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쿠팡 탈퇴", "없어도 산다" 외치더니 월 5조원 결제···로켓배송에 무릎 꿇은 한국인

김현우 기자 2026. 9. 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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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쿠팡 신용카드 추정 결제액 5조942억원 달성
한 달 이용자 수 3595만명으로 사태 이전보다 늘어
2분기 영업손실 5억5600만 달러 기록하며 적자 내
소비자 분노는 실질적 변화 이끄는 과정이 필요해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9일 AI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 7월 결제액은 5조942억원에 달했다. /챗GPT

머리로는 수백 번도 더 헤어졌다. 친구들 앞에서는 "그 인간은 진짜 쓰레기"라며 상을 엎었다. 보란 듯이 연락처도 차단했다. 그런데 밤 11시 50분 내일 당장 입고 나갈 셔츠가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유령에 홀린 듯 차단을 풀고 그의 번호를 누른다. "자…? 내일 아침까지 이것 좀 갖다줄 수 있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고이 놓인 셔츠를 보며 안도감과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2026년 늦여름 대한민국 3500만명 소비자와 쿠팡이 찍고 있는 사랑 싸움의 한 장면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분노했다. 당장이라도 앱을 지우겠다는 '쿠팡 탈퇴' 해시태그가 불타올랐다. 한데 바딤 젤란드의 <트랜서핑>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특정 대상에 분노하고 집착할수록 오히려 그 펜듈럼에 더 강하게 얽매인다고 한다.

☞펜듈럼: 사람들의 생각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집단 에너지 구조를 뜻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딱 그렇다. 입으로는 망하라고 저주를 퍼붓는데 손가락은 쉴 새 없이 결제창을 누르고 있다.

온갖 비난이 쏟아지던 2026년 7월 쿠팡에서 결제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추정 결제액은 5조942억원이다. 8월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쿠팡 앱 한 달 이용자 수는 3595만명으로 정보 유출 사태 이전인 2025년 10월 3438만명보다 늘었다. 욕하면서 보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청률이 더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인은 앞에서는 욕하고 뒤에서는 얌체처럼 주문한다."

기업의 도덕성을 따지는 시민의식과 당장 내일 아침 필요한 생수를 주문해야 하는 현실은 철저히 나뉘어 있다. 다른 마트로 바꾸려니 상품을 다시 검색하고 배송 조건을 비교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은 것이다. 내 시간과 수고를 아끼기 위해 습관적으로 결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매출이 늘었다고 용서받을 수는 있을까. 쿠팡에 가장 뼈아픈 타격을 주고 싶다면 반대로 "내 비판이 옳으려면 쿠팡이 망해야 한다"는 기대 즉 중요성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통계는 결과만 보여줄 뿐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영수증에 찍어주진 않는다. 기존 고객이 떠난 자리를 새로운 고객이 채웠는지, 남은 사람들이 더 많이 샀는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결제액 5조원을 두고 "결국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거나 "소비자가 심판을 끝냈다"고 단정 짓는 건 숫자에 억지 주장을 얹는 행동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쿠팡이 "우린 천하무적이야"라며 기뻐할 상황일까. 8월 4일 발표된 2026년 2분기 전체 매출은 88억5600만 달러로 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 조금 늘었다. 반면 영업손실은 5억5600만 달러다. 한국에서 맞은 행정상 제재금 약 4억1000만 달러를 빼도 1억4600만 달러 적자다.

7월에 5조원을 넘겼던 카드 결제액도 8월엔 4조9301억원으로 떨어졌다. 물론 2025년 같은 달보다는 12.6% 늘었으니 이를 두고 질주라 부를지 주춤이라 부를지는 보는 사람 마음이다.

쿠팡을 미워하는 이들에게 가장 화나는 사실은 사랑하지 않아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현실이다. 큰 분노가 조용한 물건 사기로 이어질 수도 있고, 조용한 실망이 영원한 떠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정의 크기가 행동의 크기가 될 수는 없다.

쿠팡도 매달 찍히는 조 단위의 결제액에 취해 잘못 판단하면 곤란하다. 잘 팔린다는 것이 곧 잘못이 없다는 얘기가 될 수 없다. 소비자는 단지 오늘 밤의 편리함을 장바구니에 담았을 뿐 기업의 뻔뻔함이나 책임 피하기까지 함께 결제해 준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