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늘 옳다 믿으니 ‘과학적 거짓말’ 통한다[책과 삶]
지바 사토시 지음 | 김종현 옮김
부키 | 308쪽 | 2만2000원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날조 논문을 발표했다. 의학계는 그를 즉각 퇴출했으나 대중은 그를 박해받는 순교자로 떠받들었다. 왜곡된 신념은 백신 반대 운동에 불을 붙였고 20여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백신의 위험성을 주장하고 미국 곳곳에서 홍역이 다시 번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첨단 기술 시대인 21세기에 어쩌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생기는 걸까. 일본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과학의 탈을 쓴 거짓말’이 어떻게 탄생하고 사회를 망치는지 파헤친다.
거짓 과학의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범죄를 유발하는 ‘전사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특정 유전자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함에도, 언론과 사람들은 복잡한 사회 문제나 빈부격차 대신 “피는 못 속인다”는 편견을 합리화하기 위해 과학을 입맛대로 끌어다 썼다. “왼손잡이는 단명한다”는 속설 역시 편견에 사로잡힌 연구자가 통계를 왜곡해 만든 엉터리 주장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과 ‘가치’가 뒤섞이는 순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생학이다. ‘인간의 특정 형질을 유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인간을 개량해야 한다’라는 명령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중과 정치 권력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론을 정해두고 그럴듯한 그래프와 전문 용어를 덧칠해 과학이라는 권위를 훔쳐 쓴다.
저자는 ‘과학은 늘 옳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과학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믿음과 욕망을 ‘옳음’으로 포장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을 보고 사실만을 분석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일지 모른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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