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의 영광, NPU도 나눌 수 있나" 국산 NPU 기업들, 국회로 간 이유
실증·수출 바우처·빅테크 교류…업계가 정부에 낸 계획서
"실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국내에만 머무르는 플랫폼이 아니라 리벨리온이 에이닷에서 증명한 것과 같은 서비스가 돼야 한다. 메모리에서 누린 영광을 신경망처리장치(NPU)들이 다 같이 나눠야 한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토론회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실천 포럼'이 주최했으며 포럼 대표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리벨리온을 비롯해 딥엑스와 퓨리오사AI 등 국내 스타트업들은 성능 입증과 투자 유치를 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추론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들이 만드는 칩과 카드, 서버와 랙으로 구성되는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레퍼런스다. 국내에서조차 엔비디아 쿠다(CUDA) 생태계가 깊게 뿌리내렸고, 글로벌 빅테크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잇는 광통신 네트워크 체계까지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국산 NPU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실증 체계를 갖추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날 토론회에는 고 의원 외에 이달희 의원과 유용원·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딥엑스, 하이퍼엑셀, 망고부스트 등 팹리스·인프라 기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관계자도 자리했다.

NPU는 인공신경망 연산에 특화한 AI 가속기다. 엔비디아 GPU가 AI 학습과 추론을 폭넓게 처리하는 데 주력한다면, NPU는 특정 AI 연산에 맞춰 설계해 전력과 비용 효율을 높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산 NPU가 1·2세대를 거치며 연산 성능과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은 입증했지만,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완성형 인프라' 경쟁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모델이 커지면서 수십~수백 개 가속기를 묶는 스케일아웃과 노드 간 통신 최적화가 인프라의 핵심이 됐는데, 국내 생태계는 여전히 단일 칩 개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에이닷을 통해 리벨리온이 큰 레퍼런스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1세대 NPU '아톰맥스'를 SK텔레콤 에이닷의 통화 요약 서비스에 적용해, 24시간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실제 서비스에서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하며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에이닷은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리벨리온은 SK텔레콤 에이닷을 비롯해 ▲KT 클라우드 ▲반려동물 진단 보조 ▲건설·보안 현장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피지컬 AI 실증 ▲국산 NPU 기반 AI CCTV 전환 등을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 에코피스와는 국내 최초로 국산 NPU 기반 수상 오염 탐지·자율 정화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박 대표는 "블랙웰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전력은 6분의 1까지 나올 수 있다는 내부 경쟁력 보고가 나왔다"며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경쟁력은 전성비를 따지면 더 좋게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리벨리온과 다른 길을 걷는 딥엑스는 가격 경쟁력을 짚었다. 조재홍 딥엑스 상무는 "중국하고 경쟁하려면 정말 싸게 팔아야 한다"며 "품질도 맞추면서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딥엑스는 현재 바이두에서 레퍼런스를 쌓는 등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 상무는 "12인치 웨이퍼 한 장에서 칩이 2000~3000개 나오는데 최대한 불량이 나지 않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수출할 때 정부가 바우처를 지원해주면 가격 경쟁력을 갖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지 K-NPU 테스트베드 제공과 런타임 최적화 등 AI 반도체 해외 실증(PoC) 특화 프로그램 신설, 글로벌 빅테크 기술 교류 등을 수출 지원 방안으로 제시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도 의견을 보탰다. 백 대표는 "국내 AI 반도체는 10년간 기술 개발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핵심 설계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며 글로벌 경쟁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며 "한국은 인적자원 고도화를 거치며 설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이유가 쿠다이듯 AI는 소프트웨어 스택이 특히 중요하다"며 "올해 기준 '워보이'를 2만장, 약 10㎿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가능한 규모로 생산 중이며 2027년 생산량을 2~3배 늘리고 2028년 이후에는 100㎿ AI 데이터센터 공급을 시작으로 기가와트(GW)급 글로벌 수요에 대응 가능한 생산 체계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퓨리오사AI는 2세대 AI 가속기 '레니게이드'를 업스테이지의 실제 트래픽 환경에서 검증하기도 했다.
백 대표는 "한국 AI 반도체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과 국내외 상용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시작했다"며 "반도체는 타이밍 산업으로, 수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 대규모 배치를 통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도 지나치기 어려운 발언이 이어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와 김주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김정우 서울대 교수 등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감 없이 토로했다.
안 전무는 "한국에서 칩 비즈니스를 하려면 엔비디아 칩을 빼고 대체해야 하는데 대체가 쉽지 않다. 통신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하드웨어와 AI 산업이 분리되는 구조에서는 우리 NPU가 레퍼런스를 갖기 쉽지 않은 만큼, 풀스택으로 상용화 얼라이언스가 국내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등에서 국산 NPU를 쓰라고 조건을 걸어놨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구매만 하는 실정"이라며 "잘 쓰지 않는 이유는 하드웨어는 좋지만 사용이 편하지 않기 때문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한 번 바라봐주고 얼라이언스도 묶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안 전무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팹리스 혼자 수주할 수 없다"며 "전력과 냉각, 서버, 네트워크, 클라우드에 보안과 금융, 건설까지 결합한 컨소시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주영 KAIST 교수 겸 하이퍼엑셀 대표는 "국산 NPU의 격차 요인은 성능을 넘어 신뢰와 조달, 생태계에 있다"며 "생산과도 관계가 있지만 PoC를 잘 통과해도 1만장을 달라고 하면 턱 막히는 문제가 있어 고객이 요구하는 규모의 즉시 대량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우 서울대 교수 겸 망고부스트 대표는 광통신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것이 NV스위치인데 NV링크에 이어 NV스위치까지 도입되면 우리나라 NPU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게 된다"며 "우리 NPU의 진입 환경을 만들려면 '좋긴 한데 너무 비싸다'는 한마디를 누군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고동진 의원은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고 의원은 "국산 NPU라는 이유만으로 써야 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면서도 "NPU는 수요가 분명하고 국내 NPU 수준도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시장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LG와 삼성SDS 등 NPU를 쓰는 곳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기적으로 점검했는데 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고,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정부가 NPU를 서버에 가져다 두고 공공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먼저 문제점과 피드백을 발굴하는 것이 시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