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낡은 지배구조 손놓고…되레 ‘수평출자’ 길 터주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업황 초호황에 힘입어 세계 최상위권의 이익을 거두는 가운데, 한국 고유의 재벌 체제에서 비롯된 이른바 '케이(K)-지배구조'에 대한 비판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에스케이㈜의 자회사인 에스케이스퀘어는 손자회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해당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수평 출자를 허용할 경우,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다른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여러 계열사가 공동 출자를 통해 합작 법인을 세우는 게 가능해진다.
반면 에스케이 관계자는 "특정 기업 혼자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는 게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다양한 협업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 맞춤법’에 지주사 제도 흔들…‘삼성 지분고리’ 주주환원 발목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업황 초호황에 힘입어 세계 최상위권의 이익을 거두는 가운데, 한국 고유의 재벌 체제에서 비롯된 이른바 ‘케이(K)-지배구조’에 대한 비판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제도 개선에는 손을 놓은 채, 외려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여당은 ‘메가특구 특별법’에 재벌 대기업의 순환출자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당정은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이른바 ‘수평 출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수도권 메가특구의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전략 산업 투자에 한해 특별법을 통해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을 이달 중 발의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애초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지주사 출자 제한을 풀려 했으나, 규제 담당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과정에서 업종 범위를 좁히기로 했다”며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이 메가특구법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에스케이·엘지(LG) 등 지주회사 체제의 그룹인 경우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 출자만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에스케이㈜의 자회사인 에스케이스퀘어는 손자회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 지분을 20% 이상,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해당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수평 출자를 허용할 경우,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에스케이텔레콤·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다른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여러 계열사가 공동 출자를 통해 합작 법인을 세우는 게 가능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런 방안에 대해 “과거 재벌들의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도입한 지주회사 제도의 근간을 없애는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전과 같은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다시 허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규제 완화책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비수도권 증손회사를 세울 때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춰주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정부와 논의를 거쳐 이미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에스케이㈜의 손자회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을 다른 계열사 지원에 쓰고, 정작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엔 국민성장펀드 등 외부 투자금을 최대 절반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당정은 민간기업의 비수도권 첨단 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대의명분으로 꼽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마련한 지주회사 체제의 주요 대기업 집단이 에스케이 정도인 터라 에스케이그룹이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로 거론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추진되는 법안들의 핵심 문제는 에스케이만을 위한 맞춤형 특혜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에스케이 관계자는 “특정 기업 혼자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는 게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다양한 협업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경우,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위한 지배구조가 삼성전자 주주 환원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장의 비판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67%에 불과하지만, 삼성그룹은 이른바 ‘이물생전’(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고리를 통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그룹 총수가 금융 계열사를 활용해 그룹 핵심 기업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런 지배구조 탓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일반 주주에게 돌려주는 데에도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21일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 방안의 하나로 올해 3분기(7~9월) 중 30조원 안팎의 현금 배당을 발표하면서 정작 주주들이 기대해온 자사주(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 매입·소각 방안은 담지 않은 일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주가 부양 효과가 큰 대표적인 주주 환원 수단이 빠지면서 시장에서는 실망감이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배경에는 그룹의 이런 지배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이 이미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한도인 1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이 올라가고, 두 회사는 10%를 넘는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지배구조가 자사주 소각이라는 주주 환원 방식에도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과거 판매한 ‘유배당 보험 상품’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확보한 까닭에, 삼성전자의 현금 배당 또는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 등으로 거액의 차익이 생기면 유배당 계약자들에게도 일정 비율의 차익을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아킬레스건인 ‘이재용 회장의 금융 계열사를 통한 삼성전자 지배’라는 문제점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터라, 삼성전자 주주 환원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가가 오르면 향후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급하게 될 주식 수량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고만 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이익 대비 저평가된 만큼, 자사주 매입·소각을 최우선으로 하고 배당을 차선책으로 삼는 게 상식적”이라며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런 논의를 할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 대통령, 다음주 기자회견 검토…개헌·개각·파병 입장 밝힐 듯
- [단독] 김승원 청탁 당일, 식약처 ‘승인 검토’ 보고서 작성…처장에 ‘직보’ 정황
- 현대제철 원·하청 교섭 타결 1호…노란봉투법 반년 만에 첫 결실
- 이 대통령도 ‘피터팬 아빠’ 애도…“지원제도 더 촘촘히”
- 나눠먹기 VS 혼자먹기 [그림판]
- 브렌트유 이어 WTI도 배럴당 100달러 돌파…중동 전쟁 확전 여파
- 빅뱅 전 멤버 승리, 특수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 [영상] 용혜인 “비례 사퇴가 자리 나눠먹기…의원·장관 겸직은 법이 허용”
- [단독] 이진숙 옆 앉았던 허화평 “5공이 민주화 토대 닦아” 궤변
- 한동훈 “총리실 직원이 사찰”…한성숙 “과한 말씀, 부적절시 엄정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