준생들의 처지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줄인 시간과 비용이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AI 활용 경험’을 묻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AI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 최근 서울대 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한 취준생은 “경력직도 아니고, AI로 자기소개서를 첨삭해본 것이 전부인데, AI 부트캠프(훈련소)라도 가야 하나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AI 앞에선 모든 취준생이 평등하게 불행해지고 있다. 학점과 어학 점수, 인턴, 자격증에 이어 AI까지 취업 ‘5중고’가 들이닥친 것이다. 불안해서 울고 부담 때문에 또 운다.

AI가 신입 일자리부터 축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는 성장하는 것 같지만 청년 취업자는 46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제 청년은 첫 경력을 쌓을 인턴 자리조차 얻기 어렵다. 청년 취업난을 단번에 해결할 정책은 없지만, AI에 밀려 노동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청년에게 최소한의 발판은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험 없는 청년들이 실제 업무를 배우고 경력 한 줄이라도 만들 수 있게 인턴 자리를 충분히 늘리는 것이다. AI 시대에도 청년이 일을 시작할 첫 번째 자리는 남겨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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