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종로 누비는 '낭만 청소부'…365청결기동대 김발렌티노

이상엽 기자 2026. 9. 10. 20: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술에 취해있던 알코올중독자의 삶을 끝내고 이제 매일 2만보씩 걸으며 도심 쓰레기를 청소합니다. 휘청이지 않는 두 발로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 말하는 365(삼육오)청결기동대 김발렌티노 씨를 만났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거둬야 할 것이 많습니다.

길가에 쌓인 담배꽁초를 담습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맛있게 태우고 버린 지상의 별? 별똥별처럼 제 가슴에 저를 쓸듯이 거두듯이…]

365청결기동대 67살 김발렌티노 씨.

정규직 환경미화원이 비는 시간에 청소를 맡습니다.

매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종로 거리를 치웁니다.

저녁 먹을 틈도 없습니다.

빵으로 대충 때웁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엄청 맛있네. 이게 뭐야? 삐삐? 너무 예쁜데요. 삐삐(pipi)는 불어로 오줌인데.]

농담도 잠시, 빠르게 걷다가도 여기저기 샅샅이 살핍니다.

하루에만 2만보 걸으며 100리터 쓰레기봉투 8장을 채웁니다.

사람들은 그런 김씨 모습이 신기합니다.

[장영우/화가 : 머리가 없다는 걸로 재미있게… {머리카락이 없으시네요.} 네.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항상 입을 이렇게 벌리면서 뛰어다녀.]

[자말/프랑스 사진작가 (출처 : 인스타 'jamal_madeit') : 안녕하세요. JTBC 시청자 여러분. 프랑스 사진작가 자말입니다. 김씨를 만난 뒤 서울은 제게 아주 특별한 곳이 됐어요. 그를 정말 존경해요.]

덕분에 관광객들은 깨끗한 거리를 걸었습니다.

[프란시스카/포르투갈 관광객 : 쓰레기통이 많지 않은데도 모든 곳이 깨끗해요.]

[요하네스/독일 관광객 : 지금처럼 계속 좋은 일을 해주세요. 당신의 노고에 감사해요.]

6년째 청소부로 일하는 김씨, 매일 기도한다고 합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저에게도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고.]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은 2002년 알코올중독자로 살았습니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때였습니다.

그 뒤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오래 갇혔습니다.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고 2010년이 돼서야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그 편지의 두 번째 장에서 '아버지는 나의 반짝이는 별' '나는 아버지를 반짝이게 하는 밤하늘' 내가 밤하늘이 되고 아들이 별이 돼야 하는데…]

바로 술부터 끊었습니다.

그제야 주변이 보였습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아는 강아지예요?} 네, 사랑이. {거리가 깨끗하면 사랑이도 좋겠네요.} 이왕이면요. {아시는 분이세요?} 아는 형님.]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를 졸업한 김씨,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저는 종로 거리를 청소하는 발렌티노입니다.]

지금은 시를 쓰고 책도 번역합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어린 왕자에 화산들이 타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게 있어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제가 제일 좋아하는 표현이에요.]

청소를 하는 이유, 자신 때문입니다.

[김발렌티노/365청결기동대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저에 대한 청소예요. {꿈이 있으신지요.} 100세까지 청소하는 것.]

[영상편집 김동준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