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효과 넓혀가는 GLP-1 비만치료제··· “규제 위한 규제보다는 관리 위한 규제 필요”

김태훈 기자 2026. 9. 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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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가 10일 개최한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에서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는 비만을 비롯해 대사질환 전반의 치료 환경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비급여로 처방되면서 안전성 확인이 어려운 한계와 사회경제적 접근성 격차 등 다소 왜곡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또한 치료 외 목적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현행 규제를 보완해 처방 관리체계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는 10일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GLP-1 비만치료제의 치료 효과를 조명하는 한편 국내 처방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 - 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비만·당뇨병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가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위험 감소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제2형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이 있는 성인 35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환자들의 주요 신장질환 사건 위험이 위약 투여군 대비 24% 낮았으며, 심혈관 원인 사망 위험도 29% 낮았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됐다.

다만 GLP-1 비만치료제 대부분이 비급여로 사용되어 실사용 데이터에 바탕을 둔 안전성 점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동일 성분의 GLP-1 당뇨병 치료제조차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환자 치료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당 치료제의 효과보다는 일부 부작용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문제 또한 존재해 균형 잡힌 정보 전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의 다양한 이점에도 언론 보도가 일부 부작용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과장된 부작용 보도로 불필요한 불안감이 커지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현행 규제 논의의 실효성과 바람직한 대안’을 주제로 해외 사례를 통한 국내 적용 방안을 모색했다. 이 교수는 국내 GLP-1 비만치료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 완료 건수가 2024년 12월 2만1457건에서 2026년 5월 33만7026건으로 약 15.7배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수치만으로는 ‘어떤 대상에게, 어떤 임상적 근거로’ 처방됐는지 파악할 데이터 구조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GLP-1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허가사항 미충족 처방, 안전성 취약군 처방, 진료정보가 불충분한 처방, 무처방·불법유통 등 오남용 유형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통·진료 경로를 통제하는 규제만으로는 임상적 비만 여부와 허가사항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는 처방 단계에서 임상적 적정성을 기록 및 평가하는 관리체계 마련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공적 보장 도입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연계형 적정처방 지원과 고필요군 중심의 단계적 급여 도입 등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이 교수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의 해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관리의 설계에 있다”면서 “앞으로는 ‘막는 규제’에서 ‘관리하는 규제’로 전환해, 환자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게 되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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