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편집자들은 책 읽으며 혀를 찰까[책과 삶]

전지현 기자 2026. 9. 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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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책읽기
김영준 지음
글항아리 | 548쪽 | 2만4000원


해외문학 편집자라는 직업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시대가 왔다. 김민경 민음사 편집자를 대표로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이 이 직업군의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다. 책 만드는 일을 하며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지적이고 유려한 말하기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편집자의 책읽기>는 해외문학 편집자로서 30년간 출판계에 몸담은 저자의 신문 및 잡지 기고를 모은 책이다. 열린책들 편집이사를 지냈고, 여러 주요 출판사에서 근무했다. 존 르카레, 줄리언 반스, E M 포스터 등의 책이 그의 손을 거쳤다. 책에는 주로 2023년부터 최근까지 쓴 글들이 실렸다. 이 시기 매체와 평단이 주목한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편집자들은 “피상적 독서”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오탈자를 찾고 표시해놓으며, 편집 체제의 오류에 놀라며 혀를 차기도” 하는데, 이는 “읽고 있는 책과 일체가 되기보다는 그 책이 어떤 모습으로 실현되어야 했을지 알아차리는 것이 편집자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그런 편집자적 시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출판계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왔기에 기민하게 감지하는 지점들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저자는 번역서 뒤에 붙는 역자 후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짚는다. “꼭 책에 관한 이야기인 것도 아니고 일말의 나르시시즘이 없다고 할 수 없는 형식”이라면서도 저자는 그것이 사라진 책들을 보면서 “인문적 세계의 영토가 이런 식으로 점점 축소된다는 생각”을 한다.

‘찾아보기’(색인, 인덱스)도 없어지는 추세다. 책에서 언급된 사항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그것이 몇쪽에 있다고 알려주는 장이다. 저자는 찾아보기를 만드는 것이 여전히 번거로운 수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아직 찾아보기가 있다면, “그 출판사가 (책 만들기에) 성의 있게 임했을 것이라는 증거”라고 귀띔한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이 책에는 찾아보기가 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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