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곁에서 헤엄치기[송섬별의 가장자리 독서]
알렉시스 폴린 검스 지음 | 김보영 옮김 | 접촉면 | 240쪽 | 1만7000원

살아가는 기술들을 제법 많이 배웠지만 대체로는 그저 가라앉지 않기 위한 버둥거림이다. 끔찍한 압도감을 주는 세계에서, 더 단단하고 유능한 개인을 구축해 홀로 빠져나가라는 거짓 가르침이다.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다른 배움은 없을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삶을 다른 데서 배울 수는 없을까.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떠오르는 숨>에서 우리의 선생들은 비인간동물인 해양 포유류다. “검고 알 수 없는 존재들”이자, 우리보다 먼저 상처 입고 살아남은 존재들, 포획되고, 살해되고, 서식지를 빼앗기고, 수압의 무게를 견뎌온 이들이다.
해양 포유류의 습성과 생존방식 일부는 흑인 해방운동과 페미니즘이 만들어온 생존과 저항의 전략들과 공명한다. 숨 쉬고, 가라앉고, 소리를 주고받는 것 모두가 삶의 기술이다. 홀로 강해지는 대신 서로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려 하는지 알고 함께 움직인다.
고래들의 이름은 때로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소유격이거나, 인간의 눈에 띄는 신체적 특성들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이 이름들을 의심하고 다시 부르려는 검스의 시도는 타인이 부여한 범주 안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대신 스스로를 다시금 식별하고 더욱 알맞은 이름을 찾아가려는 퀴어들의 실천과도 닮았다.
<떠오르는 숨>에서 고래와 돌고래의 삶은 다만 폭력에 시달리는 몸들의 은유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원제인 ‘Undrowned’가 전하고자 하듯, 이들은 그 자체로 가라앉지 않은 존재들이자 노래하는 동료들이며, 기본적인 생존방식을 이미 익혔다.
줄박이돌고래들에게 학교(school)란 서로를 양육하는 공간이다. 다른 몸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 존재에 응답한다. 서로의 언어를 듣고, 서로가 살아 있도록 돌보는 일을 배운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모두 버린다면 어떨까. 끝없는 가능성의 바다에서 새로운 생존의 전략을 만들고 호흡을 나누면서. 불태우고 찌르며 체계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세계에서 타지도 긁히지도 않는 몸을 만들어가는 대신 상처가 있는 그대로 수압을 견디기로 하면 어떨까. 서로의 강인함을 신뢰하며 물에 뛰어들면 어떨까.
나와 당신의 취약함을 존중하고, 더 깊은 듣기를 실천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까.
물은 묵직하지만 부드럽다. 그 속에서 처음으로 배우게 될 것들이 아직 많다. 서로의 곁에서 유영한다.

송섬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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