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레버리지 ETF 투자 급증, 주가 변동성 키웠다"
반도체·빚투가 변동성 키워

한국은행이 국내 주가 변동성 확대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앞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계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추세적 주가상승 기대 등에 기반해 레버리지 ETF 투자가 급증한 것도 수급 측면에서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헤지 목적의 국내 현·선물 거래가 증가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초래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평가는 한은이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당시 한은은 "현재 기초자산의 시가총액 및 거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별도 분석이나 구체적인 평가를 추가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한은은 반도체 대형주의 높은 지수 영향력도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꼽았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 변화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 6월 이후 관련 종목이 급락하면서 코스피 조정 폭도 커졌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8000에서 9000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상승 기여율은 합산 99.0%로 추산됐다. 삼성전자는 44.7%, SK하이닉스는 54.3%를 차지했다.
반대로 코스피가 9100에서 5500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두 종목의 하락 기여율은 69.3%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29.8%, SK하이닉스는 39.6%였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 목적의 대규모 매도도 수급 여건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분석됐다.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었다가 청산되는 과정 역시 주가의 상승과 하락 폭을 키웠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레버리지 ETF,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 등의 점검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특정 업종, 기업에 의한 시장 집중 완화, 투자자 기반 확충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기대가 주가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레버리지 ETF 규모가 줄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어서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