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시피]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옥련발레단의 K-발레컬 '금관의 물길 510㎞'(예술감독 김옥련, 연출 최병규)는 올해 부산 공연예술계에서 손꼽힌 기대작이다. 또한 '춤의 도시로 꼽히지만, 발레 기반은 유난히 약했던' 부산에서 31년을 버티고 꽃피운 이 작은 단체가 감행한 또 하나의 담대한 도전이다.
기대작이었다고 한 것은 김옥련발레단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6년 지역대표예술단체'에 지난 2월 선정된(국제신문 지난달 21일 자 14면 보도) 사실과 관련이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구지가 랩·비보잉 융합
- 대중의 공감 얻은 시도
- 18일·내달 23일 공연
김옥련발레단의 K-발레컬 ‘금관의 물길 510㎞’(예술감독 김옥련, 연출 최병규)는 올해 부산 공연예술계에서 손꼽힌 기대작이다. 또한 ‘춤의 도시로 꼽히지만, 발레 기반은 유난히 약했던’ 부산에서 31년을 버티고 꽃피운 이 작은 단체가 감행한 또 하나의 담대한 도전이다. 이 작품은 지난 3~5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어 오는 18일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다음 달 23일 영도문화예술회관 봉래홀에서 각 2회씩 공연한다.
기대작이었다고 한 것은 김옥련발레단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6년 지역대표예술단체’에 지난 2월 선정된(국제신문 지난달 21일 자 14면 보도) 사실과 관련이 있다. 전국 41개, 부산 단 2개뿐인 올해 지역대표예술단체에 뽑히면서 평소 기대하기 힘들던 큰 규모의 국·시비를 지원받고 안정된 환경에서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담대한 도전인 이유는 지역성(로컬리티)과 연관이 깊다. 1995년 창단한 김옥련발레단은 발레를 중심에 놓고 여러 장르를 융합하며 ‘부산’을 공간이자 주제로 삼는 작품을 줄기차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공간성을 낙동강으로 확장하고, 시간성을 서기 48년 가야 김수로왕-아유타국 허황옥의 혼인부터 1950년 6·25전쟁까지 길게 이었다. 지역성·보편성을 모두 품겠다는 이 단체의 오랜 도전이 담대하게 느껴진다.
‘금관의 물길 510㎞’ 공연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을까? 지난 5일 관람한 이 작품은 발레 한국춤 현대무용 비보잉 랩 무술 노래 영상 등 수많은 요소를 조율해 보편성·대중성의 세계로 나아가는 데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부산과 김해 사이 낙동강을 배경으로 ‘가야 시대 김수로-허황옥/ 6·25 전쟁 때 연인 영호-옥단’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서사가 자칫 관객에게 복잡하거나 어렵게 다가갈 가능성은 애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 굵고 망설임 없고 선명한 전개로 돌파했다. 공연이 끝난 뒤 박수가 오래 이어졌는데, 이는 관객이 기예(performance)를 높이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알아먹었다’는 뜻이다. 이런 큰 작품에서 이건 좋은 신호다.
긴 세월 숲속발레, 가족발레, 발레컬(발레+뮤지컬), 서사가 뚜렷한 창작발레, 문화예술교육, 환자를 위한 병원예술 등 다양한 관객에게 밀착하는 시도를 끝없이 펼친 이 단체의 장점이 이런 데서 엿보였다.
눈에 띄는 시도 또한 있었다. 초입과 뒷부분에 등장한 ‘구지가’의 랩과 춤(비보잉)도 그중 하나다. ‘구지가’ 비보잉과 랩이 등장하는 맥락이 ‘삼국유사’ 속 구지가의 맥락과는 다소 다르지만, 창의성 점수를 매긴다면 이 대목은 단연 높다.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넓은 바다로 이어지는 낙동강을 통해 개방·열림·연결·환대를 강조하는 이 작품의 세계관이다. 김수로왕(방도용)에게 대드는 아도간(서원오)이 “어찌 어디서 왔는지도, 근본도 모르는 허황옥(김민경)과 혼인하려 하느냐”고 순수를 요구하며 맹렬히 반대하자 김수로왕은 말한다. “우리 가야의 미래를 생각하라. 그러면 문을 열고 바닷길로 나아가 교류하고, 먼 데서 온 손님을 환대해야 한다.”
6·25 전쟁 때 부산 근교 낙동강 변으로 무대가 바뀌자 서정성은 최고조에 이르고, 차미경(중년 옥단)과 유상흘(중년 영호) 등이 어른 관객의 감성도 맹렬히 건드리니 지루할 틈을 안 준다. 물론 흠도 있었다. 무대 뒤에 단을 쌓느라 공간이 좁아져 군무진은 마음껏 활개 치지 못하는 인상을 줬다. 무대 위의 노래와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기도 했고, 많은 요소 가운데 구성상 발레가 조금 더 돋보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영상은 알맞음과 과도함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다양한 시민, 다정한 가족 관객에게 ‘금관의 물길 510㎞’는 로컬리티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함께 감동하고 공감할 만한 탁월한 보편성·대중성을 향해 나아간다. 더 다듬어 ‘부산 작품’으로 삼을 만하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