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지만, 맛있는 건 튀겨야 제맛인데 어쩌죠?[책과 삶]

박경은 기자 2026. 9. 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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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
데이비드 콕스 지음 | 최가영 옮김
RHK | 532쪽 | 2만5000원


오늘날 인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 오래 산다. 그러나 오래 사는 것과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수명은 크게 늘었지만 삶의 후반부를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과 함께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늙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몸을 무너뜨리는 ‘퇴행성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매끼 먹는 음식은 퇴행성 노화에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가디언, BBC 등에서 과학·건강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는 2년여에 걸쳐 스페인, 칠레, 중국 등을 찾아 노화 과학자들을 인터뷰하고 현장을 취재했다. 이에 더해 자신이 ‘피험자’가 되어 식단을 바꾼 뒤 몸의 변화도 추적했다.

책이 지목하는 나쁜 식생활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상식이다. 지속적으로 필요 이상 먹는 것, 포화지방이나 합성 첨가물이 많은 초가공식품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것,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를 하는 것, 몸의 생체 리듬을 무시한 시간에 먹는 것 등이다. 저자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 습관들을 되풀이해 언급하며 건강 수칙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현장에서 이런 식습관이 몸의 손상과 복구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듣고 확인하고, 과학적 설명을 구체적인 사람과 장소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

특히 저자는 설탕을 경계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소’라고까지 말한다. 설탕으로 인해 생성되는 AGE(최종당화산물)는 식품 자체가 함유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높은 온도에서 굽거나 튀기는 등 조리 방법에 따라 증가할 수 있다. 몸에 나쁘지만 맛이 정말 좋기 때문에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딜레마다.

건강하게 늙기 위해 평생 맛있는 음식을 포기해야 할까? 스페인 바스크의 ‘바스크요리센터’를 찾아간 대목은 흥미롭다. 엘리트 요리학교이기도 한 이곳에선 AGE 생성을 줄이면서도 맛을 살릴 수 있는 조리법을 연구한다. 맛과 건강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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