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망가’ 아닌 ‘만화’…한국 만화의 힘은 정서·문화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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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가 사상 처음으로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을 거머쥐었다. 7월 말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아이스너상 시상식에서 산호 작가의 장편만화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이 '최우수 아시아 만화 미국판 부문'에서 수상했다.
산호 작가는 "웹툰을 통해 한국 만화를 접하는 독자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이제 한국 만화는 '망가(manga·만화의 일본말)'가 아닌 '만화(manhwa)'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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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선 비주류·비정상이 주인공
깨지고 무너진 데서 이야기 나와
웹툰 주간연재, 베테랑도 쉽잖아
내 책도 학교 도서관에 꽂혔으면

한국 만화가 사상 처음으로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상을 거머쥐었다. 7월 말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아이스너상 시상식에서 산호 작가의 장편만화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이 ‘최우수 아시아 만화 미국판 부문’에서 수상했다. 아이스너상은 프랑스 앙굴렘, 미국 하비상과 함께 세계 3대 만화상으로 꼽힌다.
산호 작가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언어와 국경을 넘어 가본 적 없는 곳까지 제 이야기가 도달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해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번 수상은 웹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출판만화 분야에서 일본의 독점을 깨고 한국 만화의 존재감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0년 이후 ‘최우수 아시아 만화 미국판 부문’ 수상작은 2017년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 만화였다.
산호 작가는 “웹툰을 통해 한국 만화를 접하는 독자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이제 한국 만화는 ‘망가(manga·만화의 일본말)’가 아닌 ‘만화(manhwa)’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 만화의 강점은 이야기의 근간에 놓인 ‘한국이라는 정서적·문화적 배경’이다. 사람을 몰아붙이는 경쟁 사회와 가부장제 가족관계,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해학과 농담, 때로는 욕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태도가 한국 만화만의 결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야기란 말끔하게 미장된 곳이 아니라 좀 깨지고 무너진 데에서 새어나옵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에게 깃든 실제의 ‘한국’이 한국 만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웹툰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창작 환경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풀컬러 주간 연재를 소화하는 것은 베테랑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시간에 쫓겨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지 못한 채 몸이 축나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차기작을 포기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여러 연재 방법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플랫폼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은 죽은 자를 위한 케이크를 굽는 빵집이 배경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망자가 연옥 벌판을 건너 무사히 환생하기를 기원하며 망자와의 추억이 담긴 케이크를 주문한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의 어릴 적 기억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때 살던 집 앞에 무연고 무덤이 있었는데 이사 올 때 부모님이 무덤에 술을 뿌리는 것을 보고 내 생일 케이크를 약간 떼어두고 왔던 기억이 있다”며 “고인을 추모하는 일과 생일을 축하하는 일은 모두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된 존재들이다. 작가는 “만화는 주류가 되지 못하는 것들을 가장 격렬하게 환영하는 매체”라며 “사회가 말하는 비정상과 비인간이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정상성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연옥당’ 시리즈를 그리며 세웠던 목표가 하나 있다. 자신의 책이 초등학교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릴 때 제가 마음 놓고 있을 수 있었던 공간은 서가마다 궤도 이탈자들이 트럭째로 꽂혀 있는 도서관뿐이었어요. 제 책도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재용 선임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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