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연결 통로 도로, 동물 유전자까지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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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필수적인 존재이다. 우리 몸에 피가 흐르는 것처럼 도로는 인간 세상 곳곳을 연결한다. 그런데 도로는 오직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에게 도로가 연결과 탈출이라면, 다른 생물에게는 죽음과 분할"이라고 설명하고, "도로가 우리를 이어줄 때, 다른 생물들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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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 서식지 가로지르고 쪼개
- 먹이·짝찾기 능력 심각한 훼손
- 삼색제비 생존 위해 날개 변화
- ‘더 나은 길’ 함께 생각해봐야
도로는 인간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필수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매일 도로 위를 달린다. 출근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아이를 등교시키고, 배달 음식을 받는다. 우리 몸에 피가 흐르는 것처럼 도로는 인간 세상 곳곳을 연결한다. 도로를 딱히 의식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익숙하다. 어쩌면 도로가 없는 곳에서 비로소 도로를 의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로는 오직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도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자 목숨을 건 도박판이다.
벤 골드파브의 ‘크로싱’. 부제는 ‘개발과 이동의 시대, 도로생태학은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인간의 길이 만들어 낸 죽음, 진화, 그리고 희망을 담은 도로 생태학 논픽션이다. 도로생태학은 말 그대로 도로와 자동차의 이동이 주변 동식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은 “인간에게 도로가 연결과 탈출이라면, 다른 생물에게는 죽음과 분할”이라고 설명하고, “도로가 우리를 이어줄 때, 다른 생물들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저자 벤 골드파브는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이다. 끈질긴 취재와 폭넓은 연구, 놀라운 탐구 정신으로 환경과 생태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해 왔으며. 미국 주요 매체에 환경 전문 기사를 기고한다. 아스팔트 아래 숨겨진 문제와 생명을 추적한 이 책 ‘크로싱’으로 ‘밴프 마운틴 도서상’, ‘레이첼 카슨 환경 저널리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제비의 날개’라는 인상 깊은 제목의 서문으로 문을 연다. 도로에 치여 죽는 삼색제비들이 하나같이 날개가 긴 개체(장거리 직선 비행에 적합한)였고, 그렇게 도로가 세대를 거듭해 개체를 솎아 낸 끝에 이 새들이 아예 짧은 날개(급선회나 구르기 동작에 유리한)로 진화해 버렸다는 이야기로, 저자는 책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신도 캘리포니아에서 실어 온 아보카도와 집 앞까지 배달된 피자를 먹고, 직접 차를 몰며 도로의 수혜를 누리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 정직한 고백이 이 책 전체의 출발점이다.
도로는 동물 서식지를 두 조각, 세 조각으로 쪼개 동물이 먹이와 짝을 찾아 이동하는 능력 자체를 빼앗는다. 제설을 위해 뿌리는 소금은 강과 호수를 오염시키고, 자동차 굉음은 새들의 짝짓기 노래를 지워버려 명금류가 서식지를 등지게 만든다. 로드킬은 도로생태학이 다루는 문제의 극히 일부이며, 역설적으로 교통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로드킬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설명이 놀랍다.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이 ‘움직이는 울타리’가 되어 아예 동물의 이동 자체를 봉쇄해 버리기 때문이라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 2400만 킬로미터가 넘는 도로가 새로 깔릴 예정이다. 그중 상당수가 이 세계에 아직 온전하게 남아 있는 자연 서식지를 관통한다. 지구 숲의 70퍼센트가 이미 도로에서 가까운 ‘가장자리’ 서식지로 변했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가 일상어가 된 지금, 정작 그 한복판에 있는 도로라는 인프라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논의에서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저자는 바로 그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책은 “도로가 나쁘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도로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거대한 인프라를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도로가 자연을 가로지르거나 쪼개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자연 속에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도로를 새로 낼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의 딜레마부터 이미 지어진 도로를 되돌리는 선진국의 실험까지. 이 책은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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