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검사 ‘한계’…신원 확인 시신 7%
2곳서 처리…자원·인력 과부하
실종자대조 AI 사이트도 등장

대홍수가 발생한 네팔에서 수습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DNA) 검사가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원 확인을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활용 프로그램도 나왔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대홍수 발생 2주가 된 9일(현지시간) 오후까지 수습된 시신 1367구 중 신원이 확인된 것은 102구에 불과하다. 여전히 1200여구가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네팔의 DNA 검사 처리 능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곳은 네팔 경찰중앙과학수사연구소와 과학기술혁신부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곳뿐이다. 평소엔 두 연구소에서 연간 1000건 미만의 샘플을 처리하지만, 이번 대홍수로 인해 2000개 이상의 샘플이 쏟아졌다.
지반 리발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은 “우리는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려왔다”며 “검사에 필요한 화학약품과 시약의 가격이 비싸고 조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중앙과학수사연구소에는 전례 없는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 인도 출신 DNA 전문가 19명과 중국 출신 전문가 4명이 파견됐고, 44명 규모의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도 지원에 나섰다.
부패한 시신에서 DNA를 추출하기 어려운 점도 신원 확인이 지연되는 요인이다. 경찰중앙과학수사연구소 소속의 비노드 네우파네는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면 치아나 뼈에서 DNA를 추출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 영안실의 시신 수용 능력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해 네팔 정부는 신원 미확인 유해를 매장하고 있다. 부검을 마치고 DNA 샘플을 채취해 향후 신원 확인에 필요한 증거를 보존한 뒤 시신을 매장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나우트르키트(NowtrKit)는 ‘페이스태그’라는 AI 활용 시스템으로 네팔 시신의 신원 확인을 돕고 있다. 이 시스템은 사진과 비디오 속 얼굴을 분석해 실종자 사진과 비교하고 수천구의 시신 가운데 신원이 일치할 가능성이 있는 5~10명의 후보를 제시한다. 현재까지 실종자 약 500명이 페이스태그에 등록됐고 이 중 90구가 신원 확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설립자인 사마르 판티는 현지 매체 칸티푸르에 “기술을 활용해 잠재적인 후보군을 찾아낸 다음 네팔 경찰이나 정부 기관에 정보를 전달해 공식적인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네팔 경찰은 “진흙·바위·모래 때문에 훼손되거나 절단됐거나, 심하게 부패한 시신은 사진만으로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최종적인 과학적 확인은 DNA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네팔 재난 당국은 이날까지 사망자 1367명, 실종자 5132명으로 집계했다. 중국에서는 43명이 사망하고 519명이 실종돼 양국의 총사망자는 1410명, 실종자는 5651명이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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